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직원을 ‘적’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5가지 방법

당신의 직원을 ‘적’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5가지 방법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7월 16일
수정일: 2025년 7월 16일

식당 사장님, 헤어샵 원장님, 혹시 당신의 이야기입니까?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

“조금만 힘들면 그만둔다고 해.”

가게 문을 열고 있는 사장님, 원장님이라면 입에 달고 사는 푸념일 겁니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재료값은 천정부지인데, 믿고 맡길 직원 하나 없다는 한숨이 절로 나오시겠지요.

과연 그럴까요? 혹시 직원들이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의 가게에서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들이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라, 당신 밑에서 일하며 ‘자존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몇 년 전, 비슷한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오직 자신의 성공과 안위가 세상의 중심인 이 땅의 수많은 ‘사장님’들을 위해, 그들의 민낯을 비춰줄 5가지 방법을 새로 준비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면, 아직 당신의 가게는 다시 살아날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첫째, ‘내 손맛(감각)이 곧 법’이라고 선포하라.

당신은 자수성가한 기술자이자 전문가입니다. 그 깐깐한 손맛으로 지금의 식당을 일궜고, 남다른 감각으로 단골을 만드는 헤어 디자이너이며, 족집게 강의로 학원을 키워냈습니다. 그래서 굳게 믿습니다. “이 가게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 직원이 낸 아이디어로 대박 난 신메뉴도 결국 내 레시피의 변주일 뿐이고, 젊은 디자이너를 보고 찾아온 신규 고객도 결국 우리 샵의 명성 덕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회 심리학의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의 전형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신격화하고, 직원의 기여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인지 편향이죠. 직원은 당신의 성공 신화를 뒷받침하는 ‘손발’이지, 함께 성장할 ‘동료’가 아닙니다. 월급 주는 만큼 부려도 된다는 생각에 직원의 공을 가로채는 것은 물론, 인격적인 무시도 서슴지 않습니다. 당신이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 바로 그 순간, 직원은 당신의 가게를 자신의 미래를 걸 곳이 아닌, 잠시 거쳐 가는 ‘알바 자리’로 규정합니다.

둘째, ‘나 때는 말이야’를 주문처럼 외워라.

“나 때는 손님 그릇 비는 거 보고 알아서 채워드렸다.”

“나 때는 밤새 연습해서 기술 배웠어.”

당신의 성공 신화에 대한 자부심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성공’이 20년 전의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고객들은 이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플레이팅을 원하고, 네이버 예약을 선호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공부하지 않습니다. 젊은 직원이 “원장님, 요즘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래요”라고 하면 “근본 없는 머리”라며 깎아내리고, “사장님, 배달 앱에 이런 기능이 새로 나왔어요”라고 하면 “그런 거 할 시간에 홀이나 똑바로 닦아”라며 면박을 줍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혁신가의 딜레마』에서 말했듯, 과거의 성공 공식에만 매달리는 리더는 변화의 파도에 가장 먼저 침몰합니다. 당신의 ‘라떼’ 타령이 계속되는 한, 직원들은 당신의 가게를 ‘성장이 멈춘 박물관’이라 여기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미련 없이 떠나갑니다.

셋째,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알바생’과 ‘진상 손님’ 탓으로 돌려라.

매출이 떨어졌습니까? “요즘 애들이 일을 설렁설렁해서” 서비스가 엉망이 된 탓입니다. 음식에서 클레임이 들어왔습니까? “주방 막내가 정신을 딴 데 팔아서” 그런 겁니다. 예약이 펑크 났습니까? “손님이 약속을 우습게 알아서” 그런 겁니다. 당신의 레시피, 당신의 운영 방식, 당신의 사람 관리에는 단 하나의 문제도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의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입니다. 나의 실패는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불경기) 탓이지만, 직원의 실수는 그의 무능과 불성실함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이중잣대. 당신은 ‘핑계 전문가’가 되어 책임을 지는 대신 책임질 희생양을 찾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전’ 대신 ‘은폐’를 배우고, ‘협력’ 대신 ‘떠넘기기’를 익힙니다. 결국 가게 안에는 신뢰 대신 불신만 가득 차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유령 가게가 되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넷째, 나보다 잘나가는 직원은 어떻게든 밟아줘라.

당신보다 손이 빠른 주방 직원이 있습니까? 당신보다 손님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홀 매니저가 있습니까? 당신보다 신규 고객을 더 잘 유치하는 젊은 디자이너나 강사가 있습니까? 축하할 일이 아닙니다. 이들은 당신의 아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적군’입니다.

그때부터 당신의 교묘한 질투가 시작됩니다. 잘나가는 직원에겐 일부러 까다로운 손님만 붙여주거나, 모두 앞에서 사소한 실수를 부풀려 망신을 줍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우리 가게랑 안 맞아”라며 묵살하고, 그의 성과는 애써 무시합니다. 이른바 ‘Tall Poppy Syndrome(튀어나온 못 증후군)’을 당신의 왕국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유능한 직원은 이런 모욕과 견제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떠나거나, 머지않아 당신 가게 길 건너편에 더 세련된 가게를 차릴 겁니다. 남은 직원들은 ‘잘하면 찍힌다’는 교훈을 얻고, 딱 당신의 수준까지만 일하는 ‘무색무취’의 존재가 됩니다.

다섯째, ‘알아서, 눈치껏’ 하라며 모든 것을 내던져라.

“오늘 바쁠 거니까 알아서들 잘해.”, “손님 없다고 놀지 말고 눈치껏 일 좀 찾아 해.”

당신 머릿속에는 완벽한 그림이 있을지 몰라도, 직원들에게는 그저 ‘혼돈’일 뿐입니다. 명확한 업무 지시나 계획, 하다못해 오늘의 목표조차 공유하지 않은 채 ‘알아서 잘하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가성비를 강조하더니, 오늘은 갑자기 프리미엄 메뉴를 개발하라고 합니다.

리더의 변덕과 예측 불가능성은 직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한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이 완전히 파괴된 환경에서는 누구도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장님(원장님) 마음대로 바뀔 텐데 뭐하러 열심히 해?”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이 말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 당신의 가게를 지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더 이상 제안하지 않으며, 그저 영혼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조용한 퇴사자’가 되어갑니다.

사장님, 원장님. 이 다섯 가지 방법은 단순히 직원을 떠나게 하는 것을 넘어, 당신이 평생을 바쳐 일군 소중한 가게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멸의 기술’입니다.

이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십시오. 당신은 직원을 성공의 ‘파트너’로 만들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왕국을 위협하는 ‘적’으로 만들고 있습니까? 그 선택의 결과가 바로 내일 당신 가게의 문에 붙어있을 ‘임대 문의’ 안내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