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의 커피 위기, 대안은 메뉴판 안에 있다

47년 만의 커피 위기, 대안은 메뉴판 안에 있다

작성일: 2025년 9월 13일
수정일: 2025년 9월 13일

지금 우리 매장의 메뉴판이, 나아가 커피라는 음료의 정의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거대한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쪽에선 콩비지로 커피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선 아예 농장을 삽니다. 47년 만의 원두값 폭등이 만든 기이한 풍경입니다. 이건 단순히 원두 몇십 원 아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50년, 우리 메뉴판에서 커피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원두의 가격은 47년만의 최고치이다.
출처 : Freepik의 sersoll작가

이건 단순한 엄살이 아닙니다. 이미 데이터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하듯,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며 47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우리 비즈니스의 심장을 겨누는 세 가지 위협을 의미합니다. 바로 수익성 악화, 브랜드 정체성 혼란, 고객 충성도 하락입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과 베트남의 가뭄과 폭우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게 자연재해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원두는 더 이상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할 수 없는 ‘전략 자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제커피연구기관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 우리가 아는 아라비카 재배지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올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는 어떻게 240억 달러의 시장이 되는가

하지만 절망적인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대체 커피’라는 이름의 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Meticulous Research®의 분석에 따르면, 대체 커피 시장은 건강 트렌드와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2032년까지 약 24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전 세계 차(Tea) 시장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이건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소리입니다.

바리스타가 전통 커피와 새로운 대체 커피 음료를 나란히 놓고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모습
출처 : Freepik의 EyeEm작가

이미 발 빠른 플레이어들은 이 새로운 영토에 깃발을 꽂고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흉내 내기’가 아닙니다.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프리퍼(Prefer)는 콩비지나 쌀 같은 식품 부산물에 발효 기술을 적용해 복합적인 아로마를 만들어내고, 국내 브랜드 산스(SANS)는 대추씨를 포함한 12가지 식물성 원료를 블렌딩하여 고유의 맛을 창조합니다.

산스커피 공식 패키지와 자연주의 컨셉·플래그십 카페가 어울린 모던한 미장센(서울 익선동 매장 포함)의 대체 커피 제품
출처 : SANS(산스) 공식 홈페이지

그 결과 신세계 같은 대기업과 손을 잡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헬스조선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국산 대체커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이 시장이 더 이상 변방의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가짜 커피'라는 비판을 넘어 '전략적 확장'으로

물론 “‘진짜’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그 문화적 가치를 따라올 수 있겠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합니다. ‘불완전한 대안’이라는 평가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크래프트 맥주 혁명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개성의 수제 맥주 샘플들이 비행 보드에 진열돼 색감과 혁신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이미지
출처 : Freepik의 solsticesong작가

크래프트 IPA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기존 라거 맥주와 다르다며 비판했지만, 결국 IPA는 기존 맥주 시장을 잠식한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했습니다.

대체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아메리카노를 완벽히 대체하는 ‘경쟁재’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메뉴판을 풍성하게 할 ‘전략적 확장재’입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고객,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멀리했던 고객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ESG 소비자, 새로운 맛을 탐험하길 즐기는 푸디(Foodie)까지. 이들은 우리가 기존 커피만으로는 잡을 수 없었던 새로운 고객층입니다. 연평균 8~9%씩 성장할 이 시장은, 원가 상승의 위기를 방어하는 수단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공격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네슬레처럼 농장에 직접 투자할 자본도, 프리퍼처럼 기술을 개발할 연구소도 없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정답은 ‘원자재 포트폴리오 다각화’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행은 세 가지 구체적인 단계로 압축됩니다.

출처 : Freepik의 razhip15작가

첫째, 브랜드의 중심을 더욱 단단히 지키는 것.

이럴 때일수록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긴 고품질 원두 커피의 스토리를 더욱 열정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원두의 산지, 농부의 철학, 로스팅의 특별함 등을 고객이 더 깊이 체험하게 만들어 핵심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작고 현명하게 위험을 분산하는 것.

처음부터 모든 메뉴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이달의 지속가능 메뉴’나 ‘카페인프리 스페셜’ 같은 이름으로 단 하나의 파일럿 메뉴를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고객 반응을 보며 데이터를 쌓고, 우리 매장에 맞는 최적의 대체 원료와 레시피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출근용, 업무용, 퇴근용 커피를 제안할 수 있다.

셋째, 고객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

단순히 ‘원두가 비싸서 만든 메뉴’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작은 실천’ 혹은 ‘고객의 건강한 오후를 위한 새로운 제안’이라는 스토리로 고객과 소통해야 합니다. 가격표 옆에 붙은 작은 스토리보드 하나가 메뉴의 가치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공급망 위기는 모두에게 닥친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누군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누군가는 시장의 미래를 여는 리더가 될 것입니다. 사장님의 메뉴판은 더 이상 단순한 가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우리 브랜드의 선언문이자 로드맵입니다. 이제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지도 위에, 어떤 미래를 그려 넣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