
요시노야는 왜 '면'을 팔기 시작했을까?
126년간 '규동(소고기덮밥)' 외길을 걸어온 장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돌연 국수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메뉴 추가일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거대한 전략의 서막일까요?
흔들리는 규동의 왕좌

"싸고, 맛있고, 빠르게." 마치 한국의 김밥 프랜차이즈처럼, 요시노야는 이 세 가지 원칙으로 일본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왔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규동의 시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키야, 마츠야 등 경쟁자들과의 출혈 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쌀과 소고기 같은 핵심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싸고 맛있게'라는 약속을 지키기엔 이익이 남지 않는, 그야말로 '레드오션'이 된 것입니다.
'면'이라는 승부수

위기 속에서 요시노야가 꺼내든 카드는 '규타마 스태미나 마제소바'였습니다. 126년 역사상 최초의 면 메뉴. 이는 단순히 메뉴 하나를 늘린 것이 아니라, 기업의 운명을 건 전략적 한 수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향한 미끼
요시노야의 주 고객층은 30~50대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제소바는 다릅니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과 여성 고객에게 훨씬 매력적인 메뉴죠. 마치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던 국밥집에 세련된 인테리어와 신메뉴로 2030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실제로 요시노야는 스마트폰 충전 좌석과 드링크 바를 갖춘 '카페형 매장'을 늘리며 여성과 가족 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번 신메뉴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화룡점정을 찍는 격입니다.
'엔저 특수' 외국인 관광객을 조준하다
"해외에서 일본 음식 하면 스시, 그다음은 라멘이다." 요시노야 전무의 말처럼, 라멘을 포함한 면 요리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때마침 아시아 시장 전문가인 나루세 테츠야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 개발된 마제소바는 처음부터 '엔저 특수'를 타고 일본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지갑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요시노야의 큰 그림

종합해보면, 요시노야의 마제소바 출시는 충동적인 외도가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생존 시나리오'임이 명백해집니다.
이는 마치 껌 회사 '롯데'가 졸음운전 방지, 구강 건강 등 껌의 '새로운 사용법'을 제안하며 위기를 돌파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요시노야는 규동으로 쌓아 올린 브랜드 자산과 소고기 토핑 노하우를 '면'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옮겨 담았습니다. '규동에 의존하는 체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신인 셈입니다.
이미 요시노야는 가라아게(일본식 닭튀김)를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제2의 기둥으로 성장시킨 성공 경험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순두부 전문점'까지 운영하며 사업 다각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 우물만 파던 장인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있는 것입니다. 126년 역사의 고집마저 꺾게 만든 위기 속에서, 과연 '면'은 요시노야를 구할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요? 그들의 전략이 성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