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은 어떻게 지갑을 여는가: 테슬라 공식

팬심은 어떻게 지갑을 여는가: 테슬라 공식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8월 22일
수정일: 2025년 8월 22일

자동차 회사가 햄버거를 파는 진짜 이유는 뭘까? 할리우드 한복판에 문을 연 테슬라 다이너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고객의 지루한 기다림마저 브랜드의 일부로 설계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거대한 설계도의 한 페이지다.

왜 자동차 회사는 햄버거를 팔기 시작했나

2025년 7월, 테슬라가 할리우드에 24시간 식당 '테슬라 다이너'를 열었을 때 많은 이들은 그저 흥미로운 화젯거리로 여겼다. 개점 당일 6시간 만에 4만 7천 달러의 매출을 올린 사실은 표면적인 성공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수년간 일관되게 쌓아 올린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자동차라는, 어쩌면 일생에 몇 번 사지 않을 상품을 파는 기업이 매일 먹고 마시는 식음료에 손을 댄 것. 이것은 브랜드와 고객의 만남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려는 명백한 신호다. ‘제품’을 파는 시대를 지나 ‘브랜드의 세계관’을 파는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이 움직임 속에는, 모든 자영업자를 위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다.

팬심은 어떻게 단단한 매출이 되는가

테슬라의 전략은 충동적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행적을 데이터로 거슬러 올라가면 뚜렷한 4단계의 패턴이 드러난다. 이는 거대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가게도 자신의 비즈니스에 맞게 얼마든지 변용할 수 있는 강력한 틀이다.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모든 전략의 출발점은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 즉 지적 재산(IP)이다. 테슬라에게는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가’ 일론 머스크라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있다. 사람들은 전기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비전과 이야기에 동참하는 경험을 산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브랜드를 깊게 파고들며 소비하는 ‘디깅(Digging) 소비’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다.

당신의 가게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어떤 고집으로 메뉴를 만들고 공간을 채웠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손님을 단순 소비자에서 든든한 지지자로 만든다.

50달러짜리 호루라기가 8천만 원짜리 차를 판다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덜컥 구매할 팬은 많지 않다. 테슬라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사이버트럭 호루라기’(50달러), ‘데킬라’(250달러) 같은 상품을 꾸준히 내놓았다. 고객에게 큰 비용 부담 없이 테슬라 브랜드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선물하는, 일종의 ‘브랜드 맛보기’인 셈이다.

이는 카페의 원두, 식당의 밀키트, 미용실의 자체 제작 헤어 에센스 전략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본업의 정체성을 담되, 고객이 쉽게 구매하여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출처 : 인스타그램(@teslamotors)

당신의 가게는 스쳐 가는 장소인가, 머무는 공간인가

테슬라 다이너는 이 공식의 정점이다. 자동차 충전이라는 저빈도의 필수 행위와 식사라는 고빈도의 일상 행위를 결합했다. 고객의 ‘지루한 대기 시간’을 ‘즐거운 브랜드 경험 시간’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충전하는 한 시간 동안 식사와 영화를 즐기며 쌓인 긍정적 인식은 고객생애가치(LTV)의 극적인 상승으로 이어진다.

서울 연남동의 한 소규모 카페가 필름카메라 동호회와 제휴해 매장을 ‘사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는 작은 가게 버전의 ‘경험 허브’다.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진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재정의되자, 매장은 커뮤니티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가장 비싼 것을 기꺼이 산다

앞선 단계를 거친 고객에게 테슬라 자동차는 더 이상 낯선 공산품이 아니다. 이미 호루라기를 불고, 데킬라를 마시며, 다이너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브랜드의 가치를 온몸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다이너에 전시된 사이버트럭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닌, 팬덤의 최종 목적지가 된다.

이는 단골 관리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가게의 굿즈를 사고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한 단골에게 신메뉴 개발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주거나 특별 멤버십을 제공하는 것. 이런 선순환 구조는 고객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매출을 끌어올린다.

결국 테슬라가 파는 것은 전기차가 아니라 ‘미래에 동참하고 있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가게는 오늘, 커피 한 잔과 식사 한 끼를 넘어 고객의 하루에 어떤 감각을 남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