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죄책감을 돈으로 바꾸는 비결

고객의 죄책감을 돈으로 바꾸는 비결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9월 18일
수정일: 2025년 9월 18일

주력 상품의 매출 급락 위기에서 4조 원대 기업 웨이롱은 어떻게 반등했을까? 고객의 ‘죄책감’을 ‘자기만족’으로 바꾸는 ‘보상적 소비’ 전략에서 우리 브랜드의 다음 성장 공식을 발견하세요.

중국의 4조 원대 식품 기업 웨이롱(卫龙)은 주력 상품의 매출 급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보상적 소비'라는 고객 심리를 파고들어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생존기는 우리 브랜드의 ‘효자 상품’이 더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많던 단골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장님, 20년간 우리 브랜드를 먹여 살린 대표 메뉴가 어느 날부터 힘을 잃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것은 막연한 불안감이 아닙니다. 연 매출 1억 달러 이하의 소규모 브랜드가 대기업보다 8배 빠르게 성장하고(Boston Consulting Group), 소비자의 40%가 익숙한 브랜드 대신 PB 상품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출처 : 극한17: 우니동행(极限17:羽你同行)

100원짜리 ‘중국식 쫀드기’ 라티아오(辣条)로 시작해 거대 기업을 일군 웨이롱 역시 이 위기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저앉는 대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성장 공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우리 사업의 미래를 비춰볼 수 있는 생생한 거울입니다.

‘죄책감’을 ‘자기만족’으로 바꾸는 기술

웨이롱의 극적인 반전 중심에는 ‘보상적 소비(Redemption Consump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즐거움을 원하지만 죄책감은 피하고 싶은’ 현대 소비자의 이중적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키워드입니다.

딜레마를 파고든 구원투수

웨이롱의 기존 효자 상품인 ‘라티아오’는 809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이었지만, Z세대에게는 ‘고염, 고지방, 고칼로리’라는 건강의 적이었습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한 것이 바로 신제품 ‘모위솽(魔芋爽)’이었습니다.
'곤약'이라는 저칼로리 원료를 사용해 기존 제품의 부정적 이미지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맛과 건강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출처 : 웨이롱(卫龙)

모위솽은 단순히 라티아오의 대체재가 아니었습니다. 한 봉지에 10칼로리 남짓한 열량, 풍부한 식이섬유라는 기능적 가치를 통해, 고객이 제품을 소비하며 느끼는 죄책감을 ‘나는 현명하게 즐기고 있다’는 자기만족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그 결과, 모위솽의 재구매율은 기존 라티아오의 2.3배에 달했고, 추락하던 웨이롱의 성장 엔진을 완벽하게 교체했습니다. 보상적 소비는 고객의 지갑이 아닌, 그들의 ‘마음속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버릴 것인가, 바꿀 것인가: 거인들의 선택

이 ‘보상적 소비’ 트렌드는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 외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흐름이기도 합니다.

1인 가구 비율이 35.5%를 넘어서고, 6조 원 규모로 성장한 HMR 시장은 이제 단순히 ‘편리함’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국내 스낵 시장에서도 견과류, 스낵바 등 건강 카테고리가 전통 강자를 위협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합니다.

출처 : Freepik의 rawpixel.com작가

사장님의 브랜드는 고객의 이 ‘죄책감’을 어떻게 덜어주고 있습니까? ‘제로 슈거’, ‘저염’ 같은 직접적인 키워드를 넘어,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스스로 ‘현명한 소비였다’고 느낄만한 ‘보상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거인들의 서로 다른 생존법

물론, 모든 브랜드가 웨이롱처럼 극적인 신제품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레오(Oreo)나 하겐다즈(Häagen-Dazs)처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혁신에 성공한 사례도 많습니다. 농심의 ‘새우깡’은 30년이 넘었음에도 꾸준한 품질 관리와 친숙함으로 여전히 연 매출 1,300억 원을 넘기는 불멸의 효자 상품입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luckycharms)

제너럴 밀스의 ‘럭키 참스’는 브랜드의 핵심인 마시멜로를 유지하면서 유니콘 모양을 추가하는 작은 변화만으로 20%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반면, K-뷰티의 신화였던 이니스프리(Innisfree)의 몰락은 아픈 교훈을 줍니다. 소비자의 관심이 ‘자연주의’에서 ‘성분 중심의 임상 검증’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공식에만 머무르다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변화를 주저하면, 결국 충성 고객과 함께 브랜드도 늙어간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선택은 명확합니다. 과거의 매력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소비자의 언어로 말을 걸기 위해 과감히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사장님, 성장 방정식을 다시 쓸 시간입니다

웨이롱의 이야기는 결국 ‘마케팅이 아닌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본질로 돌아옵니다. 동시에, 그 ‘제품’이란 단순히 맛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고객의 심리적 갈등을 해결해 주는 솔루션이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첫째, ‘효자 상품’을 신화가 아닌 데이터로 바라봐야 합니다.

매출 비중과 함께 재구매율, 신규 고객 유입률을 냉정하게 분석해 성장 한계의 시그널을 미리 포착해야 합니다.

둘째, 고객의 ‘죄책감 포인트’를 찾아 ‘보상적 가치’를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 메뉴의 어떤 점이 고객을 망설이게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상쇄할 명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한국의 맛’ 그대로 세계 시장을 뚫은 K-스낵처럼,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소통할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셋째, 디지털과 AI 같은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고객의 변화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사장님, 지금 당신의 브랜드가 다음 10년을 위해 과감히 버려야 할 ‘과거의 영광’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울, 고객의 마음을 구원할 ‘미래의 가치’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