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차별화라는 함정, '스타일'이라는 해법

위기 상황에서 “어렵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전략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안감만 심어주는 역효과를 낳는 것처럼, 방향성 없는 차별화는 브랜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우리는 이제 ‘차별화’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훨씬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개념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의 머릿속에 브랜드의 존재를 명확히 각인시키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힘, 그것은 바로 ‘스타일(Style)’에서 나온다.

스타일: 모방할 수 없는 시각적 각인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겉모습의 화려함이 아니다.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고, 그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고유한 힘이다. 스탠리 텀블러의 독특한 웨이브(곡선), 코카콜라 병의 유려한 실루엣, 바나나우유의 항아리 모양 용기는 기능적 차이를 넘어선 시각적 각인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형태만 보고도 브랜드를 즉각적으로 인지한다. 이것이 바로 스타일의 본질이다.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를 고민하기 전에, ‘우리의 스타일은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경험을 디자인하는 스타일의 힘

이러한 스타일의 원리는 음식과 서비스 경험에 적용될 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음만두의 '규아전골'은 채소를 평범하게 재료를 펼쳐놓는 대신, 이바지 음식처럼 정갈하게 2~3단으로 쌓아 올리고, 다진 양념장마저 꽃 모양으로 찍어낸다. 고객은 단순히 만두전골을 먹는 것이 아니라, 왕에게 진상되던 음식을 대접받는 듯한 ‘스타일’을 경험한다. 이때 고객의 감탄사는 "맛있다"를 넘어 "스타일이 압도적이다"로 바뀐다.

평범한 단무지조차 스타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남쪽마을 돌짜장에서는 단무지를 얇게 썰어 접시에 돌려 담아 마치 한 송이의 꽃처럼 제공한다. 맛의 차이는 미미할지라도, 그 시각적 충격과 정성은 고객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이처럼 스타일은 평범한 요소를 비범한 경험으로 격상시키는 디자인 행위이며, 고객에게 ‘이곳은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다.

관습을 깨는 파격, ‘비상식’의 스타일

진정으로 강력한 스타일은 종종 ‘비상식(非上式)’, 즉 관습을 깨는 파격에서 탄생한다. 상식의 틀 안에 머무는 완벽함은 감탄을 자아낼 수는 있어도, 기억에 오래 남는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 모두가 흰 공깃밥을 당연하게 여길 때, 누군가는 3가지 색깔의 밥을 사용한 '삼색밥'을 제공했다. 이 ‘비상식적인’ 조합은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고,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치 역시 마찬가지다. 길게 찢어주는 김치가 정성의 표현이라는 상식을 넘어, 포기김치를 꼬챙이에 꽂아 분수처럼 세워 제공하는 상상력. 이것이 바로 스타일의 영역이다. 앞치마의 문양, 식기의 형태, 조명의 색감, 심지어 화장실의 작은 소품 하나까지, 모든 요소는 브랜드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캔버스가 될 수 있다. 비슷한 실력과 품질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하는 브랜드만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선택받을 자격을 얻는다.

결론적으로, ‘차별화’라는 막연한 목표를 좇기보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가진 고유의 ‘스타일’을 정의하고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때로 정교한 디테일에서, 때로는 관습을 깨는 대담한 시도에서 발견될 수 있다. 당신의 메뉴, 공간, 서비스에는 어떤 스타일이 담겨 있는가? 고객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길 그 한 방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평범한 가게를 잊히지 않는 브랜드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