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고객은 어떻게 내 가게를 찾아오는가

[내곁에 김사부] 고객은 어떻게 내 가게를 찾아오는가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7월 29일
수정일: 2025년 7월 29일

브랜딩의 기본은 ‘연상’이다. 그래서 장사꾼은 고객의 머릿속에 이미지 하나를 심어야 한다. 쪽갈비를 손에 쥐고 게장에 찍어 먹는 모습. 그것이 기억의 단서가 되어, 어느 날 저녁 “고기 먹을까?”라는 말에 곧장 그 집이 떠오르게 만든다.

청주에 ‘연게소문’이라는 가게가 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연탄에 구운 쪽갈비와 게장을 파는 조합이라니, 어울릴까?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지만, 한 입 베어 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쪽갈비 살이 손쉽게 뜯기도록 칼집을 내고, 그걸 게장 국물에 푹 적셔 먹는 방식이라니. 입 안에서 퍼지는 조화는 낯설지만 황홀했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귀찮은 두 가지 "기다림""발라먹는 번거로움"을 없앤 이 집,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더 인상 깊은 건 그 ‘한 끗 차이’가 아니었다.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전국 지도가 눈에 띄었다. 방문객이 자기 지역에 스티커를 붙이게 해두었는데,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빼곡하다. 나도 모르게 스티커 하나 붙이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이게 바로 '참여의 심리'다. 누군가가 남긴 흔적을 보면 나도 끼고 싶어진다. 계곡에 쌓인 돌탑처럼,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입소문이 된다.

어떻게 내 가게를 사람들이 찾게 만들까?

이미지 출처 : 연게소문(네이버스마트플레이스)

“떠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고기 하면 그 집, 게장 하면 그 집. 브랜딩의 기본은 ‘연상’이다. 그래서 장사꾼은 고객의 머릿속에 이미지 하나를 심어야 한다. 쪽갈비를 손에 쥐고 게장에 찍어 먹는 모습. 그것이 기억의 단서가 되어, 어느 날 저녁 “고기 먹을까?”라는 말에 곧장 그 집이 떠오르게 만든다.

입소문은 그냥 나지 않는다. 경험이 전파를 타야 한다. 그런데 그 경험이 혼자만 알고 싶을 만큼 특별하면? 고객은 딜레마에 빠진다. 알려주고 싶지만 붐비는 건 싫고. 그래서 정말 입소문이 터지려면, 고객이 '자랑하고 싶은 경험'을 해야 한다. 혜택도 한몫한다. 10만 원 결제했더니 1만 원 상품권을 준다? 그게 이 매장에서만 쓸 수 있는 거라면? 고객은 기분 좋게 ‘다시 올 이유’를 만든다. 비용은 고작 3천 원 남짓, 효과는 다음 방문을 확정 짓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출처 : freepik

또한 지인 추천이 가진 힘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어디 좋은 데 없냐는 질문에 늘 지인의 의견을 묻는다. 믿을 만한 사람, 내 취향을 아는 사람의 추천은 광고보다 강력하다. 문제는 그 추천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정보를 받은 고객이 그 경험을 ‘숨기느냐’, ‘알리느냐’의 갈림길에 선다는 것이다. 숨기고 싶은 집은 ‘내 사람’과만 가는 비밀 장소가 되고, 알리고 싶은 집은 혜택과 감동, 독특한 경험이 가득한 곳이다.

여기에 ‘친밀감’과 ‘톤 앤 매너’가 더해지면 입소문은 날개를 단다. 예컨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카운터 뒤에 줄줄이 꽂혀 있다면? 한 순간에 친근감이 확 올라간다. 혹은, 말 한 마디가 곱고 따뜻한 사장님을 만난다면? 그 자체로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된다. 반대로, 거칠고 무례한 말 한 마디는 단골을 끊게 만드는 결정타가 된다. 말은 생각의 결과물이다. 생각이 곧 말이 되고, 말이 태도가 되고, 결국 브랜드가 된다.

입소문을 부르는 6원칙

입소문을 전파하는 여섯 가지 법칙도 기억하자. 조나 버거의 『컨테이저스』에 따르면, 입소문은 다음 여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1. 소셜 화폐의 법칙
    이 정보, 나만 알고 싶은 보물 같아야 한다. 그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로 자랑거리가 되고, 뭔가 아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2. 계기의 법칙
    머릿속에 쉽게 떠오를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정 시간, 장소, 상황에서 자동으로 연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 감성의 법칙
    이야기가 있어야 감동이 있다. 감동은 공감을 낳고, 공감은 전파를 낳는다. 눈물, 웃음, 분노, 그 어떤 감정도 좋다.

  4. 대중성의 법칙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된 문화 코드나 트렌드를 활용하면 파급력이 크다.

  5. 실용적 가치의 법칙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삶을 더 편하게 해주는 정보는 공유될 수밖에 없다.

  6. 스토리텔링의 법칙
    이야기 자체가 퍼지는 콘텐츠여야 한다. 무미건조한 설명보다, 하나의 서사가 있는 브랜드는 기억되고 회자된다.

이 법칙들을 헤어샵 사례에 비유한 것도 재밌다. 금색 가위를 고를 수 있는 이벤트, 기부 연계 서비스, 고객 이름을 룸에 걸어주는 배려, 그리고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까지. 모두 입소문의 재료다.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미용실’이라는 경험은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소재다. “이런 데가 있어?”라는 반응을 유도해야 입소문이 된다.

결국, 장사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 고객이 “이 집 진짜 대단하다” 말하게 만드는 한 순간, 그게 시작이다. 입소문은 그때부터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퍼져간다. 전단지 수천 장보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더 강력한 시대. 그 말을 이끌어내는 건 ‘기획된 감동’과 ‘치밀한 전략’이다.

오늘, 당신의 가게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가?

장사는 결국,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고객이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