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레드를 집어삼킨 대만 버블티 브랜드
대만의 한 소셜미디어 관리자는 ‘야오터우(曜頭)’라 불린다. 브랜드 이름에 ‘머리’를 붙인 이 별명은, 그의 게시물이 마약처럼 중독적이라는 뜻이다.

한 잔의 음료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세계
대만 버블티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매달 새로운 브랜드가 태어나고, 잊힌 메뉴가 화려하게 부활하며, 사람들은 7시간씩 줄을 서서 기어이 한 잔의 음료를 손에 넣는다. 그러나 그 열광의 유효기간은 짧다. 어제의 ‘인생 밀크티’는 오늘의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전락하고, 뜨거웠던 소셜미디어 피드는 금세 차갑게 식어버린다.

이것은 단순히 유행이 변덕스럽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자극에 금세 무뎌지도록 설계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쾌락적 쳇바퀴 (hedonic treadmill)’라 부르는 현상이다. 아무리 강렬한 기쁨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배경이 되어버리는 세상. 이곳에서 브랜드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 신기루를 만들어내는 일과 같다.
거인은 힘으로, 도적은 매력으로 문을 연다
이 잔혹한 전장에서 승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거인의 방식이다. 시장의 절대 강자 ‘밀크샤(Milksha)’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8주간의 거대한 팬덤 페스티벌을 열었다. 매주 터지는 경품 이벤트는 사람들의 이목을 붙잡았고, 압도적인 물량 공세는 검색어 순위 1위라는 왕좌를 선물했다. 이것은 힘과 규모의 논리다.
다른 하나는, 이름 없는 도적의 방식이다. 미니멀한 일본 찻집의 감성을 담은 브랜드 ‘바야오허차(八曜和茶)’는 거인과 같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새로운 놀이터를 발견했다.
완벽함이 조롱받는 놀이터, 스레드

페이스북의 정제된 예의도, 인스타그램의 완벽하게 연출된 이미지도 통하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스레드(Threads)다. 이곳은 날것의 생각, 정제되지 않은 유머, 그리고 빛의 속도로 번지는 밈(Meme)이 지배하는 텍스트의 정글이다. 사용자들은 브랜드의 공식 발표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솔한 대화를 원하고, 서로의 농담에 기꺼이 동참하며, 때로는 잘 짜인 광고보다 사소한 실수를 더 사랑한다.
이곳의 문화는 ‘진정성’이라는 단어조차 진부하게 만들 만큼, 꾸며낸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밀어낸다. 브랜드가 조금이라도 가르치려 들거나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순간, 그들은 가차 없는 조롱의 대상이 된다. 바야오허차가 꺼내 든 무기는 바로 이 놀이터의 문법 그 자체였다.
브랜드의 영혼은 한 명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바야오허차의 계정은 브랜드의 공식 발표를 전하지 않았다. 대신, 한 명의 직장인이 겪는 희로애락을 생중계했다. 언어유희, 상사 뒷담화 같은 대화 캡처, 다른 브랜드 담당자와의 시시껄렁한 농담, 그리고 지친 하루 끝에 올리는 푸념까지. 사람들은 광고가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브랜드의 가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심지어 경쟁 브랜드인 ‘이무르(一沐日)’와 손을 잡는 파격을 보였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는 서정적인 이름의 이무르와 바야오허차의 만남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딱딱한 시장에 던지는 유쾌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이 담당자에게 ‘야오터우’라는 애칭을 붙여주었고, 그에 대한 호감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애정으로 옮겨붙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스레드에 오면 항상 바야오가 보인다”는 한 사용자의 말처럼, 그는 플랫폼 자체를 자신의 놀이터이자 브랜드의 영토로 만들었다. 소비자는 그의 유머를 소비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감정’이 ‘매출’로 번역되는 순간이었다.
가면이 얼굴이 될 때,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영원한 축제는 없다. ‘야오터우’의 마법 같은 인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바야오허차는 돌연 방향을 튼다. 중독성 강한 밈 콘텐츠를 줄이고, 다시 제품의 본질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초심을 잃었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어쩌면 가장 영리한 생존 전략이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페르소나는 사람들을 문 안으로 들어오게 할 수는 있지만, 그들을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진정한 얼굴, 즉 그들의 철학과 제품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처음엔 가면의 화려함에 끌리지만, 결국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가면 뒤의 맨얼굴이다.

‘그린 자이언트 옥수수 밀크티’ 같은 기묘한 메뉴를 내놓으며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단기적인 화제성으로 얻은 인기를 장기적인 신뢰 자산으로 전환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우리는 제품이 아니라 관계를 소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이 마신 한 잔의 음료에는, 과연 누구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