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석촌동의 '배달의 귀신', 월 3억 신화는 어떻게 쓰여졌나

[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석촌동의 '배달의 귀신', 월 3억 신화는 어떻게 쓰여졌나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4일
수정일: 2025년 6월 24일

석촌동, 쉴 새 없이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지는 그곳에 '배달의 귀신'이 산다. 모두가 '배민(배달의민족)' 탓에 죽겠다 아우성인데, 이곳만은 예외다. 월매출 3억 원. 언뜻 믿기지 않는 숫자가 현실이 되는 공간. 서재일 대표는 배달업계에서 인터뷰어 김유진 대표의 제자 중 단연 원탑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오늘, 그 비밀의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바쁘게 움직이는 주방의 열기 속, 서 대표가 환하게 맞아준다. 점심 피크타임이 채 끝나지 않았건만, 이미 3~400만 원의 매출을 찍었다는 그의 말에 놀라움이 앞선다. "배달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 하시는데, 저는 체감하지 못해요." 단호한 그의 목소리.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그는 힘주어 말했다. "가격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에요. '가치와 격'을 올리지 않으면 이 배달 사회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가, 중가에서 서로 피 터지게 싸울 바에, 최고급 재료 쓰고 비싸게 받는 거죠." 그의 철학은 분명했다. 남들이 땅만 보고 뛸 때, 그는 하늘을 보고 달린 셈이다.

그 '가치와 격'의 시작은 어디일까.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위생등급'이었다. "이게 기본 베이스죠. 점수는 디테일에서 갈려요. 야채 씻는 제품부터 기름때 제거 방식, 그걸 어떻게 표기하는지까지." 냉장고는 마치 실험실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포션해놓은 재료마다 날짜, 유효기간 등이 꼼꼼히 붙어있고, 심지어 '오이 왼쪽부터 사용하세요'라는 메모까지 보였다.

"선입선출이요? 식약처에서 다 검사해요. 진열 순서까지 본다니까요." 오래된 재료가 밑에 깔려있으면 감점. 그저 유통기한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사용 습관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위생 평가 기준은 무려 A4 용지 80장에 달하지만, 핵심 포인트는 40여 가지로 추릴 수 있다고 한다.

"어렵지 않아요. '여기 고무 박힌 데 닦으세요' 하면 그냥 닦으면 끝이에요. 최소한의 약속 같은 거죠." 평가의 본질은 마크 부여가 아니라, 평상시 위생 관리를 습관화하도록 돕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주방은 군대 내무반처럼 칼각이 잡혀있지만, 그것은 억지가 아닌 '습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배달 음식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 바로 '위생'이 아닌가. 서 대표의 주방은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어느 것 하나 관리가 안 된 곳이 없었다. "마감 청소라는 개념이 없어요. 중간중간 계속 정리하니까. 몰아서 하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그의 청결함은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효율적인 작업과 연결되어 있었다.

🗣 Q&A 인터뷰 세션

Q1. 배달 경쟁 심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A1. 남들이 가격으로 출혈 경쟁할 때, 저는 '가치와 격'에 집중했어요. 최고급 재료와 압도적인 위생, 그리고 손님을 향한 진심이 흔들리지 않는 제 비결입니다.

Q2. 주방의 '동선 효율화'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배달 전문점은 주문이 쉴 새 없이 들어오기에, 한 걸음, 한 동작이라도 줄여야 해요. 짧은 동선은 피로도를 낮추고, 주문 처리 속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손님을 만족시키는 핵심입니다.

Q3. 지금 막 배달 장사에 뛰어들었거나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3. 위생과 품질은 절대 타협하지 마세요. 그리고 자기만의 강점을 만드세요. 남들이 안 하는 작은 디테일 하나가 손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게 쌓이면 강력한 브랜드가 됩니다.


이제 그의 '동선 마법'을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갈비탕 끓이는 거 보여드릴까요?"

그의 갈비탕은 시판 제품이 아닌 직접 삶아 만든다. 인건비 때문에 제품 쓰는 곳이 많지만, 손님들은 '공장 맛'을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푹 삶아 커팅해놓은 갈빗대와 양지는 빵이 컸다. '시판은 이렇게 크게 못 나와요. 손님들이 엄청 좋아하시죠.'

주문이 들어오자, 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갈비탕 육수 냉장고는 화구 바로 옆, 단 두 걸음 거리에 있다. 육수를 뜨고, 삶아놓은 갈빗대와 양지를 넣는다. 모든 재료와 용기는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 공간 안에서 다 끝내요. 주문받고 조리하고 설거지까지 피니시!"

주방일수록 동선이 짧아져 효율적이라는 그의 지론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4평 남짓한 공간에서 5개의 브랜드를 운영했던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이다.

냉면 조리도 마찬가지다. 미리 삶아 놓은 면을 끓는 물에 1분 데쳐 바로 헹군다. 여기서 그의 '킥'이 나온다. 헹군 면에 육수를 살짝 버무리는 것.

"그냥 가면 손님 도착했을 때 면이 떡이 돼요. 육수에 버무리면 슬러쉬가 녹는 동안 면이 불지도, 붙지도 않아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노하우다. 면을 삶는 동안, 옆에서는 이미 육수를 뜨고 있다. '1분'이라는 시간 안에 육수 뜨기, 면 삶기가 동시에 완성된다.

메뉴 가짓수가 많아 보여도, 그의 '다 브랜드'는 모두 한식 테두리 안에 있다. 김치찌개, 갈비탕, 삼겹살, 냉면 등.

"한식은 식재료 공유가 많아요. 대파 하나로 김치찌개도 쓰고, 갈비탕도 쓰고, 삼겹살에도 쓰죠. 바트 냉장고 하나로 여러 메뉴를 커버할 수 있어요."

식재료 중복 사용을 통해 냉장고 수를 줄이고 주방 동선을 최소화한 과학적인 설계다.

음식의 완성은 포장이다. 그의 포장 역시 '디테일의 승리'였다. 갈비탕 용기는 속이 보이는 투명 용기.

팔공냉면


"흰 공기에 나가면 어떤 동네 어떤 제품인지 몰라요. 변별력이 없죠. 투명 용기는 받자마자 음식 상태를 보여줘서 기대감을 높여요."

토핑 하나 올릴 때도 색상 조합(보색)을 고려한다. 대추의 붉은색, 지단의 노란색, 팽이버섯의 흰색과 파란색. 눈으로 먼저 먹는 즐거움까지 계산한 것이다.

김치찌개에는 흑미밥과 계란 후라이가 기본으로 나간다. '계란 후라이 밥'은 그 자체로 가슴 설레는 서비스다. "번거롭죠, 근데 할 수만 있다면 해야 돼요." 손님에게 '웰컴 드링크'처럼 식전에 든든하게 드시라고 넣어주는 작은 선물이다.

그의 포장 박스 안에는 특별한 것이 더 들어간다. 상호가 적힌 용기 뒷면에는 정성 들여 조리했다는 글귀가 인쇄되어 있다. "손님의 한 끼가 고향이 되기를 바라며... 새벽마다 엄선한 갈비대와 양지를 꼼꼼히 손질하고 4시간 이상 정성을 끓여냅니다." 그의 노력이 손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품질 보증서'. 롤렉스나 에르메스처럼, 그의 브랜드는 그 자체로 품질을 보증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일회용 생수병에 붙은 스티커는 귀여운 픽토그램으로 '이렇게 따서 드세요'라고 알려준다.

"이 중요한 품질 보증서를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많이 보실까 고민 끝에 물에 붙였죠."

식전후 반드시 마시는 물에 붙여 시선을 사로잡는 전략. 소소하지만 강력한 '킥'이다.

리뷰 이벤트도 적극적이다. "사부님이 늘 말씀하신 먼저 줘라를 실천하는 거죠. '열 번 사주면 하나 줄게'가 아니라, 먼저 주고 받는 거예요." 손님 만족도를 높이고, 이는 곧 플랫폼 노출로 이어진다.

<당신의 가격은 틀렸습니다>, 늘 들고 다닌다는 책 제목처럼, 그는 가격 결정에 있어서도 남다른 철학을 가졌다. 물가 인상분, 직원 월급 등을 반영해 금액을 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가격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보여준 것은 '해장냉면'. 겨울에도 잘 팔리고 아침에도 잘 팔리는 그의 시그니처 메뉴다. 육수와 섞으면 기가 막힌다는 80가지 소스가 해장의 비법. '해장용'이라는 명확한 용도를 메뉴명에 박아 넣어 손님들의 선택을 돕는다.

"임산부용 족발, 고삼용 백숙처럼 용도를 알려주면 손님들은 편해요."

그의 성공은 결코 요행이 아니었다. 깨끗함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리, 한 치의 오차 없는 동선 설계, 최고 품질의 재료, 손님 마음을 사로잡는 디테일한 서비스까지. 이 모든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배달 시장의 혹한기, '죽겠다'는 아우성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서재일 대표.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3억 매출의 비결을 넘어, 외식업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행력을 보여준다. 위생, 효율, 품질, 그리고 고객을 향한 진심이라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작은 디테일을 쌓아 올린 그의 '가치와 격' 전략이 불황 속 자영업자들에게 뜨거운 불꽃을 지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