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K 여름 특집 기사] 한국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이 병을 앓고 있습니다

[FBK 여름 특집 기사] 한국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이 병을 앓고 있습니다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7월 14일
수정일: 2025년 7월 14일

"사장님, 아프면 안 됩니다." 이 말은 덕담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주문이 된 지 오래다.

찜통 같은 주방에서 땀 흘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배달 알림에 밤잠을 설치는 대한민국 자영업자들.

FOOD BUSINESS KOREA가 여름을 맞아 실시한 심층 분석 결과, 이들 10명 중 8명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복합 소진 증후군(Complex Burnout Syndrome)이다. 이는 단순히 몸이 피곤한 수준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일상과 생업을 위협하는 자영업자 특화 직업병이다.

통계로 보는 '복합 소진 증후군'의 실태

FOOD BUSINESS KOREA가 외식업 종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응답자의 82%가 아래 3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을 주기적으로 경험한다고 답했다. 이는 "10명 중 8명"이라는 통계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1. 만성 근골격계 질환 (68%): "손목이 시큰거려 국자 들기가 겁난다." 하루 수백 번 칼질과 팬을 돌리는 손목,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는 허리, 장시간 서서 일하는 발목과 무릎은 이미 제 기능을 잃었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 족저근막염, 허리디스크는 외식업 사장님들의 '기본 옵션'처럼 여겨진다.

2. 위장 및 소화기 질환 (55%): "내 밥은 손님 다 먹고 난 시간에 맞춰 서둘러 대충 때운다." 불규칙한 식사, 끼니를 거르거나 급하게 먹는 습관은 필연적으로 만성 위염,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진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

3. 정신적 소진 및 수면장애 (79%): "자려고 누우면 내일 재료값, 월세 걱정에 잠이 안 온다." 응답자의 약 80%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호소했다. 매출 압박, 진상 손님 응대, 인력 관리의 어려움은 우울감,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우울증 위험군은 일반 직장인의 2.5배에 달한다.

세대별로 다른, 그러나 결국은 같은 고통의 얼굴

이 '복합 소진 증후군'은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20대 청년 사장부터 80대 노부부까지,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아파하고 있었다.

20-30대 청년 사장님: '불안과 번아웃'

SNS에서 본 '힙한' 가게를 꿈꾸며 야심 차게 창업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금,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경쟁 가게, 별점 테러의 공포. 이들은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하루 14시간 이상을 가게에 쏟아붓는다. 젊음을 담보로 버티지만, 마음은 이미 새까맣게 타버린 번아웃 상태다.

40-50대 중년 가장: '책임감과 만성피로'

자녀 학원비, 부모님 용돈, 아파트 대출금까지. 가게는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가 걸린 전쟁터다. 이들에게 "아프다"는 말은 사치다. "내가 쓰러지면 다 끝난다"는 책임감이 진통제보다 더 강력하게 통증을 억누른다. 이들의 몸은 이미 만성피로와 각종 염증에 잠식되었지만, 겉으로는 애써 웃어 보일 뿐이다.

60대 이상 노년 상인: '생계와 신체적 고통'

"이 나이에 그만둬야지. 근데 이거 안 하면 뭘 먹고 살아." 은퇴는 먼 나라 이야기다.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작은 식당은 이들의 마지막 생계 수단이다. 닳아버린 연골, 시큰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새벽같이 가게 문을 연다. 이들에게 장사는 노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투이며, 가게 문을 닫는 순간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우리는 왜 아플 수밖에 없는가?

이 병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자영업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살인적인 경쟁 구조: 인구 대비 너무나 많은 식당. "옆 가게보다 100원이라도 싸게, 1시간이라도 더 늦게까지" 열어야 한다는 무한 경쟁이 스스로를 갉아먹게 만든다.

일과 삶의 완전한 붕괴: 내 가게는 24시간 꺼지지 않는 걱정거리다. 퇴근 후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머릿속은 온통 가게 생각뿐이다. '쉼'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개인의 불안감이 맞물려 재충전의 기회를 박탈한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 아파서 가게 문을 닫으면 그날의 수입은 '0'이다. 직장인처럼 병가를 내거나 유급휴가를 쓸 수 없다. 하루 수입이 아쉬워 병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위한 최소한의 처방전

"가게가 아프면 고치면서, 왜 사장님 몸은 방치하십니까?" 이 질문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위한 최소한의 처방은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쉬기: 일주일에 단 반나절이라도 '가게 생각 안 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라.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아플 때 무조건 병원 가기: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생각은 가장 위험하다. 작은 통증일 때 병원에 가는 것이 결국 돈과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동료와 연결되기: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주변 상인들과 고충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지역 상인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서적 지지대를 만들어라.

정부와 사회 역시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의료 지원, 심리 상담 프로그램 확대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

뜨거운 여름, 당신의 땀은 소중하지만 눈물은 아니어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사장님이 건강해야, 당신의 소중한 가게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