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미끼였다, 진짜 고객은 지친 부모

아이는 미끼였다, 진짜 고객은 지친 부모

FBK Taiwan Desk
작성일: 2025년 8월 4일
수정일: 2025년 8월 4일

아이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부모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이 현상의 본질은 아이의 즐거움이 아닌, 부모의 절박한 고통을 해결해주는 데 있다. 고객이 진짜 겪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업은 어떻게 성공하는가.

아이를 위한 소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저출산 시대에도 키즈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한 아이에게 열 명의 어른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 현상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절반만을 본 것이다. 본질은 '아이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 아래 '부모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 있다.

출처 : freepik의 user4540679작가

주말의 키즈 카페를 떠올려보자.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고, 부모는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식어빠지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 이 짧은 평화. 이것이 바로 부모가 돈을 내고 구매하는 진짜 상품이다. 아이의 놀이 시설 이용료는 사실 '육아로부터의 잠시 해방권'이자 '죄책감 없는 휴식 이용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당신은 음식을 파는가, '휴식'을 파는가?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상품의 속성이 아닌, 고객의 문제를 재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키즈 카페는 스스로를 '레스토랑'이나 '놀이 시설'로 정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부모에게 예측 가능한 평화의 시간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규정했다.

아이의 '놀이'가 아닌 부모의 '고통'

부모의 고통은 명확하다. 아이와 함께 외출하면 제대로 된 식사가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아이를 주시해야 하고,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아이의 놀이 시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자 장치에 불과하다. 고객은 미끄럼틀을 사는 게 아니라,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는 동안 확보되는 자신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공간'을 '시간'으로 판매하다

따라서 이들의 경쟁자는 다른 식당이 아니다. 차라리 베이비시터, 혹은 집에서 편히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이 경쟁자에 가깝다. 이들은 물리적 '공간'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시간'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판매한다. 그리고 고객은 이 희소한 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여 구매한다.

고객은 상품이 아닌 '증거'를 구매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구체적인 사업 전략으로 이어진다. 대만의 성공 사례들은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엄마는 친구와 편히 수다를 떨라는 의미를 담은 '마니지앙(媽妳講)'. 우리말로 풀면 '엄마, 실컷 얘기해!'라는 이곳의 이름 자체가 이미 핵심 상품이다. 이곳에 마련된 '키즈 인플루언서 포토존'은 부모에게 '나는 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좋은 부모'라는 정체성의 증거를 제공한다. 부모는 이 증거를 SNS에 공유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출처 : 지아통미징(甲蟲秘境) 페이스북

곤충 생태 교육을 결합한 '지아통미징(甲蟲秘境)', 즉 '딱정벌레의 비밀 기지'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는 이곳에 돈을 쓰며 '나는 내 아이에게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현명한 부모'라는 자기효능감의 증거를 구매한다. 아이의 호기심 충족은 그 부산물이다. 결국, 고객은 시설이나 음식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부모상(像)에 부합한다는 '증거'를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쓴다.

이제, 당신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이 원리는 비단 키즈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어쩌면 당신은 고객의 '진짜 문제'가 아닌, 당신이 팔고 싶은 '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피스 상권의 식당이 팔아야 할 것은 단순히 '점심'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간짜리 완벽한 도피'일 수도 있고, 팀 회식을 주관하는 막내 사원의 '실수 없는 선택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뉴판 옆에 '단체 예약 시 팀장님께는 서비스'라는 작은 문구 하나가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동네 카페가 팔아야 할 것은 '커피'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집과 회사가 아닌 제3의 공간'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파트 소음에서 벗어난 집중의 공간'이다. 당신이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면, 좌석 배치와 와이파이 속도, 콘센트의 개수가 커피 원두의 종류보다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결국 사업의 성공은 고객의 숨겨진 고통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데 있다. 당신의 고객이 돈을 내는 진짜 이유, 그들이 당신의 공간을 통해 얻으려는 해방감, 안도감, 혹은 정체성의 증거는 무엇인가. 그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상품을 파는 사람이 아닌, 해결책을 파는 전문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