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뻔한 맛집'의 시대는 끝났다: 고객을 중독시키는 '스러움'의 힘

[내곁에 김사부] '뻔한 맛집'의 시대는 끝났다: 고객을 중독시키는 '스러움'의 힘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9월 3일
수정일: 2025년 9월 3일

감자탕, 파스타, 쪽갈비 등 아이템을 불문하고, 그들은 평범한 동네 맛집을 넘어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국가대표급 브랜드’로 도약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더 좋은 재료’나 ‘새로운 레시피’ 같은 전술적 변화에만 매달리다 길을 잃는다. 과연 무엇이 이 정체를 돌파할 핵심 열쇠일까?

평범함을 넘어 ‘국가대표급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에게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경영자들이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7~8년의 경험으로 장사를 ‘어느 정도’ 하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감자탕, 파스타, 쪽갈비 등 아이템을 불문하고, 그들은 평범한 동네 맛집을 넘어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국가대표급 브랜드’로 도약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더 좋은 재료’나 ‘새로운 레시피’ 같은 전술적 변화에만 매달리다 길을 잃는다. 과연 무엇이 이 정체를 돌파할 핵심 열쇠일까?

문제의 본질은 ‘차별화’의 깊이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객의 뇌리에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면, 당신의 브랜드는 고유의 ‘-다움’과 ‘-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모든 고객 경험에 일관되게 관통시키는 힘이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라

돈가스를 상추에 싸 먹는다는 것

한 유능한 사업가의 고민에서 출발해보자. 그는 광주에서 여러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돈가스’라는 아이템을 누구도 상상 못 할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단순히 고기, 빵가루, 기름의 조합을 바꾸는 ‘슬롯머신 기법’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충격적이고 본질적인 자극이 필요했다.

여기서 제안된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돈가스를 상추에 싸 먹자’는 것이었다. 얼핏 들으면 기이한 조합이지만, 여기에는 고객의 심리를 꿰뚫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첫째, 고객의 ‘지각된 위험(Perceived Risk)’을 해소했다.

돈가스는 맛있지만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잠재적 불안감을 동반한다. 이때 ‘채소와 함께 먹으면 건강하다’는 대중의 오랜 믿음을 활용, 상추쌈이라는 장치를 통해 돈가스의 단점을 상쇄하고 구매의 장벽을 낮췄다. 이는 구매를 망설이던 비구매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유인이 된다.

둘째,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광주와 전라도 지역에는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상추튀김’이라는 독특한 식문화가 존재한다. 이 익숙한 경험을 돈가스에 접목함으로써, 브랜드는 ‘광주스러운’ 혹은 ‘광주다운’이라는 강력한 지역적 정체성을 획득했다. 이것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돈가스가 아닌,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로 포지셔닝되는 순간이다.

콘셉트를 관통시키는 힘: ‘제주다움’을 파는 고깃집

출처 : Freepik의 wathanachai작가

이러한 원칙은 다른 업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제주 흑돼지 전문점’을 연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의 가게들은 돌하르방 몇 개, 멜젓 소스, 그리고 제주 흑돼지를 메뉴판에 올리는 것으로 ‘제주다움’을 표현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상향 평준화를 넘어 이제는 너무나 ‘일상화’되고 ‘지루한’ 공식이 되어버렸다.

고객은 더 이상 감동하지 않는다.

출처 : Freepik의 user33741083작가

진정한 ‘제주스러움’은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요소가 ‘제주’라는 하나의 콘셉트를 향해 정렬되어야 한다.

  • 소주 → 제주 소주, 수제 맥주

  • 공깃밥 → 당근밥

  • 냉면 → 고기국수

  • 불판 → 현무암 돌판

  • 반찬 → 고사리

  • 소금 → 감귤 제스트 소금

  • 웰컴 드링크 → 한라봉 주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이 집은 진짜다’, ‘허투루 만든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강력한 신뢰를 형성한다. 고객은 단순히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잘 설계된 ‘제주’라는 경험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콘셉트가 전부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소비는 극단으로 나뉜다. ‘돈을 아껴서라도 꼭 가야 하는 집’과 ‘어지간하면 가지 않는 집’이다. 어중간한 브랜드는 가장 먼저 외면당한다.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브랜드를 고객의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시킬 ‘-다움’과 ‘-스러움’을 구축할 최적의 시기다.

단순한 메뉴 개선을 넘어, 당신이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철학과 가치를 매장의 모든 디테일에 녹여내라. 고객이 그 집요한 콘셉트의 힘을 느끼는 순간, 그들은 단순한 손님을 넘어 당신 브랜드의 영원한 ‘중독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