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이라던 메타버스, 日 식음료 기업들은 왜?

끝물이라던 메타버스, 日 식음료 기업들은 왜?

FBK Tokyo Desk
작성일: 2025년 7월 29일
수정일: 2025년 7월 29일

한때 미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메타버스’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외면을 받으며 관련 사업을 축소하는 기업들의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그러나 모두가 메타버스에서 발을 빼는 지금, 일본의 전통적인 식음료(F&B) 대기업들은 오히려 이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이들은 거창한 가상현실 대신, Z세대의 놀이터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주목하며 브랜드 경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출처 : sodawhiskey작가 / freepik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 '게임'

기업들이 주목하는 로블록스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거대한 가상 공간 플랫폼이다. 특히 10대 이용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래 소비의 주역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채널로 부상했다. 일본의 영리한 기업들은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억지로 끌어오는 대신, 그들이 이미 머물고 있는 이 거대한 ‘디지털 놀이터’ 안으로 직접 뛰어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일방적인 광고가 아닌, 놀이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고도의 전략이다.

브랜드 세계관을 직접 구축하라 (아사히음료 사례)

일본의 대표적인 음료 기업 아사히음료는 자사의 장수 브랜드 ‘미츠야 사이다’의 제조 공정을 체험하는 게임, ‘미츠야 사이다 팩토리 타이쿤’을 선보였다. 이는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여름방학 시즌을 겨냥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다.

사용자는 게임 속에서 아사히음료의 공장 담당자가 되어 미니게임을 해결하며 실제 아카시 공장의 제조 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이다 생산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아사히음료가 미래 세대와의 연결을 위해 진행하는 ‘100년의 선물(100 YEARS GIFT)’ 캠페인의 일환이다.

특히, 게임에서 얻은 지식을 정리할 수 있는 ‘자유연구 워크시트’를 제공하고, 8월 6일에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현직 공장 견학 담당자가 직접 소통하는 가상 견학 이벤트를 여는 등, 단순한 재미를 넘어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공장 방문이 어려운 잠재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역사와 제조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해 미래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접근법이다.

인기 게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라 (갓파스시 사례)

다루마게임 (출처 :로블록스)

회전초밥 체인 갓파스시(かっぱ寿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자체 게임을 만들기보다, 로블록스 내에서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에 자사 브랜드를 녹여냈다. 이들이 선택한 게임은 누적 접속 870만 회를 넘긴 ‘다루마 게임’으로, 한국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매우 유사한 서바이벌 액션 게임이다.

7월 24일부터 8월 22일까지 진행되는 이 협업 프로젝트에서, 게임 내에는 ‘갓파스시 특별 구역’이 등장한다. 플레이어들은 이곳에서 실제 메뉴인 초밥이나 사이드 메뉴 조형물에 올라타거나 만져볼 수 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이 메뉴들을 ‘펫’처럼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적 접근을 택한 아사히와 달리, 갓파스시는 순수한 재미와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해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일본전기(NEC)와 콘텐츠 기업 브레이브 그룹(Brave group)이 함께 참여해 게임 내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적 성격도 띤다. 즉, 재미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 효과를 데이터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시사점

일본 식음료 기업들의 로블록스 활용 사례는 한물갔다고 여겨지던 메타버스가 어떻게 실용적인 비즈니스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의 전략은 거창한 가상 세계 구축이 아닌, 핵심 타겟 고객이 모여있는 플랫폼에서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본질이 있다.

이는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의 자영업 및 소비재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광고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Z세대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정보 주입식 광고에 반응하지 않는다. 브랜드 스토리를 게임처럼 즐기게 하거나(아사히), 브랜드 요소를 놀이의 일부로 만들어주는(갓파스시) 방식처럼, 고객이 스스로 참여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경험 설계’가 중요해졌다.

둘째,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작은 가게나 브랜드가 로블록스에 자체 게임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핵심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발상의 전환’에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기 떡볶이 가게가 유명 유튜버의 먹방 콘텐츠에 등장하는 것을 넘어, 인기 모바일 게임과 제휴해 ‘떡볶이 아이템’을 출시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챌린지에 자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일본 기업들의 사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광고’가 아닌 ‘놀이’를 팔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잠재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미래 시장의 생존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