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한 송이의 가치, ‘인증샷’을 넘어 ‘평생 단골’을 만드는 법
서울의 한 레스토랑은 ‘꽃’을 사진 촬영용 소품으로 활용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반면, 도쿄의 한 비밀스러운 바(Bar)는 ‘꽃’을 고객의 기억과 연결해 충성도를 높인다. 두 공간의 사례는 일회성 ‘체험’을 넘어 지속가능한 ‘관계’를 설계하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명확히 보여준다.

고객의 지갑보다 ‘카메라’를 먼저 열게 하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레스토랑 ‘어썸로즈(Awesome Rose)’는 성공적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전략의 교과서로 꼽힙니다. 이곳의 성공 방정식은 명확합니다. ‘장미’라는 하나의 콘셉트를 중심으로 공간의 모든 요소를 철저하게 배치하는 것입니다.

지하에 위치해 외부와 단절된 공간감, 벽을 채우는 고전 영화, 그리고 매장 곳곳을 장식한 장미는 방문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는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강력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들은 로즈골드 색상의 식기 위에 놓인 장미 모양의 스테이크를 촬영하고 공유하며 자발적인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어썸로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방문하는 고객에게 생화를 증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방문의 가치를 높이는 영리한 전략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예약’이라는 행동에 대한 명확한 보상, 즉 거래적 성격이 강합니다. 어썸로즈의 방식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첫 방문을 유도하고, 그 순간을 가장 화려하게 포장해 온라인에 확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탁월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체험’을 넘어 ‘여운’을 설계하는 일본의 비밀 클럽
도쿄 에비스 어딘가, 주소조차 공개하지 않는 완전 회원제 바 ‘에비스 플라워 파크(EBISU FLOWER PARK)’는 고객 경험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고객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공간을 떠난 뒤에 남는 ‘감정의 여운(余韻)’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버려질 꽃에 ‘기억’을 담아 선물하다
2025년 7월, 에비스 플라워 파크는 모든 회원에게 방문할 때마다 매장을 장식했던 생화 중 한 송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증정품이 아닙니다. 이들의 철학은 “그날 밤의 기억을 꽃의 형태로 집에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지속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에 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될 운명이었던 꽃, 이른바 ‘로스 플라워(loss flower)’에 그날의 대화, 즐거웠던 분위기, 칵테일의 향기라는 ‘기억’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고객은 집에 돌아가 꽃을 볼 때마다 바에서의 특별한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는 일회성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감성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고객의 불만에서 찾은 성장의 기회
에비스 플라워 파크의 이러한 시도는 결코 허공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2025년 6월, 기존 운영사(CHAINSODA)로부터 사업을 인수한 뒤 “가격이 부담스럽다”, “가볍게 들르기 어렵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코스 전용 가격 정책을 폐지하고 단품 메뉴를 도입하는 등 고객 친화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동시에 ‘꽃을 통한 기억의 선물’이라는 독자적인 가치를 더함으로써 이들은 단순한 ‘공간 이용권’에 불과했던 회원권의 개념을 ‘함께 쌓아가는 기억의 총합’으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 자영업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일회성 이벤트 vs 지속가능한 관계
어썸로즈와 에비스 플라워 파크의 사례는 국내 자영업, 특히 과잉 경쟁에 직면한 외식업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썸로즈의 전략은 신규 고객 유치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멋진 인테리어와 사진 찍기 좋은 메뉴는 분명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성수동이나 연남동 거리에서 볼 수 있듯, ‘인증샷 맛집’은 너무나도 많아졌고 쉽게 대체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화려한 경험만으로는 고객의 재방문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것입니다.
반면, 에비스 플라워 파크의 접근법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당신의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는 진심 어린 메시지입니다. 이는 고객을 단순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의 철학을 지지하는 ‘팬’ 혹은 ‘지원군’으로 만듭니다.
이제 한국의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눈을 사로잡을까?’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에 우리 브랜드의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게의 철학이 담긴 작은 인쇄물일 수도, 사장이 직접 고른 배경음악 플레이리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무형의 가치’와 ‘긍정적 기억’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일회성 ‘핫플레이스’가 될 것인가, 세월이 흘러도 기억되는 ‘단골들의 아지트’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은 바로 이 디테일에서 갈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