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하면 망한다” 대만 디저트 시장에서 찾은 생존 공식

“어중간하면 망한다” 대만 디저트 시장에서 찾은 생존 공식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6월 24일
수정일: 2025년 6월 25일

“우리 가게는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적당한데 왜 손님이 줄어들까?” 만약 당신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가장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소비 시장이 ‘초저가’와 ‘프리미엄’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M자형 소비’ 시대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바로 ‘어중간한 중간’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전쟁터가 바로 대만의 디저트 시장이다. 우리와 놀랍도록 닮은 이 시장의 동향은, 한국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나침반을 제시한다. 대만의 유력 푸드미디어 ‘식력(FoodNext)’의 분석을 통해, ‘감성 디저트 전문점’의 파상공세 속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그들의 생존 전략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파헤쳐 본다.

전쟁의 서막: 공룡 프랜차이즈 vs 감성 전문점

대만 디저트 시장의 양극화는 두 플레이어의 대결로 요약된다.

  • 공룡 프랜차이즈: 압도적인 자본력, 높은 브랜드 인지도, 표준화된 맛과 품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 온 기존의 강자들이다. 어디서나 비슷한 맛을 보장하는 ‘안정성’이 그들의 힘이었다.

  • 감성 디저트 전문점: SNS를 타고 급부상한 신흥 강자들이다. 이들은 독창적인 디자인, 수제(Handmade) 느낌의 정성, 주인의 철학이 담긴 스토리, 그리고 ‘인증샷’을 부르는 비주얼을 무기로 젊은 고객층을 빨아들이고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젊은 세대는 기꺼이 ‘감성 전문점’의 문을 열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나만의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소비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몰린 공룡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반격을 시작했다. 그들의 전략 속에 불황을 이기는 3가지 핵심 코드가 숨어 있다.

공룡의 반격: 3가지 생존 코드

어중간한 포지션을 버리고, 양 극단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공룡들이 찾아낸 해답이다.

코드 1. ‘프리미엄’으로 격을 높여라: 서브 브랜드 전략

가장 영리한 전략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는 유지하되, 완전히 새로운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최고급 원료, 예술적인 디자인,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예 다른 고객층을 공략한다.

  • 생존 공식: 기존 가게가 ‘가성비’ 이미지가 강하다면, 그 안에서 비싼 메뉴를 추가하는 것은 가격 저항만 부를 뿐이다. 차라리 배달 전문, 혹은 팝업 스토어 형태로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해보라. 고객은 ‘비싼 가게’에는 돈을 쓰지만, ‘싸구려 가게의 비싼 메뉴’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브랜드의 ‘격’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코드 2. ‘스케일’로 압도하라: 기념일 시장 공략

감성 전문점이 따라올 수 없는 프랜차이즈의 무기는 바로 ‘규모의 경제’‘생산 안정성’이다. 이들은 이 강점을 활용해 특정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생일 케이크’와 같은 기념일 시장이다.

  • 생존 공식: 작은 가게는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똑같은 케이크를 만들어낼 수 없다. 반면 프랜차이즈는 가능하다. 대만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는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이나 시즌별 한정 디자인 케이크를 대량으로 출시해 기념일 시장을 장악했다. 당신의 가게가 규모의 우위를 가졌다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하기보다 ‘선물용’, ‘파티용’ 등 특정 목적을 가진 시장을 완벽하게 점유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코드 3. ‘경험’을 재정의하라: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골목의 작은 가게가 주는 ‘아늑한 경험’을 이길 수 없다면, 아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면 된다. 프랜차이즈들은 자본력을 투입해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 시작했다.

  • 생존 공식: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 직접 만들어보는 베이킹 클래스, 혹은 압도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공간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인다. 이는 당장의 매출보다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쌓는 장기적인 투자다. 우리 가게도 음식 너머에,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원데이 클래스, 시식회, 커뮤니티 모임)’를 기획할 수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결론: 중간은 없다, 당신의 선택은?

대만 디저트 시장의 전쟁은 한국의 모든 자영업자에게 경고한다. ‘적당한 품질과 적당한 가격’이라는 안일한 포지션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당신 앞의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 장인의 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퀄리티와 스토리를 가진 ‘감성 전문점’으로 거듭날 것인가?

  • 전략가의 길: 규모, 시스템, 특정 시장 공략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효율성’을 갖춘 프랜차이즈가 될 것인가?

지금 당신의 가게는 이 두 갈래 길 중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어중간한 위치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기 전에 방향을 정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