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상품은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추가 주문을 설계하는 것이다

미끼상품은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추가 주문을 설계하는 것이다

작성일: 2026년 9월 14일
수정일: 2026년 9월 14일

13년 전 150엔 가격표를 상호에 박아버린 스시집이 평일 770엔 런치 특선으로 2주 치 예약을 꽉 채운다. 마진 없는 런치를 미끼로 내세워 손님이 스스로 추가 주문을 넣게 만드는 영리한 메뉴 구조화 전략이다.

일본 아이치현 다카하마시의 작은 스시집 '니기리스시 이치고이치에'. 점심과 저녁 모두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1~2주 뒤까지 예약이 꽉 찬다. 손님들이 노리는 것은 평일 한정 5관 모둠 런치다. 당일 잡은 생선 5관에 샐러드와 붉은 된장국이 딸려 나오는 가격이 단돈 770엔(약 7,000원)이다.

저렴한 것은 런치만이 아니다. 참치 대뱃살, 성게알, 모란새우, 연어알 등 50종이 넘는 초밥 재료의 첫 1관 가격이 전부 165엔(약 1,500원)이다. 회전초밥보다 싼 가격에 장인이 눈앞에서 직접 쥐어주는 스시를 맛보려 손님들이 몰려든다.

1관 165엔 성게알(우니) 군함말이
출처: 타베로그

간판에 박아버린 가격표가 신뢰가 되다

사실 이 가게는 13년 전 문을 연 이래 가격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상호인 '이치고이치에(一五〇)'가 창업 당시 '1관 150엔'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점주는 "가게 이름 탓에 가격을 쉽게 못 바꾼다. 솔직히 괴롭다"고 털어놓는다.

가게가 들어선 건물 외관. 오른쪽 벽면에 모체인 「스시카이세키 미도리(鮨懐石 みどり)」 간판이 걸려 있다
출처: 타베로그
가게가 공식 홈페이지에 내건 「다섯 가지 약속」. 상호 「一五〇(이치고이치에)」 아래 첫 줄이
출처: にぎり鮨 一五〇 공식 홈페이지

약점이 신뢰의 증거로 바뀌는 순간

가격을 올리지 못해 괴롭다는 사장의 솔직한 고백은 손님에게 의심 없는 신뢰로 닿았다. 물가 상승기마다 슬그머니 가격표를 고치는 여타 식당과 달리 간판에 가격을 묶어둔 식당의 고집은 강력한 입소문이 되었다. 사장의 족쇄였던 이름이 업장 최고의 마케팅 자산으로 뒤바뀐 셈이다.

적자 런치를 흑자로 바꾸는 추가 주문의 공식

5관 런치를 770엔에 팔아서는 원가도 건지기 힘들다. 하지만 점주는 이를 적자로 끝내지 않고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정교한 발판으로 쓴다.

"런치만으로는 배가 다 차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한 접시나 음료를 더 시켜주시는 것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가게가 공식 홈페이지 대표 비주얼로 내건 니기리 모둠. 어떤 네타를 집어도 1관 150엔이라는 균일가가 이 한 접시의 전제다
출처: にぎり鮨 一五〇 공식 홈페이지

미끼의 목적은 퍼주기가 아니라 유인이다

미끼상품의 본질은 손해를 보는 데 있지 않다. 손님이 매장 문턱을 넘게 만들고 기분 좋게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770엔 런치로 압도적인 혜택을 체감한 손님은 미안함과 만족감 속에서 165엔짜리 고급 단품을 망설임 없이 추가한다. 단품 런치에서 덜어낸 마진을 음료와 추가 주문으로 단숨에 회수하는 구조다.

추가 주문 인기 메뉴 붕장어(아나고) 스시
출처: 타베로그

메뉴판의 숫자가 아니라 동선을 고쳐라

초밥과 별도로 내미는 「오늘의 추천 일품」 메뉴판. 품목마다 가격이 적혀 있어 손님이 한 접시를 더 고르는 통로가 된다
출처: 타베로그

원자재 가격이 뛰면 대다수 사장은 메뉴판의 가격 숫자부터 올린다. 하지만 오른 숫자를 마주한 손님은 가장 먼저 주문을 줄이고 발길을 끊는다. 가격을 건드리기 전에 손님이 기꺼이 다음 메뉴를 주문하게 만드는 동선이 매장에 존재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가격 인상 대신 주문 설계도

매장에서 가장 원가율이 높은 대표 메뉴가 있다면 그 가격을 억지로 올리려 들지 마라. 그 메뉴만으로는 살짝 아쉬운 분량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함께 곁들였을 때 만족도가 극대화되는 가벼운 사이드 메뉴나 음료를 바로 곁에 붙여라. 손님이 "이 가격에 먹었으니 하나 더 시켜도 이득"이라고 느끼는 순간 매장의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