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강남역 대창집, '상상 초월 서비스'로 불황을 이기는 법

[김유진이 찾은 장사의 神] 강남역 대창집, '상상 초월 서비스'로 불황을 이기는 법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4일
수정일: 2025년 6월 24일

“무서워요. 차라리 상상도 못 할 서비스 혜택을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월 임대료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강남역 한복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이곳에서, 청계숲양대창은 ‘독한 서비스’를 무기로 생존을 넘어 성장을 이야기한다. 입구 벽면을 가득 채운 6개월 치 손님들의 사진은, 이곳의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증명하는 전리품이다.

외식업 불황 속에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맬 때, 이곳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단순히 친절한 응대를 넘어, 고객이 “이렇게까지 받아도 되나?”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가치 제공. 이것이 치열한 강남 상권의 승자 공식임을 그들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설계된 서비스, 계산된 ‘퍼주기’

이곳의 모든 서비스는 감성에만 기댄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고객의 발길을 끌고, 경험을 각인시키며, 최종적으로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치밀한 전략의 결과물이다. 그 중심에는 ‘점심’과 ‘기억’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1. 점심의 제패: ‘한우 수육’이라는 파격

고깃집의 무덤이라 불리는 점심 장사. 청계숲양대창은 이 숙제를 ‘한우 국밥을 시키면 한우 수육을 서비스로 준다’는 파격으로 풀어냈다. 놀라운 것은 서비스로 나가는 수육이 1++ 등급 한우라는 점이다. 단품 판매 시 2만 원은 족히 받아야 할 메뉴를 조건 없이 내어준다.

청계숲양대창의 한우수육 서비스
청계숲양대창의 한우수육 서비스


“거의 남지 않습니다. 사실상 원가에 드리는 거죠.”

윤세인 대표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 전략은 대표의 모친이 “고깃집 점심은 어려우니, 뭐라도 해보자”며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하루 100그릇 이상 팔리는 국밥에 수육 서비스가 더해지자, 고객 경험은 극대화됐다. 이는 ‘미끼 상품’을 넘어, 고객의 뇌리에 ‘압도적 가성비’라는 인식을 새기는 강력한 브랜딩 행위다.

2. 기억의 자산화: 사진 한 장의 힘

음식만 팔아서는 기억에 남을 수 없다. 이곳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고품질로 인화해주는 서비스로 ‘추억’을 판다. 회식이나 기념일에 방문한 고객들은 이 아날로그 감성의 선물에 열광한다. 벽면에 빼곡히 쌓인 사진들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다. 고객 스스로 만들어낸, 살아있는 브랜드 자산이다.

청계숲양대창의 즉석사진 부스
청계숲양대창의 즉석사진 부스


“이 사진 서비스 하나로 ‘청계숲양대창’이 고객에게 각인됩니다.”

리뷰 이벤트 역시 ‘꽝 없는 뽑기’라는 게임적 요소를 더해 재미를 선사한다. ‘리뷰를 쓰면 서비스를 준다’는 거래적 관계를 ‘우리 가게에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는 유희적 관계로 전환시킨 것이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추가 시 하이볼을 즉시 제공하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진입 장벽을 극단적으로 낮춰 잠재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만든 후, 지속적인 소통으로 단골화를 유도한다.

공간과 디테일, 차별화의 완성

청계숲양대창의 독한 전략은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간 설계와 작은 디테일에서도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1. ‘유리 룸’과 ‘셀프 냉장고’의 경제학

양대창집 특유의 소란스러움 대신, 이곳은 투명한 ‘유리 룸’으로 프라이빗함과 개방감을 동시에 잡았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공간이 주는 만족감은 고객을 다시 찾는 핵심 요인이 됐다. 주류를 직접 보고 고르는 ‘셀프 냉장고’는 인건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 특정 주류 ‘1+1 행사’는 ‘마실수록 이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객단가를 자연스럽게 높인다.

소화제 이벤트
청계숲양대창의 소화제 이벤트

2. 보이지 않는 곳까지, 진심을 담다

“과식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유머러스한 메모, 고급 핸드크림과 머리끈 비치, ‘네이버 검색만 해도 아이스크림 증정’ 같은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까지. 모든 디테일이 ‘우리는 당신의 경험에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경험을 완성한다.

청계숲양대창 리뷰이벤트 아이스크림
네이버 검색만 해도 아이스크림을 증정하는 이벤트

불황을 이기는 ‘청계숲 코드’: 3가지 성공의 열쇠

청계숲양대창의 성공은 요행이 아니다. 이는 모든 외식업 자영업자가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전략적 원칙에 기반한다.

  1. 가치의 역설을 실행하라: 경쟁자가 원가를 절감할 때, 오히려 고객이 놀랄 만한 가치를 제공해 시장의 규칙을 재정의하라. 단기적 손실처럼 보이는 투자가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 된다.

  2.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하라: 음식을 넘어 고객이 기억하고 이야기할 만한 ‘꺼리’를 만들어라. 사진, 게임, 특별한 선물 등은 고객의 추억 속에 브랜드를 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3. 디테일로 격차를 벌려라: 공간, 비품, 소통 방식 등 남들이 놓치는 작은 부분에서 가게의 철학과 진심을 보여라. 사소함의 합이 곧 압도적인 차별성이다.

‘죽겠다’는 아우성이 넘쳐나는 시대, 청계숲양대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치열한 외식업 전선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