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로 돈 버는 가게들, 최악의 악재를 최고의 기회로!

날씨로 돈 버는 가게들, 최악의 악재를 최고의 기회로!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7월 30일
수정일: 2025년 7월 30일

기록적인 폭염과 긴 장마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여름은 모든 자영업자의 오랜 골칫거리다. 그런데 여기, 모두가 기피하는 '악천후'를 오히려 고객을 불러 모으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국내외 기업들의 영리한 전략이 있어, 그 성공 방정식과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출처 : wirestock작가 / freepik

불볕더위, '악재'를 '호재'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

매년 여름, 한국의 식당가와 술집들은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푹푹 찌는 날씨와 예측 불가능한 소나기는 사람들의 외출 심리를 위축시켜 매장 앞을 썰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도쿄 역시 살인적인 더위로 악명 높지만, 한 외식 기업은 이 절망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바로 외식 전문기업 ‘스파이스웍스 홀딩스(Spice Works Holdings)’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24년 7월 22일부터, 자사가 운영하는 5개 식당에서 기온과 주류 가격을 연동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고객들이 더위 때문에 가게 방문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위를 기대하게 만드는 역발상 전략을 꺼내든 것이다.

36℃ : 하이볼, 37℃ : 하이볼/사와, 38℃ : 생맥주/하이볼/사와를 반값에 제공한다.(출처 : Spice Works Holdings)

이들의 전략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당일 최고 기온이 특정 온도를 넘어서면 인기 주류를 반값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물론 기본 안주와 요리 1개 이상 주문이라는 최소 조건을 달아 수익성을 방어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날씨 마케팅, 필수인가?

이러한 날씨 연동 마케팅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데이터로 증명된 효과적인 경영 전략이다. 날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감이 아닌 숫자로 나타난다.

한 유통업계 분석에 따르면, 폭염이나 장마철 평일 매출은 맑은 날 대비 평균 15~2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예측 가능한 매출 하락을 앉아서 당하는 대신, 날씨 마케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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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매출 감소 방어 및 신규 고객 유치

날씨 프로모션은 외출을 망설이던 고객에게 결정적인 방문 명분을 제공한다. ‘어차피 비 오는데 파전이나 먹으러 갈까?’, ‘이렇게 더우니 반값 맥주 마시러 가자’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혜택에 이끌린 새로운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둘째, 긍정적 브랜드 경험 구축

고객은 ‘궂은 날씨 덕분에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는 유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가격 할인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과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다. 불쾌한 날씨라는 부정적 경험을 즐거운 소비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날씨 마케팅의 핵심 가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검증된 한국의 성공 사례

이러한 전략은 더 이상 해외 사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의 대형 유통사 및 테마파크 역시 날씨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롯데월드 말고 레고랜드? '비 온 데이'의 역습

출처 : 레고랜드 코리아 / 페이스북

테마파크에 비가 오는 것은 최악의 악재다. 그러나 레고랜드 코리아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2023년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비 온 데이(비ON DAY)' 프로모션은, 당일 누적 강수량이 10mm를 넘으면 파크를 재방문할 수 있는 이용권 1매를 무료로 증정하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비 때문에 방문을 망설이거나 방문 후 실망했을 고객의 불만을 '공짜 재방문'이라는 압도적인 혜택으로 전환시켜 오히려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린 탁월한 사례다.


"비 오면 백화점으로", 광주신세계의 '레이니 데이'

출처 : 신세계 백화점

백화점 역시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광주신세계는 2023년 7월, 장마철 고객 유치를 위해 '레이니 데이(Rainy Day)' 이벤트를 진행했다. 매일 오전 9시 기준, 강수량이 1mm 이상만 기록되면 자사 앱을 통해 할인쿠폰과 무료 음료권을 제공했다. 이는 고객들이 "비 오니 집에서 쉬자"가 아니라 "비 오니까 백화점 가서 쇼핑하고 커피 마시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행동 유도 장치로 완벽하게 기능했다. 특히 앱을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거두었다.

어쩔 수 없는 변수? 활용 가능한 상수!

스파이스웍스, 레고랜드, 그리고 광주신세계의 사례는 날씨를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아닌, 매출을 견인하는 마케팅의 상수로 활용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의 성공은 '어쩔 수 없다'며 기상 여건을 탓하던 한국의 자영업 시장에 매우 구체적인 교훈을 던진다.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가게일수록 더 민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염 경보 발령 시 포장 고객에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무료 증정', '시간당 강수량 10mm 돌파 시 배달 주문 고객에게 배달비 무료' 등 우리 가게의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결국 핵심은 관점의 전환이다. ‘여름이라서’, ‘비가 와서’ 장사가 안된다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여름이기 때문에’, ‘비가 오기 때문에’ 고객이 우리 가게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전략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동적 사고가 불황 극복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