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리면 100% 후회합니다

그냥 버리면 100% 후회합니다

FBK Tokyo Desk
작성일: 2025년 8월 1일
수정일: 2025년 8월 1일

수많은 제품이 쏟아지는 과포화 시장, 여기 포장지 하나 바꿨을 뿐인데 누적 판매 200만 개, 매출 3배라는 신화를 쓴 일본의 한 유업체가 있습니다.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이들의 기상천외한 패키지 전략을 파헤쳐 봅니다.

왜 ‘껍데기’에 목숨 거는가

비슷한 품질, 비슷한 가격의 제품들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특히 자본과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일본의 1945년 창업한 전통 유업체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역시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들은 ‘재미있는 법인(面白法人)’을 표방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업 카약(株式会社カヤック)과 손잡고 문제의 해답을 ‘패키지’에서 찾았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한 예쁜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라는 신념 아래, 소비자가 제품을 손에 드는 그 순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잊을 수 없는 패키지 3

첫 번째: 텍스트 폭탄, ‘우유의 구속’

‘우유의 구속(ミルクの束縛)’의 성공적인 도쿄 진출을 알리는 홍보 이미지.(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후루야유업의 첫 번째 성공 신화는 우유 본연의 진한 맛에 사로잡힌다는 의미의 ‘밀크의 속박(ミルクの束縛)’, 우리말로 의역하면 ‘우유의 구속’이라는 이름의 밀크커피였습니다. 이 제품의 패키지에는 흔한 소 그림이나 커피 사진이 없습니다. 대신, 500ml 우유팩 전면이 마치 성명서처럼 빼곡한 텍스트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유팩 자체를 하나의 광고판이자 정보 매체로 활용하여, 브랜드의 철학과 생유에 대한 자부심을 빼곡한 텍스트로 담아낸 디자인이 큰 화제를 모았다.(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생유 75%”, “우유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낙농업의 발상지, 치바의 자부심” 등.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낙농가를 위하는 진심을 그 어떤 이미지보다 강렬한 텍스트로 전달한 것입니다. 이 파격적인 시도는 SNS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낳았고, 출시 1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두 번째: 먹는 그림책, ‘이야기가 있는 요거트’

▲‘먹는 그림책’ 콘셉트를 시각화하여, 마치 동화 속 무대를 펼친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패키지 디자인이 특징이다.(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두 번째 성공작은 ‘먹는 그림책’을 콘셉트로 한 ‘이야기가 있는 요거트(物語のあるヨーグルト)’ 시리즈입니다. 건강을 위해 의무감으로 먹던 요거트를, 아이와 어른 모두가 그림책을 읽듯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고자 했습니다.

- ‘공주의 한입(姫のひとくち)’: 공주가 맛보는 한입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

- ‘겨울 뭉게구름(冬の入道雲)’: 뭉게구름을 베어 문 듯한 폭신한 식감.

- ‘게으름뱅이 꿀벌(ぐうたら蜜バチ)’: 꿀벌도 부러워할 만큼 달콤한 꿀의 풍미.

▲뚜껑 아래 숨겨진 내지(內紙)에는 제품의 배경이 되는 짧은 이야기(あらすじ, 시놉시스)가 적혀 있어, ‘먹는 그림책’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직접 체험하게 한다.(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이처럼 동화 같은 제품명과 손그림 스타일의 디자인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고, 기존 요거트 제품 대비 매출이 3배나 급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뚜껑을 열면 나오는 짧은 이야기는 이 제품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임을 증명합니다.

세 번째: 마시는 잡지, ‘블랙커피 빈즈’

▲‘마시는 잡지’를 콘셉트로 탄생한 신규 커피 브랜드 ‘블랙커피 빈즈(ブラックコーヒーBEANS)’.(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가장 최근의 도전은 ‘마시는 잡지’라는 독창적인 콘셉트의 ‘블랙커피 빈즈(ブラックコーヒーBEANS)’입니다. 와인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를, 잡지를 읽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블랙커피 빈즈’의 패키지 전개도. 종이팩을 펼치면 마치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원두 가이드, 어레인지 레시피, 품종에 대한 칼럼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드러난다. (이미지 출처 : 후루야유업(古谷乳業株式会社))

커피 원두 한 종류가 잡지의 한 호(號)가 되는 방식입니다. 창간호는 ‘게이샤’ 품종을 특집으로 다룹니다. 패키지를 펼치면 원두의 특징, 역사, 맛있게 마시는 법 등 다채로운 정보가 잡지처럼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스토리를 흡수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 구매를 넘어 지적인 만족감과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팔리는’ 포장의 3가지 조건

후루야유업의 사례는 포화 상태인 한국 시장, 특히 무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 시장에 중요한 교훈을 던집니다. 제품력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 이제는 ‘스토리’를 팔아야 합니다.

1. 가격을 설명하지 말고, 가치를 이야기하라: ‘우유의 구속’처럼, 왜 이 가격을 받아야만 하는지 그 이유와 철학을 패키지를 통해 진솔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당신의 자부심이 곧 브랜드의 신뢰가 됩니다.

2. 포장지를 최고의 영업사원으로 만들어라: ‘이야기가 있는 요거트’처럼, 고객이 제품을 집어 드는 단 몇 초의 순간에 마음을 사로잡을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아내야 합니다. 포장지는 매장 직원이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대신 전해주는 최고의 영업사원입니다.

3. 경험을 설계하고, 공유하게 하라: ‘블랙커피 빈즈’처럼, 패키지를 펼치고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SNS 공유로 이어지며,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가장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이 됩니다.

결국 핵심은 ‘진정성 있는 자기다움’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있습니다. 당신의 가게와 제품에만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찾아, 그것을 패키지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에 담아내십시오. 당신의 제품이 고객의 손에 들리는 그 짧은 순간, 패키지는 가장 똑똑한 스토리텔러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