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당신의 ‘기왕이면’은 무엇입니까?

[내곁에 김사부]당신의 ‘기왕이면’은 무엇입니까?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8월 22일
수정일: 2025년 8월 22일

단순히 머리를 말리는 행위가 예상치 못한 감각의 향연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특별한 경험’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아주 사소한 생각의 전환에 숨어있었습니다.

낯선 감각이 일깨운 사소함의 위대함

공항에 갈 때마다 느끼는 설렘은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감각의 영역입니다. 과거의 좋은 경험들이 시각 정보와 결합해 뇌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가 다시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죠. 최근 저는 공항의 설렘과 닮은,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 강력한 감각적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손에 쥐는 순간, 모든 것이 달랐다

아내가 새로 구입한 헤어드라이기는 익숙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길쭉한 모양을 손에 쥐자, 평소와 전혀 다른 촉감이 전해졌습니다. 늘 쓰던 물건의 형태가 바뀌자 뇌는 ‘이건 뭐지?’라는 신선한 전기 신호를 보냈습니다.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균열이었습니다.

제트기 소리와 함께 불어온 강력한 바람

곧이어 머리를 말리자, 이번엔 청각이 반응했습니다. 웅웅거리는 소음 대신 ‘슈우우-’ 하는 제트기 소리에 가까운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바람은 훨씬 밀도 높고 강력하게 한곳에 집중되었습니다. 촉각에 이어 청각까지, 익숙했던 감각의 질서가 완전히 재편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머리를 말린다’는 1차원을 넘어선 선물

진정한 놀라움은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 찾아왔습니다. 머리를 말리는 1차 용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울 속 제 머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풍성한 볼륨감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기왕이면’ 입니다.

기능의 시대를 지나 경험의 시대로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목적을 ‘1차 용도’라고 부릅니다. 밥집은 배를 채워주고, 숙박업소는 잠자리를 제공하며, 학원은 성적을 올려주는 곳.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이 1차 용도의 충족에 머물러 있습니다.

출처 : Freepik의 ioletkaipa작가

‘밥은 배부르다’는 당연한 명제

진정한 놀라움은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 찾아왔습니다. 머리를 말리는 1차 용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부속품은 제 머릿결에 맞는 맞춤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 거울 속 제 머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볼륨감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기왕이면’ 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왕이면’을 갈망한다

고객은 이제 1차 용도를 넘어선 2차 만족, 즉 ‘기왕이면’의 가치를 원합니다. 헤어드라이기가 머리를 빨리 말려주는 것을 넘어 인생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멋진 스타일까지 선물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부가적인 혜택, 즉 소비자 이점(Value Proposition)이 쌓일 때 고객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다른 제품에 한눈을 팔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를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잠을 재우는 곳에서, 아침을 여는 곳으로

‘기왕이면’의 전략은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예상치 못한 만족을 안겨줄 수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든 차별화의 무기를 쥘 수 있습니다.

하룻밤의 휴식이 복국 한 그릇으로 기억될 때

대구의 한 숙박업소는 청결하고 아늑한 공간이라는 1차 용도를 넘어, 다음 날 아침 뜨끈한 복국을 제공합니다. 잠을 자러 갔다가, 잊지 못할 미식의 경험을 선물 받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 특별한 기억 하나가 수많은 경쟁자들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출처 : Freepik

머리카락을 넘어, 당신의 스타일을 만집니다

헤어샵은 머리를 자르는 곳입니다. 하지만 ‘기왕이면’ 고객의 얼굴형과 스타일에 어울리는 패션을 함께 제안해준다면 어떨까요? 헤어 디자이너가 나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스타일 큐레이터’가 되는 순간입니다. 단순히 머리를 자르고 떠나는 고객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계속 고민해주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떠나간 고객의 마음을 붙잡는 단 하나의 질문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1차 만족의 틀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밥을 만드는 데, 머리를 자르는 데, 잠자리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의 서비스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날 고객을 나의 ‘가족’으로 만드는 힘, 그것은 2차 만족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에서 나옵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는 고객의 일상에 스며들 ‘기왕이면’이라는 한 방울의 특별함이 준비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