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즐기는 즐거움이 잘팔린다

두 번 즐기는 즐거움이 잘팔린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8월 30일
수정일: 2025년 8월 30일

정성껏 만든 음식에 일부러 ‘빈틈’을 남겨두는 가게가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메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할 때, 음식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됩니다.

출처 : 京町家茶房 宗禅

팔지 말고, 고객의 손에 쥐여주어라

교토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찻집 ‘쿄마치야 사보 소젠’. 이곳에서는 ‘코리맛차유카’라는 독특한 빙수 하나로 고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평범한 빙수처럼 보이지만, 그 핵심은 완성품을 내어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곱게 간 얼음과 함께 말차 시럽, 젤라토, 팥, 떡과 같은 재료들이 따로 담겨 나오고, 고객은 자신의 취향대로 ‘나만의 빙수’를 직접 디자인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빙수를 즐긴 후 남은 재료들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고 차가운 팥과 섞으면, 전혀 다른 디저트인 ‘차가운 말차 젠자이’가 탄생합니다. 하나의 주문이 두 개의 다른 경험으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출처 : 京町家茶房 宗禅

이러한 경험 설계는 비단 디저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나고야의 명물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 야말로 한 그릇으로 완결된 미식의 여정을 설계한 최고의 사례입니다.


처음에는 장어와 밥 본연의 맛을, 다음에는 파와 와사비 같은 양념(야쿠미, 薬味)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마지막에는 따뜻한 국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즐깁니다. 이 찻집과 히츠마부시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맛보는 과정’이라는 경험의 주도권을 고객의 손에 쥐여준 것입니다.

음식을 조립하는 즐거움, '이케아 효과'라는 강력한 무기

출처 : Freepik의 rawpixel.com작가

고객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과정에 참여할 때 더 큰 가치를 느끼는 현상은 이미 심리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조립한 이케아 가구에 더 큰 애착을 느끼듯, 자신의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에 후한 점수를 줍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직접 제품을 조립한 소비자는 완성품을 받은 이들보다 63%나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습니다.

출처 : Freepik의 출처 : Freepik의 작가작가

이 ‘이케아 효과’는 외식업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오늘날 고객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을 찾아다니기 때문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식사 고객의 75%는 독특한 경험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되는 ‘미코노미(Me+Economy)’ 트렌드는 이러한 흐름에 불을 지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고,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만족을 얻는 것이 중요한 소비 기준이 된 것입니다.

고객이 직접 재료를 골라 담는 마라탕 전문점의 폭발적인 인기는, 바로 이 ‘통제감’과 ‘개인화’의 욕구를 정확히 관통한 사례입니다.

통제된 자유,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기회는 시작된다

출처 : Freepik의 Aetb작가

물론 고객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고객은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결정을 망설입니다. 이는 ‘선택의 역설’이라 불리는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고객의 뜻대로 맞추려다 보면 주방의 운영 효율이 떨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요구에 서비스 전체의 질이 흔들릴 위험도 존재합니다.

출처 : Freepik

진정한 기회는 ‘완전한 자유’가 아닌 ‘잘 설계된 참여’의 영역에 있습니다. 중국의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가 보여준 극적인 성공이 좋은 예입니다. 그들은 고객에게 무한한 선택권을 주기보다, 직원이 눈앞에서 면을 뽑아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대기 시간에 네일아트 같은 예상 밖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험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식사라는 행위의 전후 맥락을 디자인하여, 고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입니다. 교토 찻집의 사례 역시 수십 가지 재료를 나열하는 대신, ‘빙수’에서 ‘젠자이’로 넘어가는 명확한 2단계의 변주를 제안함으로써 고객에게 혼란 없이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당신의 메뉴는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우리는 최고의 메뉴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고객 앞에 내놓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성장의 열쇠는 그 완벽함에 의도적으로 작은 틈을 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여백’을 남겨두는 것. 소스를 직접 뿌리게 하고, 마지막 토핑을 스스로 올리게 하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즐거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하는 것.

그 작은 행동의 변화가 고객의 역할을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공동 창작자’로 바꿉니다. 그리고 고객은 자신이 직접 완성한 그 요리를 결코 쉽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장님, 혹시 지금 당신의 대표 메뉴는 고객이 끼어들 틈 없이 너무 완벽하지는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