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가게엔 '뺄셈'이 필요하다

당신 가게엔 '뺄셈'이 필요하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8월 24일
수정일: 2025년 8월 24일

모두가 ‘더하기’에 목숨 걸 때, 일본의 한 슈퍼는 ‘빼기’로 거인을 위협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그 지독한 성실함이 가게를 망가뜨리는 주범일지도 모릅니다.

그 성실함은 왜 당신을 배신하는가

대한민국 자영업의 밤은 낮보다 깁니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 식어버린 커피를 앞에 두고 홀로 POS 기계를 들여다보는 시간. 쉴 새 없이 울리는 배달 앱 알림 소리가 적막을 깨고, SNS 속 경쟁 가게의 화려한 신메뉴 소식은 심장을 옥죄어 옵니다.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대출 이자는 숨통을 조여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필사적으로 붙잡는 동아줄은 ‘성실’이라는 낡고 익숙한 가치입니다.

“남들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문을 열면, 손님 한 명이라도 더 오겠지.” 이 주문은 그러나 당신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당신을 소리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모든 손님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 그것은 일종의 전염병과 같습니다. 옆 가게가 배달을 시작하면,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 높은 플랫폼에 입점합니다. 편의점은 택배를 받아주고, 공과금을 수납하며, 온갖 잡다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출처 : Freepik

식당은 백화점 푸드코트마냥 수십 가지 메뉴를 자랑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왜?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라도 놓치면 손님이 떠날까 봐, 악성 리뷰가 달릴까 봐, 옆 가게에 뒤처질까 봐.

이 불안은 끝없이 ‘덧셈’을 강요합니다.

그 결과는 무엇입가? 늘어난 업무에 직원은 지쳐 떠나고, 복잡한 재고 관리에 머리는 터지며,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상품의 경쟁력은 희미해집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하는 만능 해결사가 되었지만, 가게는 누구를 위한 곳인지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공간으로 전락합니다. 당신의 열정은 소진되고, 가게는 정체성을 잃고 서서히 침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작은 슈퍼는 ‘포기’로 거인을 흔들었다

여기, 당신의 믿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례가 있습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절대강자 7-Eleven을 긴장시킨 작은 슈퍼 ‘My Basket’의 이야기입니다.

도쿄와 요코하마의 빽빽한 주택가 골목을 파고든 이 슈퍼의 성공 비결은 놀랍게도 ‘포기’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하는 대신, 빼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밤을 닫자, 낮이 선명해졌다

모두가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을 당연하게 여길 때, My Basket은 저녁 11시면 단호하게 문을 닫습니다.

이는 단순한 영업시간 단축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입니다.

그들은 새벽 3시의 취객에게 담배 한 갑을 더 파는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저녁 7시 퇴근길에 장을 보는 직장인과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주부에게 집중했습니다.

밤을 닫아 절약한 막대한 야간 인건비와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주력 상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를 위한 가게가 되는 것을 포기하자, 비로소 진짜 고객을 위한 가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페이스북 (@mybasket.official)

만능의 저주를 풀자, 본질이 드러났다

My Basket에서는 택배를 보낼 수도, 공과금을 낼 수도 없습니다. 오직 식료품과 생필품만 팝니다. 그들은 깨달은 것입니다.

편의점의 온갖 서비스가 추가하는 푼돈의 이익보다, 그것을 처리하느라 발생하는 인력 낭비와 직원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직원이 택배 송장과 씨름하는 동안, 계산대 줄은 길어지고 신선식품 코너는 비어갑니다. 그들은 잡무를 덜어냄으로써 직원들이 상품 진열과 고객 응대라는 유통업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함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출처 : My Basket 홈페이지

팔지 않을 것을 정하자, 정체성이 생겨났다

이는 ‘포기’ 전략의 정수입니다. 연말이면 으레 팔아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지만 My Basket은 팔지 않습니다.

왜? 재고 부담이 크고, 본업인 신선식품 관리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단기적인 유행이나 구색 맞추기를 좇는 대신, ‘언제 가도 믿을 수 있는 우리 동네 냉장고’라는 핵심 가치를 지켰습니다.

‘안 파는 것을 결정하는 힘’, 이것이야말로 브랜드의 윤곽을 가장 뚜렷하게 만드는 조각칼입니다. 팔지 않는 물건들이 오히려 그 가게가 어떤 곳인지를 명확하게 말해줍니다.

당신의 가게에는 어떤 ‘뺄셈’이 필요한가

My Basket의 이야기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에게 피눈물 나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덧셈의 경영’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메뉴를 더하고, 서비스를 더하고, 영업시간을 더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맹신.

이제 그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생존의 길은 어쩌면 ‘뺄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부의 푼돈짜리 지원금이나 대출 연장은 잠시 숨을 돌리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진정한 해법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남을 따라 하는 ‘착한 사장님’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내 가게의 본질에 집중하는 ‘냉철한 전략가’가 되어야 합니다.

출처 : Freepik의 westock작가

지금 당장 당신 가게의 POS 데이터를 열어보십시오. 먼지 쌓인 진열장 구석을 차지한 수입 소스는 지난 1년간 몇 개나 팔렸습니까? 새벽 2시부터 6시까지의 매출은 당신의 최저시급보다 높습니까? 하루 종일 자리만 차지하는 서비스는 과연 얼마를 벌어다 줍니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냉정하게 가리키는 ‘암 덩어리’를 도려낼 용기가 있습니까?

무너질까 두렵지만, 냉철해져야 한다.(이미지 출처 : Freepik)

두려울 것입니다. 무언가를 뺀다는 것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혹시나 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공포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간과 돈, 에너지는 유한합니다. 모든 것을 잘하려는 욕심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비극으로 끝날 뿐입니다.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꺼지지 않는 불빛 아래서 희망 없이 소진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포기’를 통해 내 가게의 핵심을 다시 밝힐 것인가. 모두가 덧셈에 중독된 시장에서, 당신의 가게는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뺄 준비가 되었습니까. 그 텅 빈 여백에 비로소 무엇이 채워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