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8만 6천 개를 만든 재료는 감자튀김 두 개였다

좋아요 8만 6천 개를 만든 재료는 감자튀김 두 개였다

작성일: 2026년 9월 20일
수정일: 2026년 9월 20일

말레이시아 맥도날드가 감자튀김 두 개로 마이클 잭슨의 상징 동작을 재현해 일주일 만에 좋아요 8만 6,500개를 모았다. 라이선스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존경을 자기 제품으로 그리는 방법을 들여다본다.

존경하는 사람은 있는데 가게 안엔 아무것도 없다

사장님이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십 년 넘게 챙겨 보는 야구팀도 있고 극장에서 두 번 본 감독의 영화도 있다. 그런데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흔적이 하나도 없다.

출처: Magnific

이유는 대개 돈이다. 유명인을 쓰려면 모델료를 내야 하고 캐릭터 하나 걸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계산이 머릿속에서 끝나는 순간 시도도 함께 사라진다. 벽은 계속 비어 있고 손님은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끝내 모른 채 계산하고 나간다.

말레이시아 맥도날드는 그 계산을 통째로 건너뛰었다. 감자튀김 두 개로.

맥도날드는 돈이 아니라 주말 하나를 썼다

2026년 4월 24일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이 개봉했다. 전 세계에서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700억 원)를 벌어 음악 전기영화 역대 2위에 올랐다. 극장을 나온 사람들이 잊고 있던 춤 동작을 다시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출처: McDonald's Malaysia

말레이시아 맥도날드가 올린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감자튀김 두 개를 세워 《스무스 크리미널》 뮤직비디오의 그 자세를 만들었다. 몸을 45도 앞으로 기울이고 발끝으로 버티는 동작이다. 배경도 없고 설명도 없다. 감자튀김 두 개와 카피 한 줄이 전부였다.

영화사와 맺은 계약은 없었다. 초상권 사용료도 음원 사용료도 나가지 않았다.

카피는 현지어로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먹으면 모든 게 매끄럽다"는 뜻이다. 여기서 '매끄럽다'가 곡 제목과 튀김 식감을 동시에 건드린다. 브랜드를 부르는 말도 정식 상호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평소 쓰는 애칭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포스터 아래에는 할랄 인증 마크가 붙었다.

일주일 만에 좋아요 8만 6,500개가 찍혔다. 댓글은 960개를 넘겼다. 그중 브랜드를 "MJ Donalds"라고 부른 댓글 하나가 따로 좋아요 3,000개를 받았다.

주말에 본 영화가 월요일에 게시물이 됐다

맥도날드 말레이시아 마케팅을 총괄하는 친 메이 리는 광고 전문 매체 마케팅-인터랙티브에 이렇게 말했다. "주말에 영화를 봤고 마이클 잭슨의 그 동작이 우리 감자튀김과 닮았다는 걸 봤습니다. 대행사가 만들어 보냈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기획서도 사전 조사도 없었다. 크리에이티브를 만든 곳은 레오 말레이시아다. 그 팀 역시 영화를 보고 나와서 착안했다.

같은 사람이 비결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속도와 강한 크리에이티브. 이 둘이 합쳐지면 마법이 일어납니다."

감자튀김이 아니었다면 이 게시물은 없다

여기가 갈리는 지점이다. 맥도날드가 마이클 잭슨 사진을 구해다 걸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브랜딩이 아니라 팬 게시물이다. 좋아요는 몇 개 받았겠지만 다음 날이면 누가 올렸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초상권 문제도 바로 따라붙는다.

맥도날드는 남의 이미지를 빌리지 않았다. 자기 제품으로 그 사람을 그렸다. 길쭉한 감자튀김 두 개가 마침 그 실루엣과 겹쳤다. 재료는 그게 전부였다.

오마주라는 말은 원래 프랑스어로 존경을 뜻한다. 중세 기사 서임식에서 앞으로 모실 주군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던 자세가 그것이다. 이후 다른 작품의 한 대목을 빌려 와 원작에 예를 표하는 방식을 뜻하게 됐다. 존경을 겉으로 꺼내 보이는 행위다.

존경을 드러내면 왜 장사에 도움이 되나

공통점을 가진 사람끼리는 훨씬 빨리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도 그랬고 학창 시절에도 그랬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걸 아는 순간 관계의 속도가 달라진다. 취미가 같으면 세 배는 빨리 친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회심리학에서도 서로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호감이 빨리 붙는다는 결과가 꾸준히 나온다.

그러니 내 브랜드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존경하는지 밝히지 않는 것은 손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손님이 이미 쳐다보고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내 물건으로 그려지는 모양이어야 한다. 맥도날드는 둘 다 채웠다.

4년째 같은 문법을 반복하는 이유

이 브랜드에게 감자튀김은 메뉴가 아니라 붓이다.

출처: McDonald's Malaysia

2022년에는 쿠알라룸푸르 도심 한복판 횡단보도를 감자튀김 모양으로 칠했다.

출처: McDonald's Malaysia

2023년 7월 13일에는 국제 감자튀김의 날에 맞춰 랜드마크인 KL타워를 밤 8시부터 자정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꼭대기에는 빨간 케첩을 얹었다. 맥도날드는 이걸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감자튀김'이라고 불렀다.

같은 방식은 감자튀김 밖으로도 뻗는다. 콜드플레이 공연이 열렸을 때도 《오징어 게임》이 화제일 때도 이 브랜드는 자기 자산으로 그 순간을 그렸다. 어버이날에는 골든아치 곡선 하나를 떼어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의 소맷자락으로 썼다. 카피는 이랬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아무리 커져도 붙잡고 싶은 손은 여전히 엄마 손이다."

한 번 하면 이벤트다. 4년을 이어 가면 문법이 된다. 손님은 이제 이 브랜드가 세상 이야기에 자기 감자튀김을 얹는 집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다음 게시물을 기다린다. 쌓이지 않고 흩어지는 이벤트와 여기서 갈린다.

메뉴 하나를 골라 그 사람을 그려보라

오늘 마감하고 종이에 두 줄만 적어보시라. 첫 줄은 사장님이 진짜로 존경하는 사람 이름이다. 배우여도 되고 선수여도 되고 돌아가신 스승이어도 된다. 둘째 줄은 손님이 우리 가게에서 가장 자주 사진을 찍는 물건이다. 대표 메뉴일 수도 있고 오래된 간판일 수도 있다.

출처: Magnific jcomp

두 줄이 만나는 자리가 사장님의 감자튀김 두 개다. 김밥 단면에 그려도 되고 라테 거품 위에 올려도 된다. 국물에 뜬 파 모양으로도 된다. 잘 만들 필요는 없다. 말레이시아 맥도날드가 올린 것도 감자튀김 두 개짜리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아래에 한 줄만 붙이면 된다. 왜 이걸 만들었는지. 존경한다는 말을 그 자리에 그대로 쓰면 된다.

내일 그 사람을 좋아하는 손님 하나가 그 사진 앞에서 멈춘다. 멈춘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 사장님과 같은 편이 한 명 늘어나는 데 든 돈은 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