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루가메제면의 역설: 본고장에서 쫓겨나고 전국 1위가 된 이유
본고장 카가와현에서 외면당한 마루가메제면은 어떻게 전국 1위 우동 체인이 되었을까. 저가 경쟁의 늪에 빠진 지역 상식을 거부하고 과감한 메뉴로 객단가 천장을 뚫어버린 마루가메의 가격 반전 전략을 짚어본다.
원조 골목에서 쫓겨난 우동집이 전국 매출 2조 5천억 원을 찍었다. 일본의 자타공인 우동 성지이자 타 지역보다 우동을 일곱 배나 더 먹는 카가와현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통 사누키 우동을 표방하며 전국 900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 체인 마루가메제면이 유독 본고장 카가와현에서는 줄줄이 문을 닫고 단 한 곳만 간신히 버티고 있다.
대중 매체와 지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비판했다. 카가와현 출신도 아닌 기업이 사누키 우동의 간판을 가로채 장사하더니 결국 본고장의 매서운 맛 평가 앞에서 밑천을 드러냈다는 조롱이었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원조 골목 바깥에서 갈렸다. 마루가메제면은 카가와현의 인정을 받지 못해 망해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골목 상권의 낡은 상식을 기꺼이 버림으로써 전국 제패의 발판을 마련했다.
원조 골목에서 전멸당한 절대 강자의 굴욕
숫자만 보면 마루가메제면은 일본 우동 업계의 흔들리지 않는 절대 군주다. 전국 매장 수만 약 900개에 달하며 2위 체인인 하나마루우동(약 420개)을 두 배 이상 앞선다. 연간 매출 규모는 세 배에서 네 배까지 벌어져 사실상 독주 체제다. 모기업 트리돌홀딩스의 연간 매출은 무려 2,787억 엔(약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누키 우동의 심장부인 카가와현에 들어서면 천하의 마루가메제면도 힘을 쓰지 못한다. 하나마루우동이 현내에서 14개 매장을 성황리에 운영하는 동안 마루가메제면은 과거 문을 열었던 대형 쇼핑몰 매장과 도심 매장을 모두 폐점했다. 지금은 다카마쓰 시내의 매장 단 한 곳만이 살아남아 전국에서 가장 매장이 적은 지역으로 전락했다. 인근 매장이 철수한 자리에 다른 우동집이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서 번창하는 것을 보면 상권 문제가 아니라 마루가메제면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거부당했음을 알 수 있다.
정통의 맛을 거부한 불경죄와 지역의 반감
일본 분슌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카가와 현민들이 마루가메제면에 등을 돌린 표면적 이유는 정통 방식과의 충돌이다. 카가와현의 우동집들은 말린 멸치를 푹 우려낸 이리코 육수의 진한 향을 생명으로 삼는다. 반면 마루가메제면은 전국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중심의 육수를 쓴다. 본고장의 핵심 식재료를 쓰지 않으면서 간판에는 당당히 사누키 우동이라 내걸고 매장 안에 카가와현의 명산 사진을 걸어둔 모습이 현지인들에게는 기만으로 비쳤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있었다. 마루가메 시내의 제면소에서 기술을 배운 장인이 미국에 차린 개인 식당을 상대로 본사가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려 했던 이른바 마루가메 몬조 사건이다. 현지 장인들과 언론이 거세게 반발하며 불매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마루가메제면의 진짜 고민은 전통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고기 한 점으로 400엔 가격 천장을 깨부수다
카가와현의 우동 상권은 독특하다 못해 기형적이다. 현민들의 머릿속에는 우동 한 그릇에 100엔(약 900원) 튀김 한 개에 60엔(약 540원)이라는 쇼와 시대의 가격표가 박혀 있다. 본고장 손님들에게 우동은 맛을 음미하는 외식이 아니라 편의점 삼각김밥보다 저렴해야 마땅한 일상 생계식이다. 손님이 기대하는 가격이 바닥에 붙어 있으니 식당은 아무리 손님이 붐벼도 가격을 올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루가메제면은 이 족쇄를 찼던 본고장 손님들을 과감하게 잃어도 되는 손님으로 규정했다. 그 대신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전국의 새로운 고객에게 시선을 돌렸다. 결정적 승부수는 2014년 8월에 던져졌다. 당시 우동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한정 메뉴의 가격 상한선은 400엔(약 3,600원)이 불문율이었다. 마루가메제면은 이 벽을 부수고 590엔(약 5,300원)짜리 고기듬뿍 우동을 내놓았다.
달콤 짭조름하게 조린 소고기를 기존보다 두 배나 얹은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내부에서는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반대가 빗발쳤다. 경영진은 물러서지 않고 창사 이래 최초로 전국 텔레비전 광고까지 쏟아부으며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손님들은 590엔을 아까워하기는커녕 고기가 수북한 우동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최저가는 저울추일 뿐 돈은 위에서 번다
이 한 번의 성공으로 마루가메제면은 객단가의 천장을 단숨에 뚫어버렸다. 이후 토마토 달걀 카레 우동이나 닭튀김 붓카케 우동 같은 600엔에서 700엔대(약 5,400원에서 6,300원대) 프리미엄 메뉴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부터 1인당 객단가 500엔대 후반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우동 한 그릇에 튀김 하나라는 기본 틀과 저가 상식에 갇혀 있는 하나마루우동은 객단가가 400엔대에 머물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마루가메제면의 가격 전략에서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할 원리가 있다. 이들은 가장 저렴한 기본 우동을 메뉴판에서 지우지 않았다. 가장 싼 메뉴는 우리 집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안도감을 주는 저울추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고객이 기꺼이 돈을 낼 명분을 갖춘 최고가 메뉴를 새로 얹었다. 손님은 가장 싼 메뉴와 가장 비싼 메뉴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고단가 메뉴를 선택한다. 돈은 저울추에서 버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번다.
메뉴판 맨 위에 새로운 깃발을 꽂아라
본고장 카가와현에서는 여전히 마루가메제면을 보며 우동 한 그릇에 그렇게 비싸게 받느냐며 손가락질한다. 마루가메제면은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근 수년간 마루가메 성 복원 비용을 기부하고 유명 연예인을 부른 우동 축제를 열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국 고객에게 사누키 우동이라는 정통성의 상징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 장치일 뿐이다. 그들이 카가와현의 눈치를 보느라 100엔짜리 저가 우동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0퍼센트다.

장사가 안될 때 사장님들이 가장 먼저 빠지는 함정이 바로 가격 인하다. 내 매장을 찾아오는 단골이 비싸다고 투덜대면 겁을 먹고 가격을 내리거나 양을 늘린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싼 가격만 찾아다니며 100원 인상에도 정색하는 손님은 사장님의 가게를 지켜줄 은인이 아니다. 골목의 좁은 상식에 갇혀 떠나보내야 할 손님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내 가게의 가격 결정권은 영원히 사라진다.
오늘 밤 당장 가게의 메뉴판을 펼쳐보라. 가장 저렴한 기본 메뉴의 가격은 그대로 두어라. 그 대신 맨 위에 기존 최고가보다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더 비싼 프리미엄 토핑 메뉴 하나를 새로 만들어 올려라. 고기를 두 배로 얹든 특별한 비법 고명을 듬뿍 올리든 손님이 지갑을 열 확실한 시각적 명분을 주면 된다. 사장님의 메뉴판은 지금 떠나보내야 할 손님의 눈치를 보느라 천장에 갇혀 있는가 아니면 제값을 치를 고객을 위해 위를 열어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