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매장에 젤라토를 넣었더니 벌어진 일

밀크티 매장에 젤라토를 넣었더니 벌어진 일

작성일: 2026년 9월 15일
수정일: 2026년 9월 15일

음료 시장이 피 튀기는 1000원짜리 저가 전쟁에 빠졌을 때 똑같이 가격을 깎는 것은 하책이다. 중국 차음료 1위 헤이티는 똑같은 찻잔을 내려놓고 이탈리아 젤라토와 베이커리를 결합한 실험실 매장 14개를 기습 출점해 젊은 층을 줄 세웠다. 카테고리 경계를 허물어 객단가와 화제성을 단숨에 되살린 융합의 법칙을 살펴본다.

골목마다 카페가 넘쳐나고 밀크티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메뉴판을 들여다봐도 파는 음료는 거기서 거기다. 결국 남는 것은 50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는 저가 할인 경쟁뿐이다.

하지만 음료 한 잔의 가격을 깎아 승부하는 게임은 끝내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마진은 마르고 사장의 한숨은 깊어진다. 손님에게 내 가게는 수많은 싼 음료 가게 중 하나일 뿐 대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중국 프리미엄 차음료의 선두주자 헤이티는 이 잔혹한 늪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저가 브랜드들이 9.9위안 치킨게임을 벌일 때 헤이티는 전국 주요 거점에 14개의 실험실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똑같은 컵에 담긴 차 대신 차와 이탈리아 정통 수제 젤라토를 결합한 파격적인 매장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흔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왜 굳이 '수제 젤라토'였을까

헤이티의 대표 차 원료를 이탈리아 정통 젤라토에 접목해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 실사
출처: 헤이티(喜茶)

헤이티가 상하이에 문을 연 젤라토 랩은 오픈 첫날부터 인파로 가득 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헤이티가 패스트푸드점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이나 흔한 빙과류가 아니라, 굳이 이탈리아 정통 젤라토를 선택해 고가 정책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치밀한 미각 공학과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일반 공장제 아이스크림은 공기 함량이 높고 유지방이 많아 혀에 기름진 막을 남긴다. 반면 젤라토는 공기 함량이 낮아 쫀득하고 유지방이 적어 원재료 본연의 맛을 투명하게 살려낸다. 헤이티가 자랑하는 최고급 우롱차와 녹차, 신선한 생과일의 섬세한 향을 훼손하지 않고 100퍼센트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릇이 바로 젤라토였던 것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손님의 가격 저항선이었다. 대중의 머릿속에 아이스크림은 1000원 안팎의 저렴한 길거리 간식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제값을 받기 어렵다. 반면 수제 젤라토는 매장에서 매일 직접 제조하는 이탈리아 미식 문화로 인식된다.

헤이티는 9.9위안짜리 차음료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저가 경쟁에 맞불을 놓는 대신, 젤라토라는 하이엔드 카테고리를 차용해 한 컵에 28~38위안(약 5000~7000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가격을 당당히 매겼다. 손님은 비싸다고 투덜대기는커녕 전문 젤라테리아의 고급 요리를 맛본다는 자부심에 열광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베이킹과 공간을 융합해 체류 시간과 객단가를 잡다

차음료와 함께 즐기는 수제 미니 케이크와 베이커리 디저트 라인업 실사
출처: 헤이티(喜茶)

헤이티의 실험은 젤라토에서 멈추지 않았다. 매장에서 갓 구워내는 프리미엄 베이킹 랩과 수제 미니 케이크 코너를 결합했다.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던 매장에 안락한 좌석과 목재 인테리어를 깔고 손님이 디저트와 차를 함께 즐기며 머물도록 유도했다. 손에 쥐는 컵 하나가 아니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케이크와 젤라토, 음료 세트로 객단가가 수직 상승했다. 저가 음료 브랜드가 원가 절감에 매달릴 때, 헤이티는 고부가가치 디저트로 손님의 총 결제 금액을 키운 것이다.

경쟁자가 파는 것과 똑같은 무기로 싸우지 말자. 우리 가게 메뉴판의 후식이나 사이드를 보라. 흔한 공장제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얹어두고 천 원짜리 잔돈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카테고리의 이름을 젤라토나 수제 소르베로 한 끗만 격상시켜도 손님이 체감하는 품격과 지불 의사는 완전히 달라진다. 저가의 진흙탕을 벗어나는 가장 우아한 길은, 손님이 기꺼이 프리미엄 가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고급 카테고리로 영리하게 이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