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달콤한 포식자의 침공,  40,000개 매장은 어떻게 가능했나

가장 달콤한 포식자의 침공, 40,000개 매장은 어떻게 가능했나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8월 16일
수정일: 2025년 8월 16일

거리 모퉁이에서 웃고 있는 눈사람, 그 아래 붙은 가격표는 어딘가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몇 푼을 아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장의 물리학을 다시 쓰는, 한 브랜드의 설계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 MIXUE 홈페이지

거리의 모든 모퉁이가 이 눈사람에게 점령당했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대학가와 골목 상권, 심지어 동남아시아의 번화가까지, 빨간 망토를 두른 눈사람 캐릭터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쉐빙청(MIXUE, 蜜雪冰城). 그 이름은 낯설어도,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중독적인 주제가와 압도적인 가격은 사람들의 뇌리에 빠르게 각인된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궁극의 가성비’다. 아이스크림은 천 원대, 가장 비싼 음료도 삼천 원을 넘지 않는다. 이 무기는 소비 의향은 높지만 구매력은 약한 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전 세계 매장 수는 4만 개에 육박하며, 그중 4,800개 이상이 해외에 포진해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두 국가가 전체 해외 매출의 70%를 차지하며 동남아 시장의 압도적인 1위로 군림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에 가깝다.

달콤함은 어떻게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되는가

출처 : MIXUE 홈페이지

가격표로 고객의 머릿속 기준점을 해킹한다

미쉐빙청의 가격은 단순한 '저가'가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박힌 새로운 기준점이다. 2,000원짜리 레몬수가 등장하는 순간, 7,000원짜리 시그니처 음료는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3.5배 비싼 음료'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것은 원가와 마진을 계산하는 산수의 영역이 아니라, 고객의 심리적 저항을 무너뜨리는 정교한 심리전이다. 그들은 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번 시도해볼까?’라는 망설임 없는 첫 경험을 판매하고 있다.

가게는 비싼 월세가 아닌, 사람의 습관을 따라가야 한다

미쉐빙청의 지도를 펼쳐보면, 화려한 중심 상업지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깃발은 대학교 앞, 번잡한 골목, 심지어는 스마트폰 매장의 한쪽 구석에 꽂혀있다. 그들은 A급 상권을 뚫는 대신, 이미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OPPO와 Vivo 스마트폰 유통망과 손을 잡았다. 가장 중요한 잠재 고객인 젊은 층의 일상 동선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미쉐빙청을 ‘특별한 외출’이 아닌 ‘당연한 습관’으로 만들었다. 하굣길에 친구와 함께 마시는 2,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의 기억. 그것은 어른이 된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발길을 이끄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질긴 동아줄이 된다.

보이지 않는 설계도, 보이지 않는 힘

단순한 노랫소리가 가장 날카로운 창이 될 때

"니 아이 워, 워 아이 니, 미쉐빙청 티엔미미(你爱我, 我爱你, 蜜雪冰城甜蜜蜜)".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 단순한 노래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 SNS에서 바이럴 ‘밈(meme)’이 되었다. 마스코트인 ‘설왕(雪王, Snow King)’은 각종 챌린지와 굿즈로 재탄생하며 단순한 로고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미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 대신, 고객들이 스스로 브랜드를 퍼뜨리고 즐기게 만드는 영리한 방식을 택했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우리의 광고다

\
출처 : MIXUE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거리는 온통 미쉐빙청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그들은 막대한 광고비를 태우는 대신, 고객의 일상 동선 자체를 점령하는 물리적 영토를 확장한다. 매일 출근길에, 하교길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하얀 눈사람. 이 반복적인 노출은 거대한 옥외광고판보다 강력하다. 의식적인 정보 탐색을 건너뛰고, ‘어딜 가나 있으니 믿을 만하다’는 무의식적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 달콤한 괴물은 한국에서도 통할까?

이미 미쉐는 건대입구와 같은 서울의 핵심 상권에 상륙했다. 그러나 한국은 메가커피와 빽다방 등, 이미 ‘가성비’라는 키워드를 선점한 강력한 토종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싼 것을 넘어, 그 가격에 합당한 만족, 즉 ‘가심비’를 요구한다.

미쉐의 이야기는 단순히 ‘싸게 팔면 성공한다’는 1차원적 교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쌈’을 어떤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어떤 문화적 매력으로 포장하며, 어떤 속도로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던진다. 미쉐빙청이라는 거울은 우리가 ‘가격’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수많은 전략적 선택들을 얼마나 간과하고 있었는지를 비춘다.

이 달콤한 눈사람의 노래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 노래가 잠재적 경쟁자들에게는 위협적인 전주곡으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멜로디로 들릴 것이다. 당신의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