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데이터를 이기는 공감의 기술, 스토리텔링

[내곁에 김사부] 데이터를 이기는 공감의 기술, 스토리텔링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10월 13일
수정일: 2025년 10월 14일

'우리 집 막국수는 쓴메밀이라 루틴 함량이 높다'는 설명, 고객은 기억할까요? 평범한 가게를 특별한 브랜드로 만드는 3가지 스토리텔링 공식을 통해, 고객의 뇌리에 당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비법을 공개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열쇠를 확인하세요.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당신의 브랜드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습니까? 우리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더 나은 성분, 더 뛰어난 기술을 나열하지만, 정작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차가운 데이터가 아닌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고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신의 브랜드를 잊지 못할 경험으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핵심 전략을 제시합니다.

이야기에 열광하는 뇌, 생존의 코드를 풀다

왜 우리는 이토록 이야기에 열광할까요?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DNA에 각인된 생존 본능과 직결됩니다. 스마트폰은커녕 문자조차 없던 원시 시대, 인류는 모닥불 주위에 모여 이야기를 통해 생존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큰애야, 예쁘게 생긴 그 버섯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지난번에 배탈 났던 것 기억하지?

막내야, 매머드를 사냥할 땐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고 뒤에서 공격해야 한다.

이처럼 이야기는 ‘먹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 ‘공격하는 법’과 ‘숨는 법’ 등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뉴얼이었습니다.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이 담긴 이야기는 뇌리에 깊이 박혔고, 세대를 거쳐 전수되었습니다.

이 원초적인 본능은 현대의 소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고객의 뇌는 ‘아스파라긴산 함유’ 같은 화학 공식보다, 할머니가 끓여주던 국밥 한 그릇의 따뜻한 추억에 훨씬 강력하게 반응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품의 스펙이 아닌, 브랜드의 스토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킬 스토리의 3요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먹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모든 이야기에는 세 가지 공통적인 필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배경, 사건입니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는지 SK텔레콤의 전설적인 광고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수요미식회 캡처 영상

용산의 오래된 국숫집 ‘옛집’.

어느 날 한 남자가 허겁지겁 국수를 먹고는 돈도 내지 않고 도망쳤다.

주인 할머니는 그를 뒤쫓아 나가며 외쳤다.

“뛰지 마! 넘어져!

이 짧은 일화가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야기의 황금률: 주인공, 배경, 사건

  • 주인공: 국숫값을 떼먹고 도망친 절박한 손님

  • 배경: 새벽부터 연탄불로 육수를 내는, 정이 넘치는 오래된 국숫집

  • 사건: 돈 대신 걱정을 외친 할머니의 따뜻한 외침, ‘뛰지 마! 넘어져!’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하여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했고, 소비자들은 SK텔레콤의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하는 따뜻함’이라는 감성적 가치를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브랜드 이야기도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당신의 매장, 이야기의 보고(寶庫)를 발견하라

“저는 평범해서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요.”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고의 스토리 소재는 바로 당신의 매장과 고객 안에 숨어 있습니다. 굳이 빨간 원피스를 입은 미녀나 장기 적출 같은 극적인 사건을 지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고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법

당신의 매장을 거쳐간 수많은 고객이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다양한 캐릭터의 참가자를 통해 모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듯, 우리도 다양한 고객 캐릭터를 발굴해야 합니다.

출처 : 티빙(미스터트롯 3)
  • 가장 황당했던 고객: 당신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그 사건

  • 가장 감사했던 고객: 당신을 울컥하게 만들었던 그 순간

  • 가장 미안했던 고객: 당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준 그 마음

  • 가장 행복했던 고객: 당신의 공간에서 최고의 추억을 만든 그 웃음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최고급 재료 사용’이라는 백 마디 말보다 훨씬 강력하게 당신의 진심을 전달합니다. 당신의 매장이라는 배경 속에서 고객이라는 주인공과 함께 겪은 다채로운 사건들을 기록하고 공유하십시오. 그것이 당신만의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 스토리가 됩니다.

첫 줄의 마법과 ‘자이가르닉 효과’

훌륭한 재료를 찾았더라도, 요리를 시작하는 첫 단계가 가장 어렵습니다. 바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첫 문장’입니다.

시선을 훔치는 첫 문장의 비밀

“최선을 다하는 저희 매장은…”과 같은 평범한 시작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합니다. 고객이 스크롤을 멈추게 하려면, 감각을 즉각적으로 자극해야 합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 “치이이익-” 이 소리와 함께 당신의 하루 피로가 녹아내립니다.

  • “또각, 또각.” 어두운 골목길, 그녀의 구두 소리가 정적을 깼다.

  • “쨍그랑!”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아찔한 사건입니다.

이처럼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낸 단어는 독자의 머릿속에 즉시 그림을 그리게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

일단 독자를 끌어들였다면, 그들을 계속 머무르게 해야 합니다. 드라마가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며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자이가르닉 효과(Zaigarnik Effect)’를 활용해야 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마무리되지 않은 과제를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지 말고 시리즈로 구성하세요.

오늘은 스토리텔링의 3요소를 알려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 3요소를 활용해 매출을 2배로 올린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합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중단하고 다음을 예고하면, 고객은 당신의 다음 이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충성도 높은 팬이 될 것입니다.

정보가 아닌 경험을 팔아라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브랜딩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이 아닙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얼마나 선명한 그림을 그리고, 마음에 깊은 공감을 남기는가의 싸움입니다.

당신의 브랜드 스토리는 이미 당신 곁에 있습니다. 고객과의 사소한 대화, 예상치 못한 사건, 가슴 뭉클했던 순간들을 놓치지 마십시오. 그것들을 ‘주인공, 배경, 사건’이라는 틀에 담아 세상에 공유할 때, 당신의 가게는 단순한 상점을 넘어 누군가의 인생에 기억되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