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서 가는 가게를 버렸더니 사상 최고 매출이 나왔다

가까워서 가는 가게를 버렸더니 사상 최고 매출이 나왔다

작성일: 2026년 9월 19일
수정일: 2026년 9월 19일

도쿄 아자부다이에 문을 연 패밀리마트 첫 플래그십 매장이 개점 첫날 사상 최고 매출을 냈다. 목이 좋아야 장사가 된다는 전제를 뒤집은 다섯 가지 선택을 뜯어본다.

목이 좋아야 장사가 된다. 자영업에서 이 말은 거의 법칙에 가깝다. 임대료를 더 물더라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자리를 먼저 잡아야 하고 그 자리를 못 잡으면 나머지는 다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 전제를 정면으로 흔드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7월 10일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에 문을 연 패밀리마트의 첫 플래그십 매장이다. 회사가 내건 콘셉트는 '일부러 가고 싶어지는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문장에 가깝다.

결과는 숫자로 먼저 나왔다. 회사는 개점 첫날 매출이 패밀리마트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국에 1만 6400개 매장을 굴리는 회사가 66평짜리 한 곳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들르는 가게와 찾아가는 가게는 무엇이 다른가. 이 매장은 다섯 자리에서 갈라졌다.

목을 고르는 가게와 목을 만드는 가게

들르는 가게는 목을 고른다. 지하철 출구에서 몇 걸음인지와 하루 몇 명이 그 앞을 지나는지가 매출의 상한을 정한다.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자리를 비싸게 사는 것뿐이다.

출처: 패밀리마트

찾아가는 가게는 목을 만든다. 아자부다이 매장은 건물부터 다시 그렸다. 회색 콘크리트 외벽에서 익숙한 초록과 파랑 줄무늬를 걷어냈다. 옥상에는 나무를 심어 '옥상의 숲'이라 이름 붙였다. 캐릭터 로고는 건물 모서리와 옥상에 얹었다. 길에서 올려다보는 시선만이 아니라 주변 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시선까지 계산에 넣었다.

차이는 홍보 반경에서 갈린다. 들르는 가게의 홍보 반경은 도보 5분이다. 찾아가는 가게의 홍보 반경은 사진 한 장이 퍼지는 거리다. 목을 사는 데 쓸 돈의 일부를 사진에 찍힐 만한 무엇을 만드는 데 돌리면 반경 자체가 달라진다.

채워야 팔린다는 믿음이 깨지는 자리

좁을수록 더 채운다. 매대 한 칸을 비우면 팔 기회 한 번을 버리는 것 같아서다. 편의점은 이 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여 완성한 업태다.

출처: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 매장의 매장 면적은 217제곱미터로 약 66평이다. 일반 주력 매장의 두 배쯤 된다. 그런데 진열은 두 배로 늘리지 않았다. 흰 벽과 흰 집기로 바탕을 비우고 중앙 집기에만 캐릭터 인형과 한정 상품을 쌓았다. 계산대는 옛날 매점 형태로 다시 만들었다. 유리 외벽을 따라 카운터석을 놓아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게 했다.

공간을 맡은 사람은 가타야마 마사미치다. 유니클로의 뉴욕과 파리, 런던, 긴자 매장을 만든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는 개점에 맞춰 편리해서 들르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매력을 끝까지 갈고닦았다고 말했다.

비운 자리는 매출을 버리는 자리가 아니다

비운 자리가 파는 것은 사진이다. 매대가 빽빽하면 손님은 물건을 고른다. 매대가 비면 손님은 공간을 찍는다. 찍힌 사진은 그날 매출에 잡히지 않지만 다음 손님을 데려온다. 회전율만 보는 사장은 이 계산을 못 한다.

한 칸을 비우는 게 아깝다면 순서를 바꿔보면 된다. 가장 안 팔리는 매대 한 칸이 어디인지는 사장이 이미 안다. 그 칸을 비우는 것은 매출을 버리는 게 아니라 죽어 있던 칸을 다른 용도로 돌리는 것이다.

30초 손님과 30분 손님

들르는 가게에서 손님은 30초를 쓴다. 집었고 계산했고 나갔다. 체류가 짧을수록 회전이 좋으니 그동안은 그게 미덕이었다.

출처: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 매장은 반대로 갔다. 매장 옆면에 별도 창구를 냈다.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커피와 차, 대표 메뉴인 치킨을 살 수 있다. 매장 앞에는 캐릭터 모양 벤치를 놓았다. 사서 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대신 사서 앉는 손님을 만든 것이다. 매장 이름에 '파크'를 넣은 이유가 여기 있다.

체류가 늘면 객단가만 오르는 게 아니다. 방문 빈도가 달라진다. 앉아 있던 자리는 기억에 남고 기억에 남은 자리는 다음 주에 다시 떠오른다. 가게 앞에 놓은 벤치 하나는 임대료를 한 푼도 더 내지 않고 얻은 두 번째 매장이다.

필요해서 사는 물건 옆에 갖고 싶은 물건을 둔다

편의점에서 옷을 사본 적은 있어도 입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급해서 샀기 때문이다.

출처: 패밀리마트

패밀리마트는 2021년부터 자체 의류 브랜드를 팔아왔다. 양말과 티셔츠, 속옷, 수건 같은 물건이다. 패션 디자이너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함께 만들었고 좋은 소재와 좋은 기술, 좋은 디자인을 내걸었다. 급할 때 집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골라 입는 옷으로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아자부다이 매장은 이 매대를 독립 공간으로 떼어내 일반 매장과 비교가 안 되는 규모로 키웠다. 탈의실을 넣었다. 전신 코디를 보여주는 터치스크린을 세웠다. 상품을 설명하는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도쿄 미나토구 지도를 넣은 매장 한정 티셔츠도 만들었다.

먹을 것도 함께 손봤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 우승자 가스야 데쓰와 개발한 매장 한정 원두를 쓰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차 메뉴를 넣었다. 삼각김밥과 도시락 옆에는 도심형 조리식품을 늘렸다.

확장이 본업을 갉아먹지 않으려면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게 있다. 옷과 굿즈를 키웠다고 밥과 커피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커피를 한 단계 올렸다. 확장이 본업을 갉아먹는 순간 손님은 그 가게가 무엇을 파는 곳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카페가 잔을 팔고 식당이 소스를 파는 일은 이미 흔하다. 문제는 그게 계산대 옆 구색인지 손님이 그걸 사러 오는지다. 후자가 되려면 본업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회사가 의류에 패션 디자이너를 붙이고 커피에 대회 우승자를 붙인 이유다.

계산만 하는 직원과 권하는 직원

들르는 가게에서 직원은 계산을 한다. 찾아가는 가게에서 직원은 권한다.

출처: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 매장에는 옷을 상담해 주는 전담 직원이 있다. 유니폼은 민트그린으로 새로 만들었다. 아자부다이 일대에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 여러 언어를 하는 직원도 배치했다.

이 매장의 방향을 잡은 사람은 니고다. 어 베이싱 에이프와 휴먼 메이드를 만든 그 사람이다. 회사는 지난해 2월 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데려왔고 1년 반 만에 첫 결과물을 내놨다. 그가 붙잡은 것은 편의점이야말로 일본의 일상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업태라는 점이었다.

편의점 업계 안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각도였다. 밖에서 사 온 감각이라는 뜻이다. 매장 하나를 굴리는 사장에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앉힐 예산은 없지만 감각을 빌려올 사람 한 명을 찾는 일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실험 매장 하나를 골라 나머지에 옮겨라

회사는 이 매장을 복제 대상이 아니라 실험장으로 못 박았다. 라이프스타일본부장 시마다 나나는 일반 매장이 아직 담지 못하는 생각을 여기에 풀어놓고 그중 통하는 것만 골라 일상 매장으로 되돌리겠다고 설명했다.

출처: 패밀리마트

말로만 그런 게 아니다. 회사는 올봄 라이프스타일본부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고 젊은 직원 중심의 직영점 프로젝트실도 함께 세웠다. 그리고 개점 나흘 만에 이 매장에서 팔던 캐릭터 상품을 전국 1만 6400개 매장에 한정 수량으로 풀었다. 실험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통한 것부터 바로 옮겼다.

여기 대칭이 하나 있다. 1973년 9월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 문을 연 이 회사의 1호점도 실험 점포였다. 당시 운영사였던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가 일본인의 소비 성향에 맞춘 소형 점포를 시험해보려고 낸 자리였다. 그해 매장은 스무 평 남짓에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만 열었고 목요일에는 쉬었다. 회사는 올해 9월 창립 45주년을 맞는다. 실험 점포에서 시작해 실험 점포로 돌아온 셈이다.

참고로 한국 시장에서 이 브랜드는 이미 사라졌다. 2012년 국내 운영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끝내면서 간판이 CU로 바뀌었고 2014년에는 일본 본사가 지분까지 전량 정리하며 완전히 손을 뗐다. 지금 한국 사장이 이 매장에서 가져올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방법이다.

매장이 하나뿐이라면 매장 전체를 실험장으로 쓸 필요는 없다. 매대 하나면 된다. 이번 주에 가장 안 팔리는 매대 한 칸을 비우고 손님이 사진을 찍을 만한 물건 하나만 올려보라. 그 한 칸이 손님을 붙잡으면 나머지 칸으로 옮기면 되고 안 붙잡으면 한 칸만 잃는다. 목이 나쁘다는 말은 그때부터 핑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