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통은 금광이다

당신의 쓰레기통은 금광이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9월 8일
수정일: 2025년 9월 8일

매일 아침 주방 한편에 쌓이는 자투리 식재료는 그저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할 비용일까요? 중국의 한 유제품 회사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유청’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성장의 문법

성장이 멈춘 시장은 늘 비슷한 풍경을 보입니다. 더 자극적인 맛, 더 화려한 마케팅, 더 치열한 가격 경쟁. 중국의 유제품 시장 역시 이 지독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기업이 전혀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습니다. 바로 치즈를 만들고 나면 대량으로 발생해 대부분 버려지던 부산물, ‘유청’이었습니다.

출처 : Freepik의 korrawinj작가

과거 상처 치료제로도 쓰였던 이 맑은 액체는 본래 저렴한 사료 원료나 폐기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유청에 숨겨진 영양학적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여기에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을 더해 발효시킨 뒤, ‘장 건강과 면역력 증진’이라는 명확한 기능성을 입혔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버려지던 부산물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출처 : 和润乳业

이는 단순히 남는 재료를 재활용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넘어섭니다. 버려지던 것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조하는 ‘밸류 사이클링(Value-Cycling)’의 개념입니다. 핵심은 ‘폐기물 관리’라는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원 재발견’이라는 능동적 관점으로의 전환에 있습니다.

이제 고객은 메뉴판 너머의 철학을 소비한다

‘밸류 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국내 외식 시장의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합니다. 오늘날의 고객들은 단순히 혀끝의 즐거움만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들은 음식에 담긴 이야기, 브랜드의 철학,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에 깃든 가치를 함께 소비합니다.

감성적 가치에 이성적 데이터를 더할 때

부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은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의식 있는 브랜드라는 강력한 상징이 됩니다. 이는 ‘맛’을 넘어선 차별점을 만들어내며,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리한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감성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출처 : Freepik의 timeimage작가

그들은 ChatGPT나 전문가 유튜브 채널을 넘나들며 정보를 탐색하고, 브랜드가 내세우는 ‘기능성’의 근거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단백질 풍부’ 같은 막연한 표현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하여 필수 아미노산 OOmg을 함유한 고단백 브라우니’처럼, 구체적이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제시할 때 비로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환경보호라는 감성적 명분에 과학적 데이터라는 이성적 근거가 더해질 때, 부산물은 그 어떤 재료보다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시장은 이미 기능성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단순한 희망 회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출처 : Freepik

2024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6조 원을 돌파했고,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구매 경험이 있을 정도로 ‘기능성’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한 글로벌 영양 전문가는 “한국 소비자는 기능성과 품질에 대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기대 수준을 가졌으며, 과학적 근거를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까다롭지만, 한 번 신뢰를 얻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장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출처 : 어반랩스

국내 소셜 벤처 ‘어반랩스’의 사례는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이들은 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박에 단백질 등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단백 밀가루와 기능성 맥주를 개발하며, 버려지던 자원에 새로운 시장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부산물의 잠재력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킨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하는가

물론, 당장 우리 매장의 부산물을 메뉴로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소규모 업장이 활용할 만한 부산물 가공 기술이나 장비가 부족하고,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며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끝없이 오르는 원가와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부산물은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며, 우리 브랜드만의 독보적인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미개척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의 주방에서 버려지는 것들의 목록을 한번 적어보십시오. 채소 껍질, 자투리 고기, 과일 씨앗, 커피박. 그 이름들 속에 다음 시즌의 시그니처 메뉴, 혹은 당신 브랜드의 다음 10년을 이끌어갈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