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처방전, 아시아의 보양식

오래된 처방전, 아시아의 보양식

FBK Asia Desk
작성일: 2025년 7월 28일
수정일: 2025년 7월 28일

건강을 위해 영양제 한 알이나 건강 주스 한 잔을 찾으시나요?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진정한 치유는 종종 캡슐이 아닌, 따뜻한 그릇에 담겨 나옵니다. 이는 유행을 초월하여 전해 내려오는, 느리고 깊은 '보살핌'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 EyeEm 작가 / freepik

한 그릇의 온기, 국경을 넘는 치유의 맛

'웰니스'라는 말이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아시아의 부엌은 그 자체로 약국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지혜에 무척 익숙합니다. 복중(伏中)의 가장 더운 날, 이열치열의 지혜로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며 땀 흘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몸이 한결 가뿐해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국물 한 그릇에 치유의 염원을 담는 지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는 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의 풍경입니다. 각기 다른 재료와 철학으로, 그들은 어떻게 한 그릇의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려 왔을까요?

중국과 베트남: 약재의 지혜가 녹아든 탕(湯)

중국 전통 의학의 지혜에 뿌리를 둔 사신탕(四神湯)은 마, 연꽃 씨, 가시연밥, 복령 네 가지 약재로 만듭니다. 비장과 소화 기능을 돕는다고 알려져, 식욕이 없거나 심신이 소진되었을 때 찾는 음식입니다. 흙내음이 섞인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은 과부하가 걸린 몸에 조용한 해독제 역할을 합니다.

출처 : EyeEm 작가 / freepik

베트남에서는 툽박(thuốc bắc, 한약재)을 넣고 끓인 닭고기 수프가 오랜 시간 검증된 산후조리 음식입니다. 붉은 대추, 당귀, 구기자, 그리고 영양이 더 풍부하다고 알려진 오골계(gà ác)가 들어갑니다.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깊은 향이 어우러져,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부드럽게 되돌려 놓습니다.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일상에 스며든 치유의 국물

출처 : jcomp 작가 / freepik

필리핀 가정의 부엌에서는 종종 ‘티놀라(Tinola)’가 조용히 끓고 있습니다. 생강을 우린 닭고기 국물에 덜 익은 파파야와 면역력 증진 효과로 유명한 말룽가이(모링가 잎)를 넣어 만듭니다. 갓 지은 밥과 함께 뜨겁게 내는 티놀라는 마치 우리네 엄마가 끓여주던 뭇국처럼, 산모와 아픈 아이는 물론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음식입니다. 필리핀 문화에서는 정성으로 만들면 모든 음식이 약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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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사랑받는 보양식 ‘똠 카 가이(Tom Kha Gai)’는 코코넛 밀크, 갈랑갈, 레몬그라스, 카피르 라임 잎, 그리고 닭고기로 만듭니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새콤달콤한 맛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지만, 모든 재료는 저마다의 역할을 합니다. 갈랑갈은 소화를, 레몬그라스는 염증을, 코코넛 밀크는 속을 달랩니다. 위로의 맛으로 위장한 치유의 음식인 셈입니다.

인도네시아의 닭고기 수프 ‘숩 아얌(Sup Ayam)’은 강황과 생강을 넣어 몸을 덥히고 감기와 피로를 쫓습니다. 일부 가정에서는 간 기능을 돕는다고 알려진 자바 강황을 넣어, 자무(Jamu, 인도네시아 전통 생약)의 효능을 더하기도 합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두 얼굴의 바쿠테(Bak Kut Teh)

출처 : EyeEm 작가 / freepik

‘고기 뼈 차’라는 뜻의 바쿠테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집니다. 말레이시아의 호키엔식 바쿠테는 팔각, 계피, 당귀 등 여러 약재와 돼지갈비를 함께 고아 만듭니다. 본래 고된 노동으로 하루를 버티던 중국인 노동자들의 고기 한 점, 국물 한 모금이 절실했던 시절, 허기를 채우고 기운을 북돋우던 한 그릇이었습니다. 지금은 클랑 지역을 대표하는 아침 식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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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싱가포르의 테오츄식 바쿠테는 하얀 후추의 알싸함이 특징입니다. 국물 색은 맑지만 으깬 마늘과 후추 덕에 맛은 강렬합니다. 마치 한국의 오래된 시장 한편에 자리한 국밥집처럼,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호커 센터(Hawker Centre, 현지 푸드코트)에서 뜨거운 중국차와 함께 곁들입니다. 이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마치 잘 끓인 콩나물국밥으로 속을 푼 듯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을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비움으로써 채우는 미학, 오카유

몸이 아프거나 기력이 없을 때, 많은 일본인은 우리네 흰죽과 꼭 닮은 오카유(おかゆ)를 찾습니다. 쌀을 묽게 쑨 죽으로,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이 없습니다. 강한 맛보다는 소화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음식으로, 종종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나 간 생강을 곁들입니다. 발효 식품인 된장으로 만드는 미소시루(된장국) 역시 특별한 치료제라기보다는 매일의 건강을 지키는 소박한 습관에 가깝습니다. 비움으로써 채우는 일본 특유의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