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 원짜리 도시락의 진짜 재료
일본에서 1,000만 원짜리 명절 도시락이 단 한 명에게 팔렸습니다. 이 가격의 진짜 재료는 최고급 성게나 게가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프레임'이었습니다.
1,000만 원짜리 그릇과 1,000만 원짜리 도시락

도쿄의 유서 깊은 마츠야 백화점은 개점 100주년을 맞아 독특한 상품을 기획합니다. 350년간 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해 온 명가 '츠지세이지샤'의 그릇에, 사찰 속 고즈넉한 공간에서 일본 요리의 정수를 선보이는 '세이소카'의 음식을 담아 파는 것이었죠. 가격은 100만 엔, 우리 돈으로 거의 1,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판 걸까요?

만약 이들이 '츠지세이지샤의 한정판 도자기 그릇 세트(음식 포함)'를 팔았다면, 이 상품은 그저 비싼 그릇일 뿐입니다. 음식은 값비싼 사은품 정도로 여겨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궁극의 오세치 요리', 즉 역사상 가장 비싼 명절 음식을 판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관점이 가치를 창조한다
이 결정적인 프레임 전환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음식'이 주인공이 되자, 350년 역사의 도자기 그릇은 그 음식을 빛내기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대가 되었습니다. 고객은 일회성 식사를 구매한 것이 아닙니다. 두 장인의 혼이 깃든 철학, 100년 백화점의 역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단 한 사람이 된다는 독점적 경험을 통째로 구매한 것입니다.
그들은 그릇을 판 것이 아니라, 그 그릇에 담긴 이야기와 경험을 음식의 형태로 프레이밍하여 팔았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이 원가가 아닌 '인식된 가치'에 의해 결정되듯, 마츠야 백화점은 음식의 가치를 재료비가 아닌, 그것이 담고 있는 무형의 서사로 매긴 것입니다.
우리 가게의 메뉴판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이런 전략이 비단 최고급 백화점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들은 더 이상 가짓수 많은 '한상차림'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셰프가 직접 손님과 교감하며 각 요리에 담긴 스토리를 풀어내는 '경험의 코스'를 설계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며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메뉴, '경험'
오늘날의 고객은 맛있는 음식 사진 너머에 있는 것을 봅니다. 메뉴 뒤에 숨겨진 주인의 철학, 재료를 얻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가게의 조명과 인테리어, 금가루를 뿌린 디저트처럼 시각적으로 강렬한 메뉴들은 그 자체로 '공유할 만한 경험'이라는 가치를 판매하는 현대적 프레이밍 전략입니다.
사장님의 가게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단순히 '김치찌개'를 팔고 있나요, 아니면 '어머니가 30년간 담가온 씨간장으로 끓여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김치찌개'라는 경험을 팔고 있나요? 그 차이가 가격표의 앞자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프레임이 현실을 지배할 때
물론, 프레임은 만능이 아닙니다. 화려한 포장과 이야기도 본질이 비어있다면 금세 외면받습니다. 한때 실리콘밸리를 떠들썩하게 했던 700달러짜리 스마트 주스기 '주세로'는 '최고의 주스 경험'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손으로 짜도 똑같은 주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그 프레임은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고객이 지불한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의 가치를 경험하지 못할 때, 프레임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려면 그 이름에 걸맞은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공적인 프레임은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명품 루이비통의 협업처럼, 강력한 본질을 가진 두 세계가 충돌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폭발합니다. 그들은 옷이나 가방이 아니라, 두 문화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팔았고 사람들은 그 사건의 일부가 되기 위해 열광했습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원가 계산기가 아니라, 우리가 고객의 마음속에 어떤 프레임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질문은 '어떻게 가격을 올릴까?'가 아니라, '우리의 가격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말해주고 있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사장님의 가게를 한번 돌아보십시오. 우리 가게의 '츠지세이지샤 도자기 그릇'은 무엇입니까? 대대로 내려온 비법 소스입니까, 사장님만의 고집스러운 운영 철학입니까, 아니면 단골손님들과 쌓아온 끈끈한 유대감입니까?
어쩌면 가격표란 단순히 음식값을 치르는 계산서가 아니라, 당신이 정성껏 만든 세계로 손님을 초대하는 입장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