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를 약속한 브랜드가 일본에 4개만 남겼다

1000개를 약속한 브랜드가 일본에 4개만 남겼다

작성일: 2026년 9월 18일
수정일: 2026년 9월 18일

2028년까지 일본에 1000개를 열겠다던 중국 밀크티 브랜드가 3년 만에 4개만 남겼다. 낮은 가격과 빠른 출점이 성숙 시장에서 통하지 않은 이유를 짚고 한국 매장이 재방문을 만드는 조건까지 살핀다.

3년 만에 1000개가 4개로 줄었다

2023년 미쉐빙청이 도쿄 오모테산도에 일본 1호점을 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연달아 이겨본 직후라 기세가 좋았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일본에 들어가면서 2028년 무렵까지 현지 매장 1000개를 열겠다고 밝혔다.

출처: Instagram @mixue.omote

3년이 지났다. 지금 일본에 남은 매장은 4개다. 중국 경제 매체들은 목표의 0.4%를 채웠다고 적었다.

접은 곳이 여기뿐도 아니다. 나이쉐더차는 2021년 요란하게 들어갔다가 이듬해 조용히 나왔다. 헤이티는 몇 해를 준비해 2025년 오사카 도톤보리에 1호점을 냈는데 브랜드 프리즘은 2026년 4월 말 그 매장이 영업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 회사의 판단 착오로 보기에는 명단이 길다. 중국 안에서 검증까지 끝난 성장 공식이 유독 이 시장 앞에서만 멈춰 선다.

싸게 파는 무기가 일본 문턱에서 부러졌다

편의점이 그 자리를 이미 지키고 있었다

중국에서 미쉐빙청의 간판은 2위안(약 460원) 아이스크림과 4위안(약 930원) 레모네이드다. 이 두 가지가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출처: Instagram @mixue.omote

일본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은 훨씬 전부터 즉석에서 뽑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가맹 체계도 매장망도 완성돼 있으니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리로 간다. 일본에 놀러 간 중국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 먹을 정도다. 레모네이드도 사정이 같다. 편의점과 자동판매기가 전국에 깔려 있고 병에 든 레몬 음료는 어디서나 손에 잡힌다.

일본 외식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현지 컨설팅 회사 대표는 아이스크림과 레모네이드가 이미 충분히 성숙한 단품이라고 짚었다. 손님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일 대표 메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용량도 어긋났다. 일본 소비자는 가볍고 작은 규격을 고른다. 현지 매장이 내놓은 규격은 420밀리리터, 505밀리리터, 660밀리리터 세 가지인데 파르페류를 빼면 대부분 505밀리리터부터 시작한다. 일본에서 200개 넘는 매장을 굴리는 공차의 가장 작은 컵은 290밀리리터다. 부담 없이 조금씩 마시는 현지 습관에 맞춘 크기다.

일본에 사는 한 유학생은 놓치기 쉬운 사정을 덧붙였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몇 개 없고 분리배출 규칙이 까다로워 다 못 마신 큰 컵은 들고 다니기도 버리기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가게 앞에 서서 한 컵을 다 비울 수도 없고 집으로 가져가면 컵을 씻어서 버려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불편이 결국 구매 비용으로 쌓인다.

원가표가 아예 다른 판이었다

제품보다 세게 발목을 잡은 쪽은 비용 구조다.

중국에서 2위안이던 아이스크림이 일본에서는 180엔(약 1,700원)에 팔린다. 4위안이던 레모네이드는 280엔(약 2,600원)이다. 일본 맥도날드 소프트콘은 140엔(약 1,300원)이다. 싸서 이기던 브랜드가 현지 햄버거 체인보다 비싸졌다.

현지 원재료값이 높고 중국에서 실어 나르면 물류비와 관세가 붙는다. 임차료, 인테리어, 인건비도 중국보다 훨씬 위다.

2025년 3월 이 회사가 일본에서 가맹을 열며 공개한 매장 하나당 권장 투자 예산은 약 3000만엔(약 2억 8000만원)이다. 중국의 네 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임차 관련 비용만 1000만엔(약 9400만원) 안팎으로 총액의 3분의 1에 가깝다.

일본 상가 임대 관행이 특이하다. 현지 컨설팅 회사 대표의 설명을 빌리면 월세와 중개 수수료 말고도 임대료 6개월치에 이르는 보증금을 내야 한다. 3년에서 5년을 채워 쓰겠다는 담보다. 여기에 집을 빌려줘 고맙다는 뜻으로 건물주에게 2~3개월치 임대료를 사례금으로 더 얹는다.

초기 투입이 이만큼 무거우면 매장이 빨리 늘 수가 없다. 낮은 가격으로 손님을 모으고 가맹으로 매장을 늘리고 규모로 원가를 누르던 바퀴가 이 시장에서는 돌지 않았다.

일본 손님은 새것보다 확실한 것을 골랐다

두 나라의 시계가 다르게 돌았다

지난 10년 중국 밀크티는 쉬지 않는 신제품 경쟁 속에서 컸다. 2015년 이전만 해도 밀크티라고 하면 분말을 탄 음료나 전통 버블티였다. 새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줄 서기 열풍이 전국을 훑자 자본이 들어왔고 업계는 등 떠밀리듯 달렸다. 치즈폼을 얹은 차에서 과일차로 넘어갔고 요즘은 가벼운 우유차와 향긋한 레몬차가 잘 나간다. 소비자는 새것을 맛보는 경험을 반복하며 이 카테고리를 배웠다.

출처: Instagram @heytea.jp

일본은 훨씬 느리게 걸었다. 2019년 무렵 버블티 열풍이 한 번 크게 왔고 공차 같은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섰다. 짧은 사이 거리에 밀크티 가게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 열기는 과일차나 가벼운 우유차 같은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멈췄다.

현지 컨설팅 회사 대표는 중국 밀크티가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일본 소비자가 따라잡지 못한다고 표현했다. 중국에서 이미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 제품을 일본 소비자는 아직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진짜 상대는 옆 가게가 아니었다

국제커피기구 자료를 보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커피 소비 시장이다. 편의점 원두커피, 자동판매기, 체인 카페가 출퇴근길부터 사무실과 휴식 시간까지 거의 다 덮었다. 현지 컨설팅 회사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일본에서 밀크티의 상대는 다른 밀크티 가게가 아니라 커피다. 일본 소비자에게 밀크티는 어쩌다 한 번 맛보는 선택지에 가깝다. 개점 첫날 줄이 길어도 꾸준한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본 소비사회를 연구한 미우라 아쓰시는 『제4의 소비』에서 일본이 이미 성숙 소비사회에 들어섰다고 썼다. 고속 성장기처럼 새 상품을 계속 쫓는 대신 시장에서 검증이 끝났고 값을 꾸준히 해주는 물건을 고른다는 이야기다. 소비 행동도 더 많이 갖는 쪽에서 오래 쓰는 쪽으로 옮겨갔다.

편의점 커피와 자동판매기가 수십 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힘은 신선함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얻어진다는 확실성이다. 반대편에서 중국 밀크티가 기대는 것은 여전히 새 카테고리와 한정판 같은 마케팅 언어다. 일본 소비자는 익숙하고 예측되는 것을 좋아한다. 무너진 브랜드들의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너무 새롭다는 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느리게 연 브랜드만 10년을 버텼다

일본에서 외국 밀크티가 전부 참패한 것은 아니다.

출처: Gong cha Japan

공차는 2015년 도쿄 하라주쿠에 일본 1호점을 냈다. 물량부터 깔지 않았다. 직영으로 굴리며 제품과 매장 경험을 표준으로 다듬는 일을 먼저 했다. 그러는 사이 즉석에서 만드는 차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현지 소비자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2025년 일본 진출 10년을 채웠고 2026년 1월 기준 매장은 220개를 넘겼다.

공차가 낸 길의 이름은 현지화와 브랜드화다. 단맛을 일본 입맛에 맞게 낮췄고 순수한 차 계열을 앞세웠고 작은 컵을 내놨다. 매장 형태도 빠르게 받아 가는 곳과 머물다 가는 곳으로 나눴다. 뒤쪽은 공부하거나 사람을 만나러 오는 젊은 손님을 노린 선택이었다.

대만에서 건너온 전통 밀크티 브랜드 몇 곳도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매장 수는 많지 않아도 작고 단단한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여기서 일본 상업의 셈법이 드러난다. 현지 컨설팅 회사 대표는 일본 사업이 유행을 좇기보다 5년 10년 단위의 안정적 운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에 들어간 브랜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중국 창업자 상당수가 못 견디는 속도다. 대신 한 번 인지가 박히면 브랜드 수명이 길게 간다.

인구가 늘어 저절로 파이가 커지는 일도 없고 빈 땅을 먼저 밟는 식의 기회도 없다. 대신 제품, 서비스, 브랜드를 보는 눈이 지독하게 까다롭다. 이 시장은 매장을 빨리 여는 쪽에 상을 주지 않는다.

오늘도 그 맛이라는 약속을 팔아라

한국 사장에게 이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출처: Gong cha Japan

한국도 새것으로 굴러가는 시장이 아니다. 문 연 첫 주에 대기 줄이 생기는 가게는 지금도 나온다. 문제는 두 달 뒤다. 사진 한 장 찍고 간 손님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 줄은 매출이 아니라 비용이었다.

일본에서 무너진 브랜드들이 놓친 것은 신제품 개발력이 아니다. 손님이 오늘 그 문을 열 이유를 만들지 못했다. 살아남은 쪽은 10년 동안 같은 컵에 같은 당도를 담아 확실성을 쌓았다.

내일 아침 메뉴판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한 줄을 골라보라. 그리고 앞으로 석 달간 그 메뉴의 레시피, 양, 담는 그릇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정하라. 원가가 흔들려도 다른 데서 메우고 그 한 줄만은 지킨다. 그다음 손님 눈에 보이는 자리에 그 약속을 적어두라. 신메뉴 열두 개보다 이 한 줄이 재방문을 더 많이 만든다. 손님이 다시 오는 이유는 놀라움이 아니라 어제와 같았다는 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