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의 변신, 1000가지 '나만의 샐러드'
편의점 직원이 바코드를 찍는 대신, 당신의 주문에 맞춰 신선한 채소 위에 토핑을 정성껏 올린다. 마치 전문점 셰프처럼. 지난 7월 8일, 도쿄 분쿄구의 한 편의점에서 시작된 풍경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가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취향을 직접 디자인하는 '경험'을 팔기 시작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유통 시장에서 던진 이들의 승부수는 한국의 자영업 현실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골라 담는 재미", 편의점의 공식을 깨다
일본의 편의점 체인 로손(Lawson)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내추럴 로손(Natural Lawson)'이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7월 8일 묘가다니역 앞 지점에서 '데키타테(できたて, 갓 만든) BOWL SALAD'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편의점 최초로, 매장에서 고객 주문에 따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커스텀 샐러드 서비스다.
고객은 2종류의 기본 샐러드 중 하나를 고른 뒤, 삶은 계란부터 훈제 연어까지 준비된 9가지 토핑을 입맛대로 추가할 수 있다. 조합에 따라 1,000가지가 넘는 '나만의 샐러드'가 탄생한다. 단순히 냉장고에서 완제품을 꺼내 파는 것이 아니라, 전용 쇼케이스 앞에서 직원이 직접 토핑을 올려 완성하는 모습은 편의점보다 전문점에 가깝다.
이들은 이번 서비스를 위해, 한국의 '샐러디'나 '알라보'와 유사한 일본의 유명 커스텀 샐러드 전문점 '크리스프 샐러드 웍스(Crisp Salad Works)'의 드레싱을 도입했다. 2014년 1호점을 연 이 전문점은 현재 34개 매장에서 평균 객단가 약 1,800엔(약 1만 6천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샐러드를 판매하는 곳이다. 편의점이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전문점 수준의 맛과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닌, '브랜드의 재탄생'
내추럴 로손의 이번 시도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 신제품 출시가 아니다. 내년이면 출범 25주년을 맞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리브랜딩' 전략의 핵심이다.
2001년 첫 매장을 열었을 때, 내추럴 로손의 핵심 고객은 '미(美)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었다. 매장 내 오븐에서 직접 굽는 빵이나 '모치무기(もち麦, 찰보리)' 주먹밥 등이 대표 상품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성별을 떠나 '나다운 방식'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내추럴 로손은 타겟을 '여성'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신의 건강을 돌보는 모든 사람'으로 확장했다. 행복도가 높은 소비자일수록, 일상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감각에 맞는 상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1,000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커스텀 샐러드는 이러한 새로운 브랜드 철학을 상징하는 제품인 셈이다.
또한, 자체 개발(PB) 상품의 기준도 엄격하게 재설정했다. 모든 상품의 열량은 500kcal 이하, 나트륨은 2.3g 이하로 맞추고, 식품 첨가물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기준을 새로 도입하며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였다.
'경험'과 '협력'의 가치
이 일본 편의점의 실험은 포화 상태의 국내 자영업 시장, 특히 외식 및 유통업계 경영자들에게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상품'이 아닌 '경험'을 팔아야 한다.
내추럴 로손은 단순히 샐러드를 파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고, 나만의 조합을 만들고, 직원이 눈앞에서 이를 완성해주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마치 "한국의 성수동이나 연남동의 편집숍처럼"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소비 과정 자체를 즐거움으로 만드는 전략과 같다. 치열한 가격 경쟁 대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라.
내추럴 로손은 샐러드 드레싱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프리미엄 브랜드 '크리스프 샐러드 웍스'와 손을 잡았다. 이는 대기업이 가진 유통망과 전문 브랜드가 가진 노하우 및 신뢰도를 결합한 영리한 전략이다. 국내 자영업자들도 지역의 유명 빵집, 실력 있는 소규모 공방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상품의 전문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초개인화'가 미래의 표준이다.
'데키타테 BOWL SALAD'의 핵심은 1,000가지 이상의 선택지다. 이는 '하나의 제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객이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제품을 직접 구성하게 함으로써,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외식업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 대면 서비스업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내추럴 로손은 우선 묘가다니 지점에서 오는 12월까지 2,000개 판매를 목표로 시장성을 검증한 뒤, 10월까지 매장을 추가하고 향후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작은 실험이 편의점의 미래, 나아가 유통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