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고기값은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는다
미국 소 사육두수가 1951년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수입 소고기 원가가 뛰었다. 소는 도축까지 최소 2년이 걸려 값이 곧 되돌아올 자리가 없다. 국내 외식 사장이 지금 손봐야 할 건 판매가가 아니라 부위다.
원가가 오르면 사장은 먼저 달력을 본다. 이 파동이 몇 달짜리인지부터 센다. 계란도 밀가루도 한 계절 버티니 제자리로 왔다. 소고기도 그럴 거라고 본다. 그 계산이 지금 어긋나고 있다.
올랐으니 곧 내려간다는 계산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잡힌 숫자부터 보자. 미국산 냉장 척아이롤 100g 소비자가격은 4,343원이다. 1년 전 3,377원에서 28.6% 올랐다. 평년 3,092원과 견주면 40.5% 뛴 값이다. 냉장 갈비살도 100g에 4,804원으로 1년 새 18.4% 올랐다.

한 해 상승폭치고 크다. 그런데 사장이 실제로 물어야 할 건 폭이 아니라 방향이다. 이 값이 되돌아갈 자리가 있느냐다.
채소값과 소고기값은 다른 시계를 쓴다
배추는 한 철 농사를 망쳐도 다음 철에 답이 나온다. 심고 거두는 데 몇 달이면 되니까. 소는 그 시계를 못 쓴다. 미국 축산업계는 송아지가 도축 체중에 닿기까지 최소 2년을 잡는다. 오늘 목장주가 마음을 고쳐먹고 번식을 늘려도 그 고기가 도축장에 서는 건 2028년 언저리다.
미국 목장에서 소가 사라진 자리
지금 미국 소 사육두수는 8,620만 마리다. 1951년 이후 가장 적다. 75년 만의 바닥이라는 뜻이다.

한 해 이상기후 탓만은 아니다. 가뭄이 길어지며 방목지가 마르자 사료를 사서 먹여야 했고 사료값과 연료비가 같이 올랐다. 몇 해째 마진이 얇았던 목장주들은 소를 늘리는 대신 팔았다. 그중엔 번식용 암소도 있었다. 번식우를 팔면 당장 현금이 들어오지만 다음 세대가 사라진다.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거기서 또 늘어난다.
회복을 늦추는 건 날씨가 아니라 계산기다
축산에는 대략 10년 주기로 도는 소 사이클이 있다. 값이 좋으면 늘리고 나쁘면 줄이는 리듬이다. 지금 국면의 고약한 점은 값이 사상 최고인데도 목장주가 쉽게 늘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를 늘리려면 지금 비싸게 팔릴 암소를 팔지 않고 두 해를 먹여야 한다. 눈앞의 최고가를 포기하는 선택이다. 고령화된 목장주가 그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공급이 더 줄어든다. 2026년 미국 소고기 총공급량은 311억 파운드다. 약 141억kg이고 전년보다 2.5% 적다. 2019년 이후 최저치다.
국경과 관세가 우회로를 막았다
미국은 부족분을 밖에서 메울 수 있다. 그 길도 지금은 좁다. 가축 질병 확산을 막겠다며 멕시코산 소 반입을 제한했고 수입 소고기에는 관세가 붙었다. 값을 잡으려 관세를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아직 체감할 만큼 풀린 신호는 없다.

한국 사장에게는 여기에 한 겹이 더 붙는다.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인다. 달러 표시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로 찍히는 청구서는 더 두꺼워진다. 미국 시세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밀면 수입육 원가는 두 번 오른다.
주방에서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파인다이닝 체인 쪽에서는 메뉴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는 표현까지 돌았다. 안심과 등심 계열은 두 자릿수 퍼센트로 올렸다. 십수 년 전만 해도 파운드당 2.50달러 남짓이면 받던 부위가 있다. 약 3,600원 선이다. 그 부위가 지금은 몇 배를 부른다고 현지 업계는 말한다. 정육 가공장도 마진이 눌려 문을 닫는 곳이 생겼다.
이쯤이면 손님이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안 줄었다. 스테이크하우스 문 앞은 여전히 붐빈다. 여유 있는 손님은 와규를 고민 없이 시키고 중간 소득 가구는 닭고기와 식물성 단백질로 옮겨간다. 위쪽 수요가 버티는 한 가격을 끌어내릴 힘은 생기지 않는다. 비싸도 팔리는 물건은 싸지지 않는다.
메뉴판보다 부위를 먼저 갈아야 한다
값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건 전략이 아니라 유예다. 미국 현지에서도 2028년까지는 값이 안 내려온다고 본다. 최소 두 해는 이 원가로 장사해야 한다.

그사이 사장이 손댈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판매가를 올리는 건 가장 쉽고 가장 위험하다. 옆 가게가 안 올리면 손님이 그쪽으로 간다. 포션을 줄이는 건 티가 난다. 남는 건 부위다.
미국 주방들이 지금 하는 일이 그거다. 값싼 부위를 숙성하고 정형해 주력 메뉴로 끌어올린다. 한 부위를 여러 메뉴에 나눠 쓰며 손실을 줄인다. 목장과 직접 거래를 트고 그 관계 자체를 메뉴 설명에 얹는다. 비싼 부위를 싸게 사는 방법을 찾는 대신 싼 부위를 비싸게 팔 이유를 만든다.
오늘 마감하고 나서 최근 석 달 거래명세서를 펴보라. 가장 많이 쓴 부위 하나의 100g 단가를 작년 같은 달과 나란히 적는다. 그 한 줄이 몇 퍼센트 올랐는지가 내년 이 가게 마진을 결정한다. 숫자를 확인했다면 그 부위가 들어가는 메뉴 하나를 골라 다른 부위로 바꿔 열흘만 팔아본다. 손님은 부위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접시에 담겨 나온 것의 맛과 값만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