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외식업 브랜딩의 패러다임 전환

[내곁에 김사부]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외식업 브랜딩의 패러다임 전환

작성일: 2025년 8월 25일
수정일: 2025년 8월 25일

죽어가는 자영업자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구명줄

매일 아침 셔터를 올리며 한숨부터 내쉬는 외식업 사장들. 손님은 줄어들고, 직원은 구하기 어려우며,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이런 현실 앞에서 많은 사업자들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절박한 질문을 던진다.

일주일에 7-8개씩 쌓이는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며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차별화'라는 모호한 개념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해답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곳에 있다. 바로 '기술 기반 브랜딩'이다.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혁신이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전환,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까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발 더 나은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가 경쟁우위를 점하고 시장을 주도한다.

외식업에서 '기술'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고객의 경험을 개선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조리법, 서비스 방식, 재료 선별, 심지어 포장 기술까지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한 발 더 나은 기술을 도입했습니다"라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선언이 가져오는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체 무엇이 다른가?'라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둘째, 경쟁사들의 주목을 받는다. 시장 내 포지셔닝이 명확해진다.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수식어의 힘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짜장면', '치킨', '피자' 같은 일반명사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묻힐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수식어를 활용한 고유명사화다. '짜장면' 대신 '42cm 짜장면', '치킨' 대신 '72시간 숙성 치킨'처럼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다. 이때 수식어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제 기술적 차별점을 반영해야 한다.

브랜딩의 본질은 결국 보통명사를 고유명사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남들과 같은 일반명사를 사용하는 한, 시장에서의 독특한 위치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성공 사례로 보는 기술 브랜딩의 위력

출처 : Freepik의 czdistagon작가

1928년 오토 로베더(Otto Rohwedder)가 발명한 식빵 슬라이싱 기계는 기술 브랜딩의 완벽한 사례다. 당시까지 식빵은 덩어리 형태로 판매됐고, 소비자들은 집에서 직접 잘라 먹어야 했다. 로베더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빵집 주인들이 시큰둥했다. 하지만 마케팅을 통해 '슬라이스드 브레드(Sliced Bread)'의 편리함이 알려지자 상황이 역전됐다. 결과적으로 이 기술은 전 세계 식빵 산업의 표준이 됐고, '슬라이스드 브레드'는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출처 : MongNomSots

현대적 사례로는 태국의 MON 브랜드가 있다. 평범한 식빵에 다양한 토핑을 올리는 기술을 적용해 '토핑 브레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아이디어가 MON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기술 브랜딩 실행 전략

1단계: 핵심 기술 발굴

자신의 브랜드가 보유한 독특한 기술적 요소를 찾아라. 조리법, 재료, 서비스 방식, 매장 운영 시스템 등 모든 영역을 점검해야 한다.

2단계: 고객 불편 해소 포인트 식별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고객의 구체적 불편함을 파악하라. 대기시간, 맛의 일관성, 서비스 품질 등 개선 가능한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기술적 수식어 개발

발굴한 기술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수식어를 만들어라. '최고', '최선' 같은 추상적 표현보다는 '72시간', '300도', '3단계' 같은 구체적 표현이 효과적이다.

4단계: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개발한 기술적 차별점을 모든 고객 접점에서 일관되게 전달하라. 매장 인테리어, 메뉴판, 직원 교육, 온라인 마케팅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구축

기술 브랜딩의 진정한 가치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구축에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이나 서비스 개선과 달리, 기술 기반 차별화는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또한 기술 브랜딩은 브랜드 자산(Brand Asset) 축적에도 기여한다. 고객들이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해당 브랜드와 연관지어 기억하게 되면, 이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외식업의 선택

외식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열심히 합니다', '최선을 다합니다' 같은 정신력 어필로는 한계가 있다.

대신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기술적 차별점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접근법이다.

외식업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 선택해야 한다. 수많은 보통명사들 사이에서 묻힐 것인가, 아니면 독특한 기술로 무장한 고유명사가 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당신만의 '한 발 더 나은 기술'을 찾아 세상에 당당히 선언하라. 그것이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