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쉬가 '초콜릿'을 버리기 시작했다.
원자재값 폭등과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외식업 경영자를 위한 필독 리포트. 세계적인 기업 허쉬(Hershey)의 '탈-초콜릿' 사례를 통해, 가격 인상만이 아닌 대체 원료 활용, 메뉴 혁신,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기를 돌파하는 실전 생존 전략을 제시합니다.
끝나지 않는 원가 전쟁, '가격 인상'의 함정
메뉴 가격, 얼마나 더 올려야 버틸 수 있을까요? 가격을 올리면 어렵게 지켜온 단골손님마저 떠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모든 외식업 사장님들이 같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막연한 불안감이 아닙니다. 2025년 3월 30일 보도 기준, 국내 식품·음료 업체 중 약 40곳이 이미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업계를 뒤덮은 원자재 값 상승, 그 영향이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5년 4월, 국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나 치솟았고,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의 거의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이 정답이 아니란 사실 역시 명확해졌습니다. 롯데웰푸드는 2025년 1분기, 가격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1% 감소했습니다. 원가가 올라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법은 없습니다.
이 끝없는 원가 전쟁은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최대 초콜릿 기업 허쉬(Hershey) 역시 같은 위기 앞에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첫 번째 카드를 꺼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고육지책: 허쉬의 '두 자릿수' 가격 인상
사장님 가게의 가장 핵심적인 식자재 가격이 1년 만에 몇 배로 폭등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허쉬에게는 '코코아'가 바로 그런 존재였습니다.

2025년 7월, 허쉬는 사상 유례없는 코코아 원가 폭등에 대응해 유통업체와 소매점을 대상으로 '두 자릿수'에 달하는 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통보했습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사의 결정이었습니다. 허쉬는 이미 2024년 2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7%나 감소하는 아픔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원가 압박에 따른 가격 인상은 우리와 같은 외식업 사장님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조차 피할 수 없는 즉각적 위기 대응 방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허쉬가 ‘가격 인상’이라는 단기 해법에만 매달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허쉬의 진짜 생존 전략은 가격표 뒷면에 숨어 있었습니다.
가격표 뒤에 숨겨진 진짜 전략: '초콜릿 의존도'에서 벗어나라
허쉬의 가장 천재적인 한 수는 '초콜릿 값을 더 받는 법'이 아니라, '초콜릿 없이 이기는 법'을 찾아낸 데 있습니다.
코코아 가격 변동이라는 외부 충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허쉬는 의도적으로 초콜릿 비중을 줄이는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혁신에 나섰습니다.
원가 압박을 ‘고객 가치’로 포장하는 연금술
허쉬의 전략적 핵심은 ‘초콜릿 의존도 낮추기’였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같은 ‘초콜릿’을 일부 포기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이 전략을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하는 제품 라인업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습니다.

최근 출시되어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리세스 캐러멜 빅컵(Reese's Caramel Big Cup)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제품은 허쉬의 상징적인 브랜드 ‘리세스’에 초콜릿 대신 캐러멜과 땅콩버터를 조합했습니다. 이는 코코아 원가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최근 스위트 시장의 핵심 트렌드인 ‘다양한 식감’과 ‘단짠 조합’을 완벽하게 구현한 신제품입니다. 고객들은 ‘원가가 절감된 제품’이 아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매력적인 신제품’으로 인식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허쉬는 원가 상승이라는 내부의 위기를, 고객이 열광하는 외부의 가치 혁신으로 완벽하게 전환시킨 것입니다.
우리 가게의 '초콜릿'을 찾아라
지금 사장님 가게 메뉴판에서 가장 원가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에 가장 민감한 식자재가 무엇인지 떠올려 보십시오. 허쉬에게 코코아가 그러했듯, 우리에게도 반드시 ‘우리의 코코아’가 있습니다.

핵심 위기 원재료 진단
가장 먼저 이 ‘핵심 위기 원재료’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대체재와 새로운 조합 실험
다음으로, 그 원재료가 없이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 재료’와 ‘전혀 새로운 조합’을 실험해야 합니다. 허쉬가 초콜릿 대신 땅콩버터와 웨이퍼, 와플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처럼 말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를 활용한 확장
마지막으로, 우리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 즉 단골이 사랑하는 ‘주력 상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조합의 신메뉴를 선보여보십시오. 허쉬의 ‘리세스’처럼 기존 인기 아이템의 신뢰를 활용한다면, 위험은 최소화되고, 변화의 성공 확률은 높아질 것입니다.
파도를 탈 것인가, 파도에 맞설 것인가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파도입니다. 하지만 파도에 맞서 단순히 가격만 올리는 배가 될 것인지, 파도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배가 될 것인지는 사장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가격 인상은 분명 쉬운 해법이지만, 생존을 위한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가게의 메뉴판, 그리고 핵심 원자재 리스트를 다시 들여다볼 때입니다.
‘우리의 코코아’와 ‘우리만의 대체 카드’는 무엇인가.
이 질문과 실험이 향후 몇 년, 현장에서 살아남는 가게와 그렇지 못한 가게를 나누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