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함이 당신의 가게를 죽인다

어중간함이 당신의 가게를 죽인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9월 18일
수정일: 2025년 9월 18일

고객은 줄고 원가만 오르는 위기, 데이터는 명확히 말합니다. 어중간한 포지셔닝을 버리고 압도적 가성비 혹은 대체불가 경험을 선택해야 생존합니다.

혹시 오늘도 ‘우리 가게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집’이라는 말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자재 값과 인건비를 감당하려 마지못해 가격을 올렸지만, 그만큼 눈에 띄게 한산해진 매장을 보며 밤잠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면, 이제는 그 안일하고도 위험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출처 : Freepik의 Droid5작가

지금 대한민국 외식 시장은 더 이상 ‘중간’이라는 안락한 지대를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모두를 잡으려다 결국 모두를 놓치게 되는 ‘회색지대의 함정’.

오늘 이 글은 그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브랜드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선명한 자기규정’이 왜 지금 가장 절박한 과제인지를, 데이터를 통해 사장님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데이터가 폭로한 ‘중간의 종말’

최근 바다 건너 미국에서 발표된 외식업계 분석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요약합니다. 끝없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메뉴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객들의 차가운 외면이었습니다.

Freepik의 tirachardz작가

특히 팬데믹 이전에는 어엿한 한 끼 식사 비용과 맞먹게 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대부분의 외식업체에서 실제 고객 방문 횟수, 즉 트래픽(Traffic)은 급감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 속에서 아주 흥미롭고도 중요한 시그널이 하나 포착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캐주얼 다이닝(Casual Dining)’ 업종만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고객 방문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인 것입니다.

사장님,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소비가 ‘압도적인 가성비’와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 극단적으로 양분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곧 닥쳐올 대기업들의 치열한 ‘가성비 전쟁’ 속에서, 우리 같은 독립 브랜드들은 전혀 다른 차원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등이 켜진 셈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주장은 서늘한 현실의 데이터로 증명됩니다.

딜레마 1: 매출은 올랐는데, 손님은 떠났다

글로벌 캐주얼 다이닝 체인 ‘Chili’s’의 사례를 한번 보시죠.

Unsplash의Conor Brown

이들은 가격 인상 덕분에 분기 매출이 3.8%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그 장부 뒤편에서는, 같은 기간 고객 트래픽이 6.6%나 증발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의 매출 숫자는 예뻐 보일지 몰라도, 브랜드의 근간인 고객 기반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위험 신호입니다.

딜레마 2: ‘부자 손님’이라는 안전망의 소멸

출처 : Unsplash의 BonVivant작가

혹자는 ‘객단가 높은 고소득층만 확실히 잡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2025년 1월 데이터는 그 믿음마저 배신합니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마저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특정 소득 계층이 우리 가게의 안전지대가 되어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영리하게, 그리고 까다롭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딜레마 3: ‘가치’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

그렇다면 캐주얼 다이닝의 선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핵심은 돈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 있습니다. 2024년 10월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의 가치에 대해 5.2점이라는 혹평을 내린 반면, 캐주얼 다이닝에는 7.8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출처:Freepik의 kuprevich작가

사장님, 이것은 고객들이 ‘이 돈이면 차라리 조금 더 보태서 더 나은 경험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습니다. 패스트푸드가 가격적 메리트를 잃는 순간, 고객의 마음속 ‘가성비’의 저울은 완전히 기울어버린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미국 레스토랑 협회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이익률(5%)을 유지하려면 가격을 무려 30% 이상 올려야 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았습니다. 어설픈 10% 남짓의 가격 인상으로는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면,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중간’은 위기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기회입니다

물론 이런 반론도 가능합니다. “캐주얼 다이닝이라고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맞습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캐주얼 다이닝의 전체 방문객 수는 1.5%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우리는 그 숫자 너머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같은 기간,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남은 매장들의 ‘매장당 방문객 수’는 오히려 0.2% 증가하며 안정세를 찾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중간지대의 종말’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어중간하고 컨셉 없는 브랜드들이 정리되고, 그 고객들이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브랜드로 흡수되는 ‘승자 독식’ 현상이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출처: instagram(@chilis_guam)

‘The Cheesecake Factory’나 ‘Chili’s’가 최근 소비자 가치 평가 점수를 크게 개선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더 큰 영감을 줍니다. 그들은 시장이 어렵다고 주저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Olive Garden’의 가족 중심 가성비 세트나, ‘Chili’s’의 ‘3 for Me’ 콤보처럼 명확한 타겟 고객을 향해 ‘우리는 당신에게 이런 가치를 제공한다’고 공격적으로 외쳤습니다. 결국 이들의 성공은 ‘중간’에 머무르지 않고,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쳤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결론은 명확합니다. 사장님, 이제 ‘모두의 맛집’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시장은 ‘압도적인 가성비’와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라는 두 개의 극점으로 무섭게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브랜드들은 양쪽 모두에게 외면받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2025년 외식 트렌드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경제성을 우선하는 ‘가치 지향적 소비’가 전 소득 계층으로 확산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5천 원짜리 콤보’ 같은 출혈 경쟁에 어설프게 뛰어드는 것은 우리 브랜드를 갉아먹는 자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한때 프리미엄의 대명사였던 ‘스타벅스’가 가격 대비 가치 인식에서 실패하며 소비자들에게 최하위 평가를 받은 사례는 우리에게 서늘한 경고를 보냅니다. 그 거대한 브랜드조차 ‘중간 지대’의 함정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시간입니다.

첫째, 우리 브랜드의 진짜 고객은 정확히 누구입니까?

둘째, 그들은 무엇을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여깁니까?

셋째, 그 가치를 가장 선명하게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사장님만의 답을 찾는 과정이, 곧 다가올 거대한 가성비 전쟁터에서 우리 브랜드를 지키고 성장시킬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