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브랜드, 낳지 말고 '양육'하라](/_next/image?url=https%3A%2F%2Fsaakdezjrdahrmwlzdgk.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articles%2F1758906275851_silnae-jaesaeng-jong-i-lokes-eul-gajin-ai.jpg&w=3840&q=75)
[내곁에 김사부] 브랜드, 낳지 말고 '양육'하라
금리가 오르고 소비가 얼어붙는 불황기, 어떤 브랜드는 사라지고 어떤 브랜드는 스타가 됩니다. 그 차이는 '탄생'이 아닌 '양육'에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듯 디테일과 사회성을 불어넣어 당신의 브랜드를 불멸의 존재로 만드는 두 가지 핵심 전략을 공개합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시장의 법칙은 더욱 냉혹해집니다. 모두가 지갑을 닫는 지금, 어떤 브랜드는 조용히 사라지는 반면 어떤 브랜드는 오히려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릅니다. 이들의 차이는 단 하나, 브랜드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고 끊임없이 '양육'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탄생하는 스타 브랜드: 디테일의 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빙하기에 스타 브랜드가 탄생하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습니다. 바로 시중에서 가장 낙후하고 평범한 아이템을 골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디테일로 완벽하게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가령, 라면 가게를 연다고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은 '인스턴트 라면을 예쁜 그릇에 맛있게 끓여주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무릅니다. 하지만 스타 브랜드는 이 고정관념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와, 세상에 이렇게까지! 현관 손잡이부터 발판, 그릇, 테이블, 젓가락까지…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경험하는 모든 접점에 집요할 정도의 디테일을 심어 넣는 것입니다. 테이블에 작은 S자 고리 하나를 달아두어 고객이 가방을 바닥에 놓지 않고 걸 수 있게 배려하는 것. 화장실에 고급 디퓨저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치해 예상치 못한 감성적 만족을 선사하는 것.
이러한 디테일 하나하나는 평범한 라면이라는 아이템을 둘러싼 모든 경험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립니다. 결국 고객은 라면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디테일로 완성된 하나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불경기에도 살아남는 브랜드의 첫 번째 공통점입니다.
브랜드는 탄생이 아닌, 양육이다
하지만 디테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브랜드를 지속시키는 더 근본적인 힘은 바로 '양육(Nurturing)'이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3년 전 기획안과 4년 전 디자인에 기댄 채 아무런 변화 없이 브랜드를 방치하는 것은, 자식을 낳아놓고 돌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 전 강남역에서 한때 유명했던 요리사의 프랜차이즈 국숫집을 보았습니다. 매장 외부에 붙어있던 요리사의 사진은 햇빛에 색이 다 바래 있었고, 매장 전체가 활기를 잃고 늙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육'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여러분이 창조한 브랜드는 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자식이 똑똑하고 사랑받는 아이로 크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어디 가서 대접도 못 받는 아이로 크길 원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여러분의 브랜딩 철학이 되어야 합니다. '돈 버는 장치'가 아닌 '내 새끼'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브랜드를 키우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첫 번째 양육 원칙: 당신의 브랜드를 ‘똑똑하게’ 만들어라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머리 스타일 하나, 옷차림 하나에도 신경을 쓰게 마련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구호 대신,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사실로 브랜드를 무장시켜야 합니다.

커피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 "좋은 물을 씁니다"가 아니라, "100% 정수된 물과 육각수를 7:3 비율로 블렌딩하여 최상의 풍미를 구현합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컵: 남들이 다 쓰는 평범한 컵이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골이 파인 컵을 사용하여 촉각적 만족감을 선사해야 합니다.
원두: "최고급 원두를 씁니다"라는 공허한 주장 대신, "정확히 몇 도에서 몇 분간 로스팅하며, 우리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기술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이처럼 고객이 의심할 여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디테일들이 모여 브랜드를 '똑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듭니다.
두 번째 양육 원칙: ‘사회성’을 갖춘 브랜드로 키워라
아이가 아무리 똑똑해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라면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혼자만 빛나려는 브랜드는 결국 시장에서 왕따를 당하게 됩니다.
진정한 성공은 다른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회적 능력'을 갖출 때 완성됩니다.
우리 브랜드는 독고다이가 아닙니다. 다른 상품, 다른 서비스와 만났을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영주에 있던 '나드리쫄면'의 사례는 사회적 능력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당시 '나드리쫄면'은 훌륭한 역사와 품질을 갖췄지만 지역 브랜드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브랜드에 '사회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전의 유명 돼지고기 브랜드 '오백돈'과의 콜라보를 제안했습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고객들은 고깃집에서 '쫄면'이라는 예상치 못한 메뉴를 만나 새로운 미식 경험에 열광했습니다. '돼지고기와 쫄면'이라는 신선한 조합은 오백돈에게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나드리쫄면에게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작은 콜라보의 성공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현재 '나드리쫄면'은 전 세계 1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내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가르쳐주고, 새로운 활용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삼겹살은 하인즈 케첩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와 같은 작은 제안 하나가 브랜드의 사회성을 키우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만드는 순간 완성되는 박제된 기념품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고 뒤처지기도 하며, 세심한 관리와 투자를 통해 더 위대하게 성장하기도 하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오늘 당장 당신의 브랜드를 살펴보십시오. 혹시 색 바랜 사진처럼 과거의 영광에만 기댄 채 늙어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당신의 브랜드를 자식이라 여기고, 끊임없이 더 똑똑하고 사회적인 존재로 양육하십시오. 그것만이 냉혹한 시장에서 당신의 브랜드를 불멸의 존재로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