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메뉴를 하나도 만들지 않고 메뉴를 무한대로 늘렸다
헤이티가 전국 매장에 DIY 주문 기능을 열었다. 매장이 1년 새 700곳 넘게 줄어든 브랜드가 내린 결정이다. 손님이 직접 조합하고 이름까지 붙이는 이 구조를 작은 매장이 변수 세 개로 옮기는 방법을 짚는다.
손님이 이름 붙인 음료가 서호의 열 가지 풍경이 됐다
7월 초 헤이티가 전국 매장에 DIY 주문 기능을 열었다. 손님이 미니앱을 켜고 차 베이스, 생과일, 유제품, 토핑을 직접 고른다. 온도와 당도도 자기 손으로 맞춘다. 마지막엔 자기가 만든 음료에 이름을 붙인다.

반응은 곧장 왔다. 내가 조합한 게 너무 맛없으니 제발 배합 좀 알려달라는 하소연이 줄줄이 올라왔다. 어떤 손님은 항저우 서호의 열 가지 풍경을 음료로 옮겼다. 버드나무에 꾀꼬리가 우는 풍경은 청포도와 말차로 만들고 탑에 걸린 저녁노을은 진한 망고로 만들었다. 사는 게 쓰다는 말을 그대로 잔에 옮긴 사람도 있었다. 다크 초콜릿 위에 다크 초콜릿 크림을 얹고 당도는 최저로 내렸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가야 한다. 이 회사는 지금 몸집을 불리는 중이 아니다. 업계 집계로 헤이티 매장은 2025년 10월 기준 3,900곳 안팎이다. 1년 전보다 700곳 넘게 줄어든 숫자다. 2025년 초에는 가맹 접수도 멈췄다. 출점 속도로 이기는 판에서 스스로 발을 뺀 브랜드다. 그 브랜드가 다음으로 내놓은 것이 하필 손님이 직접 음료를 만들게 열어주는 일이었다.
3분을 1분으로 줄이는 경쟁이 끝난 자리
지난 몇 년 중국 음료 시장은 속도로 굴러갔다. 미니앱으로 주문하고 매장에 들러 집어 들고 걸으면서 마신다. 머무는 시간이 짧아 직원이 손님 얼굴을 기억할 틈도 없다. 브랜드도 같이 달렸다. 매장은 작아지고 제조 기계는 늘었다. 한 잔 뽑는 시간을 3분에서 1분까지 밀어붙였다.

이 경쟁에는 바닥이 있다. 맛과 가격과 속도로 벌릴 수 있는 격차는 이미 다 벌어졌다. 30초를 더 줄인다고 손님이 옆 가게에서 넘어오지 않는다.
앉게 만드는 쪽으로 돌아선 브랜드들
방향이 꺾였다. 상하이의 위롄차러우가 만든 서브 브랜드 산취안즈차숴는 손님을 앉힌다. 찻잎을 우리고 거르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여주고 차를 겨루는 체험 구역까지 뒀다. 마시러 온 손님을 이해하러 온 손님으로 바꾸는 설계다. 나이쉐더차와 차옌웨써도 개방형 제조 공간과 차 문화 전시를 넣은 매장을 늘리는 중이다. 빠른 음료를 팔던 업계가 느린 시간을 팔기 시작했다.
히든 메뉴와 DIY를 가르는 한 칸
손님이 음료를 직접 손보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스타벅스에도 이뎬뎬에도 이른바 히든 메뉴가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주문 공식대로 시럽을 빼고 토핑을 바꾸는 식이다.

다만 이건 남의 메뉴판 위에서 칸을 옮기는 놀이였다. 당도를 내리고 펄을 코코넛으로 바꾸는 정도다. 뼈대는 브랜드가 쥐고 있었다.
헤이티가 연 건 뼈대 자체다. 생과일차와 밀크티를 포함한 다섯 갈래 위에서 베이스부터 위에 올리는 크림까지 손님이 고른다. 이름까지 손님이 짓는다. 여기서 결정적인 게 이름이다. 조합만 바꾸면 그건 여전히 브랜드의 음료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손님의 작품이 된다. 작품은 자랑하게 되어 있고 자랑은 공짜로 퍼진다.
배합을 알려달라는 글이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손님이 만든 음료를 보고 다른 손님이 지갑을 연다. 브랜드가 신제품을 미는 게 아니라 손님이 손님에게 판다.
QR 코드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비용
여기까지 읽고 우리도 해볼까 싶었다면 잠깐 멈추는 게 좋다. 이 기능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체력의 문제다.

망고가 하루라도 떨어지면 끝난다
한 매장에서 시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야시장 과일 코너처럼 재료를 늘어놓고 손님이 집어 담게 하면 된다. 전국 3,900곳으로 넓히는 순간 난이도가 몇 단계 뛴다.
헤이티 메뉴판은 원래도 복잡했다. DIY를 열면 모든 매장이 거의 전 품목의 차 베이스와 과일과 유제품과 부재료를 상시로 갖춰야 한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채워야 한다. 오늘 망고가 있고 내일 없으면 손님이 어제 만든 자기 음료를 다시 못 시킨다. 자기 이름 붙인 음료가 하루 만에 사라지면 재미는 그대로 배신감이 된다.
손님의 상상을 그대로 만들어내는 손
두 번째는 매장의 실행력이다. 배합표를 본 직원 머리가 하얘지는 조합이 실제로 올라온다. 이걸 매번 똑같이 뽑아내려면 오래 다듬은 교육 체계가 있어야 한다.
헤이티는 여기서 사람 대신 기계를 넣었다. 온라인에서 주문이 끝나면 QR 코드가 생성되고 직원이 그걸 스마트 제조 기기에 찍는다. 기기가 주재료를 알아서 넣는다. 손님 눈에는 자유롭게 노는 미니앱 하나지만 그 뒤에는 재고 시스템과 설비 투자와 교육 과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DIY는 마케팅 아이디어가 아니다. 공급망과 매장 관리에 자신 있는 회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걸 해내는 순간 경쟁 상대가 확 줄어든다. 저가 브랜드가 가격으로 따라올 수 있어도 이건 따라오기 어렵다.
변수는 세 개면 충분하다
한국의 한두 개짜리 카페나 디저트 매장이 이걸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재료 서른 종을 상시 깔아둘 냉장고도 없고 그럴 회전율도 안 나온다.

옮겨야 할 건 규모가 아니라 원리다. 손님이 고르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잔은 손님 것이 된다. 이 일은 재료 서른 종이 아니라 세 종으로도 일어난다.
지금 팔고 있는 시그니처 한 잔을 놓고 변수 세 개만 열어보라. 베이스 둘 중 하나, 토핑 셋 중 하나, 당도 세 단계면 조합이 열여덟 가지다. 재고 부담은 거의 그대로인데 손님 손에는 열여덟 개의 선택지가 쥐어진다. 여기에 이름 적는 칸 하나를 더한다. 컵 슬리브에 손님이 지은 이름을 적어 내주고 그 주 가장 많이 팔린 조합을 다음 주 정식 메뉴로 올린다. 이름을 지은 손님에게는 그 메뉴를 한 잔 그냥 준다.
이번 주에 이걸 시작하면 다음 달 메뉴 회의에 새 아이디어가 알아서 쌓인다. 신메뉴를 짜내느라 밤새우던 자리를 손님이 대신 채운다. 그게 헤이티가 매장 700곳을 잃고도 화제의 중심에 다시 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