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800원에 한달간 밥이 공짜? 정체는

단돈 2,800원에 한달간 밥이 공짜? 정체는

FBK Tokyo Desk
작성일: 2025년 7월 26일
수정일: 2025년 7월 26일

연일 치솟는 식자재 값에 인건비 부담까지,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시름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손님 지갑은 얇아지고,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심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가?"라는 고민은 모든 식당 사장님들의 공통된 숙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일본에서 들려온 한 소식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역발상적 해법을 제시한다. "단돈 2,800원으로 한 달 내내 밥을 무제한 제공한다면?" 언뜻 듣기엔 손해 보는 장사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객과 가게가 함께 웃는 영리한 전략이 숨어 있다.

'손해'를 자처한 일본 돈가스 전문점의 실험

일본의 대형 외식 기업 코로와이드 그룹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아톰이 운영하는 돈가스 전문점 '카츠토키'는 2025년 7월 31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밥 무한 리필 이용권(お替りご飯無料手形)'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단돈 280엔, 세금을 포함해도 308엔(현재 환율 기준 약 2,900원)에 불과하다.

이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은 행사 기간 내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추가 비용 없이 밥을 얼마든지 리필해 먹을 수 있다. 평소 카츠토키에서 밥 한 공기를 추가하는 비용이 140엔(세금 포함 154엔)인 점을 감안하면, 단 두 번만 리필해도 이용권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혜택인 셈이다. 이는 단순히 음식값을 깎아주는 일회성 할인이 아니라,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고도의 전략적 카드다.

단순 할인을 넘어 '구독 모델'로 가는 길

카츠토키의 이번 프로모션이 영리한 이유는 바로 '이용권'이라는 형태에 있다. 이는 마치 한국의 헬스장 회원권이나 커피 전문점의 월간 구독 서비스와 유사한 원리로 작동한다.

고객의 발길을 묶는 '심리적 자물쇠'

고객은 280엔이라는 소액을 지불하고 이용권을 사는 순간,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한다. 이 작은 비용은 고객이 다음 식사 장소를 고민할 때 카츠토키를 우선순위에 두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즉, 가게는 280엔으로 고객의 미래 방문을 사실상 예약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전단지 할인 쿠폰과는 차원이 다른,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기법이다.

핵심 고객층을 정조준한 맞춤형 혜택

카츠토키의 주 고객층은 점심시간의 직장인 남성과 저녁 시간의 가족 단위 손님이다. 이들에게 '밥 무한 리필'은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에게는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하고,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고객에게는 외식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자신들의 핵심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맞춤형 전략이다.

결론

카츠토키의 '밥 무한 리필 이용권' 사례는 한국의 자영업, 특히 외식업계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핵심은 단순히 '밥'을 무료로 주는 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가게를 꾸준히 찾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 전략의 본질은 저렴한 미끼 상품(밥 리필)을 통해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핵심 메뉴(돈가스)의 판매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이 감소하는 시기에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방문 빈도'를 높여 총매출을 방어하고 끌어올리는 현명한 선택이다.

한국의 자영업자들도 이 사례를 응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치킨집이라면 '사이드 메뉴 무료 이용권'을, 카페라면 '음료 사이즈업 이용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추가 제공에 따른 원가 부담이 비교적 적어야 한다.

둘째, 고객이 그 가치를 즉시 체감하고 재방문할 만큼 매력적인 혜택이어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일회성 할인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이처럼 단골 고객을 '진짜 팬'으로 만드는 관계 중심적 접근이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카츠토키의 작은 '이용권' 한 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불황을 이겨내는 지혜로운 한 수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