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객을 뺏어가는 시대

AI가 고객을 뺏어가는 시대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9월 1일
수정일: 2025년 9월 1일

어렵게 쟁취한 'OO동 맛집' 1위 자리. 만약 그 왕좌를 지탱하던 검색 알고리즘이 송두리째 바뀐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요?

검색창의 대답이 정답이 되는 순간, 우리의 가게는 사라집니다

지금까지 사장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네이버 플레이스 순위를 한 칸이라도 더 올릴까?' 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전혀 다른 질문을 마주해야 합니다. '고객이 더 이상 검색 결과를 클릭하지 않는다면?'

구글이 도입한 AI 요약(AI Overview) 기능은 이 질문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강남역 파스타 맛집'을 검색하면, AI는 여러 가게를 보여주고 고객이 선택하게 하는 대신, 스스로 최고의 장소를 몇 군데 골라 요약된 '정답'을 제시합니다. 고객은 더 이상 수많은 블로그 리뷰나 플레이스 정보를 클릭하며 탐색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른바 '제로 클릭(Zero-Click)' 환경의 도래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실 수 있지만,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글로벌 SEO 분석 기업 Ahrefs의 연구에 따르면, 검색 결과에 AI 요약이 나타날 경우 웹사이트 링크 클릭률은 평균 34.5% 급감했습니다. 이는 잠재 고객 10명 중 3~4명이 우리 가게의 존재조차 모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AI가 참고 자료로 인용한 링크의 클릭률은 고작 1%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데이터도 있습니다. AI가 차려준 정보의 만찬에 만족한 고객은 그 음식의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순히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가 믿어왔던 가장 강력한 문법, 즉 '상위 노출 = 방문'이라는 공식 자체가 붕괴하고 있음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탄입니다.

네이버의 AI가 건네는 달콤한 위안, 그러나 진짜 위기는…

물론 "네이버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AI가 리뷰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후, 사용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과 예약 건수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기술은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이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겠지요.

네이버 AI 브리핑 (출처 : 네이버)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 강화된 영향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플랫폼의 힘은 막강해지고, 사장님의 가게는 그 안에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남게 됩니다. AI 알고리즘의 간택에 가게의 명운을 맡기는 구조적 종속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AI를 통해 유입된 소수의 고객은 구매 의사가 매우 높은 '진성 고객'이다", "지역 기반 장사에서 지도 검색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시각도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검색을 완전히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어렵게 우리 가게를 '발견'한 그 진성 고객을 어떻게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을 '우리만의 손님'으로 붙잡아 둘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비싼 광고비를 태우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의 무대는 검색창이 아닌, 고객의 식탁입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검색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광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외치는 대신, 우리 가게에 애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일입니다.

카카오톡 채널 친구, 가게의 새로운 소식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뉴스레터 구독자, 단골들만 아는 혜택이 오가는 커뮤니티. 이런 것들이 바로 변덕스러운 알고리즘의 파도로부터 우리 가게를 지켜줄 견고한 방파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할인 쿠폰을 보내 재방문을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번에 드셨던 와인과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신메뉴가 나왔다"고 가장 먼저 알려주는 섬세함,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만 조용히 특별 디저트를 제공하는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입니다.

국내 외식업계는 이미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검색, 예약, 주문을 넘어 메뉴 개발과 운영 최적화까지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K팝 팬덤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팬들이 AI로 아티스트와 가상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체험을 제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처럼, 거창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우리 가게만의 이야기에 소소한 기술을 접목해 고객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할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AI 검색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위기인 동시에 본질에 집중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AI가 수만 개의 리뷰를 분석해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를 추천하는 시대. 사장님의 가게는 그저 데이터로 요약될 또 하나의 식당입니까? 아니면,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온기와 이야기로 내일 다시 찾고 싶은 '그곳'이 될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