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쟁 끝난 중국, '진짜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비밀

배달 전쟁 끝난 중국, '진짜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비밀

FBK Asia Desk
작성일: 2025년 8월 10일
수정일: 2025년 8월 10일

쿠팡이츠가 쏘아 올린 '무료 배달' 경쟁이 한국 외식 시장을 뒤흔드는 지금, 우리보다 먼저 지독한 '보조금 전쟁'을 치르고 휴전에 들어간 중국의 현실은 섬뜩한 미래 경고장과 같다. 전쟁의 포성이 멎자 비로소 드러난 폐허 속에서,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승자 없는 전쟁, 모두가 패자가 된 배달 플랫폼의 역설

한국의 '무료 배달' 경쟁은 중국의 '미친 보조금(疯狂补贴)' 전쟁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경쟁에 끌려 들어간다. 그 결과는 양국 모두 동일하다.

출처 : Freepik의 rawpixel.com

"돈은 더 벌었지만, 우리는 기쁘지 않습니다."

중국의 유명 외식 브랜드 대표가 남긴 이 말은, "매출은 늘었지만 남는 게 없다"는 한국 자영업자들의 한숨과 정확히 겹쳐진다. 배달 주문 건수가 늘어나는 동안, 매장 식사 고객의 발길은 끊기고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에 실질 수익은 오히려 쪼그라드는 '숫자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전쟁의 비용을 자영업자들이 떠안는,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기이한 구조다.

출처 : Freepik

배달이 홀을 잠식할 때, 당신의 가게는 숫자에 속고 있다

진짜 위기는 배달이 홀 영업을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에서 시작된다. 중국의 한 일식당 사장은 "배달 주문이 70%를 넘어서자, 점심 피크타임에도 홀 이용률이 30%가 채 안 됩니다. 텅 빈 공간의 임대료는 고스란히 제 몫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단순히 배달 주문이 늘어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들의 소비 공간 자체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 오프라인 매장의 고정비를 감당해야 하는 전통적인 외식업의 손익분기점 공식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달 앱의 번영이 역설적으로 매장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상황, 이것이 전쟁이 남긴 가장 고통스러운 후유증이다.

가격표를 버리자, 가치를 파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모두가 가격 경쟁의 늪에서 허우적댈 때, 중국에서는 오히려 몇 시간씩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 가게들이 등장하며 위기 속 생존의 길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플랫폼의 게임'이 아닌 '자신만의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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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효율성: 스시로(寿司郎)

'스시로'는 시간당 3,600개의 초밥을 만드는 로봇과 자동화된 주문·서빙 시스템을 통해 원가 구조를 혁신했다. 이들은 배달비 지원 경쟁 대신, 기술을 통해 확보한 압도적인 효율성으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품질 가성비'를 구현했다. 고객은 싼 배달비가 아닌, 그 가치를 보고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출처 : 烤匠麻辣烤鱼 홈페이지

대체 불가능한 경험: 카오장(烤匠)

'카오장'은 '구이 장인'이라는 컨셉 아래, 젊은 층을 겨냥한 정교한 마케팅과 매장 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IP 협업, 대기 손님용 게임 등)를 설계했다. 배달 앱 속 수많은 가게 중 하나가 되기를 거부하고,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라는 무기를 갈고닦았다. 이들에게 고객의 긴 대기 줄은,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파워의 증거다.

전쟁은 끝난다, 당신은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한국의 '무료 배달' 전쟁 역시 언젠가는 끝을 맞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보조금과 지원이라는 인공호흡기가 떼어졌을 때,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중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자영업의 생존이 더 이상 '어느 플랫폼 수수료가 더 싼가'의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무료 배달'이라는 안개가 걷혔을 때, 고객이 수많은 대안을 제치고 기꺼이 내 가게를 선택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스시로'의 압도적인 효율성이든, '카오장'의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든, 혹은 그 무엇도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제품력이든, 그 답을 찾는 가게만이 소리 없이 시작될 '진짜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