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쩡한 양상추에 배우 얼굴을 씌운 이유
일본 아지노모토가 배우 얼굴을 씌운 한정 1만 개 양상추로 여름 매대를 흔들었다. 채소 폐기를 줄이면서 굴소스 소비까지 끌어올린 이 저예산 캠페인에서 동네 가게가 그대로 가져다 쓸 화제 설계법을 짚는다.
슈퍼 매대에 놓인 양상추 한 통이 반나절 만에 화제가 됐다. 투명 필름을 뒤집어쓴 양상추 위로 배우 후지와라 타츠야의 얼굴이 인쇄돼 있고 녹색 잎이 그대로 그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된다. 일본 아지노모토가 JA전농 나가노와 손잡고 딱 1만 개만 내놓은 「후지와라 타츠야 사세요 양상추」다. 광고비를 크게 쓴 캠페인도 아니고 신제품도 아니다. 그냥 양상추다. 그런데 왜 멀쩡한 채소에 배우 얼굴을 씌웠을까.
반나절 만에 매대에서 사라진 얼굴 양상추

2026년 7월 21일부터 도쿄 긴자의 나가노 안테나숍과 간토·간사이 일부 슈퍼에서 한정 판매가 시작됐다. 수량은 딱 1만 개다. 소진되면 끝이다. 필름을 씌우는 순간 배우 얼굴 위로 양상추 잎이 얹히면서 헤어스타일처럼 보이는 비주얼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그대로 온라인에서 퍼졌다. 닛케이도 이 협업을 다뤘고 일본 네티즌은 "슈퍼에서 두 번 쳐다봤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돈을 들인 건 필름 인쇄 정도다. 나머지는 사람들이 알아서 찍고 알아서 퍼뜨렸다.
왜 하필 배우 얼굴이었나
상품 이름부터 말장난이다. 일본어로 "사주실래요"에 해당하는 '캇테쿠레마스'의 끝을 '캇테쿠레타스'로 살짝 비틀었다. 여기에 양상추를 뜻하는 '레타스'가 숨어 있다. 그래서 이름 하나가 "양상추 사세요"이자 "사주실래요"로 동시에 읽힌다. 웃기니까 기억에 남고 기억에 남으니까 입에 오른다.
3년 전에 이미 씨를 뿌렸다

사실 아지노모토가 배우 얼굴과 양상추를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시나노마이니치신문 지면에 그의 큰 얼굴 사진을 실어 "양상추 보존용 신문"으로 내놨다. 신문지로 양상추를 감싸면 오래 간다는 생활 정보를, 머리에 양상추를 얹은 얼굴로 각인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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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반응이 좋았던 아이디어를 올해는 광고 지면이 아니라 진짜 매대 위 상품으로 끌어올렸다. 이 화제성은 우연이 아니라 3년에 걸쳐 다듬은 결과다.
진짜 노린 건 양상추가 아니었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아지노모토는 양상추 회사가 아니다. 이 캠페인의 목적지는 따로 있었다.

아지노모토가 20~50대 소비자 264명에게 물었더니 65.6%가 양상추를 다 못 먹고 버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8.4%는 양상추를 주로 샐러드 같은 생식으로만 먹었다. 여름이면 양상추는 금방 무르고 쓰는 방법은 뻔하니 절반은 냉장고에서 시들어 버려진다.
굴소스를 팔기 위한 양상추
그래서 양상추 필름 뒷면에는 QR코드가 붙어 있다. 찍으면 '양상추 순삭 레시피' 사이트로 넘어가고 거기에는 자사 굴소스 「Cook Do」로 양상추를 한 번에 많이 쓰는 볶음 요리가 줄줄이 나온다. 샐러드로만 알던 채소를 불에 볶는 재료로 바꾸는 순간 소비량도 늘고 굴소스도 팔린다. 양상추는 미끼였고 진짜 상품은 조미료였다.
농협까지 끌어들인 이유
아지노모토는 나가노 양상추 산지를 대표하는 JA전농 나가노를 파트너로 세웠다.
브랜드는 조미료를 팔고 농가는 채소를 팔고 소비자는 안 버리고 다 먹는다. 푸드로스라는 사회 문제 하나로 세 주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화제 마케팅이 공익 명분까지 업은 셈이다. 사람들이 "재밌다"며 퍼 나르는 동안 브랜드는 굴소스 판로를 넓히고 산지는 재고를 덜었다.
예산이 아니라 상황을 팔면 화제는 따라온다
일본 식품업계는 요즘 '제품 팔기'에서 '식사 상황 만들기'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양상추가 딱 그 사례다. 아지노모토는 굴소스를 들이밀지 않았다. "여름 양상추를 어떻게 다 먹지?"라는 상황을 먼저 깔았다. 그 상황 안에 자기 제품을 슬쩍 끼워 넣었을 뿐이다.
동네 가게라고 못 할 일이 아니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여름마다 남아도는 재료 하나를 골라보라. 그 재료를 손님이 새 방법으로 쓰게 만드는 한 장면과 한마디면 된다. 오이가 남으면 "이 오이로 3분 만에 만드는 냉국" 레시피 카드를 계산대 옆에 붙이고 그 옆에 우리 가게 소스나 반찬을 놓는 식이다. 재료 사진 한 장에 웃음 포인트 하나만 얹어도 손님은 찍는다. 손님이 그 재료로 뭘 할지 그림을 그려주는 게 먼저고, 제품은 그 안에 놓으면 된다. 화제는 예산이 아니라 그 그림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