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는 노동을, 사장님은 ‘이것’을 팔아야 산다
중국의 한 간담회장에서 로봇이 내놓은 정찬 요리가 극찬을 받는가 하면, 베이징 도심의 작은 주방에선 로봇 셋이 수백 건의 주문을 쳐냅니다. 이 두 장면은 외식 산업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지각 변동, 즉 ‘조리 로봇 혁명’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인건비 폭탄'의 유일한 탈출구인가

외식업 경영자를 짓누르는 인건비와 임대료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을 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조리 로봇은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전통적인 주방이 셰프 2명을 필요로 했다면, 로봇 시스템은 ‘직원 1명이 장비 5~6대를 운영’하는 구조를 가능하게 만들어 인건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합니다. 장비 집약화로 주방 공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가 임대료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도 합니다.
운영 효율의 증가는 더욱 극적입니다. 요리 하나를 2~3분 만에 완성하고, 전체 주방 효율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능력은 피크 타임의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고객을 놓쳤던 사장님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습니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의 가치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중식 볶음 요리의 정수인 ‘웍의 숨결(wok hei)’, 즉 뜨거운 웍을 돌리며 입히는 특유의 불맛과 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 난제로 꼽힙니다. 식재료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그에 맞춰 조리법을 즉흥적으로 변주하는 숙련된 셰프의 감각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입니다.

높은 초기 도입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벽입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장비는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입니다. 메뉴가 단순하고 주방이 협소한 가게일수록 로봇의 가성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로봇은 볶음밥이나 간단한 볶음 요리처럼 고도로 표준화된 메뉴에 최적화되어 있을 뿐, 가게의 명운을 건 시그니처 메뉴나 복잡한 조리 기술이 필요한 요리에는 아직 명확한 한계를 보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기계 주방’을 실험하는가

이러한 명과 암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은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하게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공룡 징동(京东)이 선보인 ‘치시엔샤오추(七鲜小厨)’는 작은 공간에서 로봇이 배달 주문을 전담하는 모델로,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내며 도심형 매장의 미래를 제시합니다. 전국 660개 매장을 보유한 ‘샤오차이위엔(小菜园)’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아예 로봇을 ‘맛의 표준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브랜드 확장과 품질 유지를 동시에 꾀하고 있습니다.
셰프가 사라진 주방에서, 우리는 무엇을 팔아야 할까
결국 조리 로봇의 등장은 우리에게 ‘대체’가 아닌 ‘전환’의 질문을 던집니다. 로봇이 셰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셰프와 사장님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리 업무가 기계의 몫이 된다면, 인간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해답은 ‘가치의 이동’에 있습니다. 로봇이 음식 조리라는 ‘어떻게(How)’를 해결해 줄 때, 사장님은 우리 가게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무엇을(What)’과 ‘왜(Why)’에 집중할 기회를 얻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기획하고, 고객의 취향을 데이터로 분석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설계하고, 우리 가게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앞으로 외식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역량입니다.

미래의 주방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셰프가 아니라, 기계를 ‘활용’해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조하는 사장님이 될 것입니다. 로봇이 웍을 잡는 시대, 이제 우리는 음식 너머의 가치를 파는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