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수 vs 고객 수, 무엇이 진짜 성장인가?

매장 수 vs 고객 수, 무엇이 진짜 성장인가?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9월 10일
수정일: 2025년 9월 10일

훠궈 공룡 하이디라오와 1,800개 직영점의 미춘 비빔밥. 중국 '한 그릇 식사' 전쟁에서 드러난 양적 성장의 함정과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우리 사장님들을 위한 생존 전략.

출처 : 미춘 비빔밥(米村拌饭)

중국의 외식 공룡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한 그릇 식사' 시장에 뛰어들며 생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1,800개 매장으로 시장을 호령하던 미춘 비빔밥의 위기는 양적 팽창의 함정과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그릇 식사’에 뛰어든 공룡들

출처 : Freepik의 EyeEm작가

중국 외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훠궈의 제왕으로 불리는 하이디라오(海底捞)가 돌연 비빔밥 배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KFC가 황먼지미판(黄焖鸡米饭)을 출시하는 등 대기업들이 ‘한 그릇 식사’라는 격전지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내수 부진과 젊은 층의 ‘절약 챌린지’가 맞물리며 폭발한 ‘가성비’ 수요에 응답하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웨이보(@SuperX)

하이디라오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홍석류 계획’ 아래 13개에 달하는 서브 브랜드를 육성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고, 심지어 기존 매장보다 50%나 저렴한 보급형 훠궈 브랜드 ‘하이라오 훠궈(嗨捞火锅)’까지 선보였습니다. 30년간 고수해 온 직영 신화마저 버리고 가맹 사업으로 전환하며 3선 이하 도시까지 파고드는 모습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대기업의 참전은 분명 시장의 성장성을 증명하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사장님, 우리는 이 화려한 진격의 이면에서 ‘규모의 함정’이라는 또 다른 그림자를 읽어야 합니다.

1,800개 매장의 눈물: ‘속도’에 취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출처 : 미춘 비빔밥(米村拌饭)

(의역)기업이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하다.

‘동북의 맥도날드’라 불리며 1,800개 이상의 직영점으로 중식 비빔밥 시장을 호령하던 미춘 비빔밥(米村拌饭) 창업자 저우창(周强)의 뼈아픈 고백입니다. 미춘은 ‘속도’를 무기로 무섭게 질주했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동질화된 제품, 유사한 인테리어로 인한 ‘죽음의 레이스’였습니다. ‘모든 비빔밥이 한 집안’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과열됐고, 경쟁은 가격을 넘어 품질, 서비스, 경험까지 모든 것을 겨누는 360도 입체전으로 번졌습니다.

결국 내부에선 곪아 터진 상처가 드러났습니다. 고강도 평가 압박에 내몰린 27명의 점장이 ‘좋은 평가를 조작’하다 집단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매출과 매장 수라는 양적 지표 뒤에 가려져 있던 질적 성장의 부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출처 :Freepik의 coillustration작가

미춘은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창업자는 직접 나서 기존 평가 제도를 폐기하고 ‘고객 재방문율 + 일평균 고객 유동량 + 직원 이직률’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내세웠습니다. 양적 성장의 엔진을 끄고, 질적 성장을 위한 ‘온도’를 높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성장의 본질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이디라오와 미춘의 사례는 강 건너 불이 아닙니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우리 사장님들께 중요한 세 가지 나침반을 제시합니다.

출처 : Freepik

‘가성비’라는 칼을 제대로 써야 합니다.

대기업의 가성비 시장 진출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단순 가격 경쟁은 미춘이 그랬듯 ‘죽음의 레이스’로 이어질 뿐입니다. 진짜 승부수는 해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BBQ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철저한 현지화를 꾀하고, 프랑스에서 ‘메종드꼬레’가 리테일 시장을 뚫었듯, K-푸드의 인기를 발판 삼아 각 나라의 문화와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으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출처 :Freepik의 alicephoto작가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마세요.

미춘의 방향 전환은 우리에게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제는 매장 수가 아닌, 고객의 재방문과 직원의 만족도를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요리 로봇’ 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표준화된 품질을 유지하며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출처 :Freepik

'속도'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가맹 사업은 본부의 역량이 가맹점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무분별한 출점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우수 점포 입지 선정, 부진 점포를 살리는 경영 지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등 본부의 지원 역량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5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임대 계약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동 지분형 직영 체인’으로 내실을 다지는 미춘의 전략은 참고할 만한 교본입니다.

지금은 잠시 팽창의 속도를 늦추고 우리 브랜드의 내실, 즉 ‘온도’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숫자의 성장을 넘어, 고객과 직원이 먼저 인정하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지혜로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