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김사부] 입 없는 브랜드에 목소리를 부여하라

[내곁에 김사부] 입 없는 브랜드에 목소리를 부여하라

김유진 논설위원
작성일: 2025년 10월 27일
수정일: 2025년 10월 27일

에르메스와 동네 떡볶이집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고객의 마음에 스며들게 할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전략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침묵하는 당신의 브랜드에 생생한 목소리를 부여하여 고객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거듭나게 할 두 가지 핵심 열쇠, 스토리텔링캐릭터의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객은 브랜드를 분석하지 않는다, 느낄 뿐이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고객 중 과연 몇 명이나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고, 퍼스널리티는 어떤 유형일까?'를 분석할까요? 컨설턴트나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고객은 브랜드를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온몸으로 느낄 뿐입니다.

문손잡이가 가게 주인의 손 모양을 본뜬 동상이라면, 고객은 그것을 잡는 순간 '와, 이 집 센스 있네'라고 느낍니다.

족발집 문손잡이가 돼지꼬리 모양이라면,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싶어 할 겁니다.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분석표가 아니라, 감각을 통해 스며드는 작지만 특별한 경험입니다. '재미있다', '위트 있다', '감각적이다'와 같은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브랜딩 전략을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 '느끼게' 만들기 위한 정교한 장치를 설계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없는 브랜드의 비극: 외로운 외침

안타깝게도 수많은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브랜드는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입도, 들을 수 있는 귀도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장인 당신은 브랜드의 철학을 알고, 제품의 우수성을 열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마주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 덩그러니 놓인 제품, SNS에 외톨이처럼 올라온 이미지뿐입니다. 그 뒤에 숨어서 '좋은 재료를 썼습니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와 같은 공허한 외침만 반복해서는 고객의 마음에 어떤 파동도 일으킬 수 없습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진정으로 사랑받길 원한다면, 브랜드가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가치를 지향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응원합니다"와 같이, 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체처럼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는 첫 번째 열쇠, 스토리텔링

브랜드가 말을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이야기는 딱딱한 정보를 감성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고객의 기억 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힘을 가집니다.

세계적 명품과 동네 떡볶이집을 관통하는 힘

스토리텔링의 위력은 산업이나 규모를 가리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명품부터 소박한 동네 맛집까지, 성공한 브랜드 뒤에는 언제나 매력적인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출처 : 스마트플레이스( 마복림할머니집 )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 "짜장면을 시켜 먹다 실수로 떡을 빠뜨렸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혀서 짜장 떡볶이를 개발하게 됐지." 이 우연하고 소박한 이야기는 브랜드에 독특한 정체성과 친근함을 부여했습니다.

루이비통: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후 바다에서 건져 올린 루이비통 트렁크를 열어보니, 그 안의 내용물이 하나도 젖지 않았다." 이 일화는 단순한 '방수 기능'을 전설적인 '신뢰'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에르메스: 본래 말안장을 만들던 에르메스는, 한 귀족이 다른 브랜드의 안장에서 떨어져 크게 다칠 뻔한 사건을 계기로 왕실의 모든 가죽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최고의 품질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고객의 뇌리에 새겼습니다.

이처럼 이야기는 제품의 기능을 넘어선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이 브랜드를 기억해야 할 이유를 제공합니다. 그것이 비록 하얀 거짓말일지라도, 이야기는 브랜드를 살아 숨 쉬게 만듭니다.

좋은 이야기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모든 매력적인 이야기에는 인물, 사건, 배경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습니다.

  • 인물: 할머니, 왕족, 장인

  • 배경: 떡볶이집, 타이타닉호, 승마장

  • 사건: 떡이 짜장면에 빠졌다, 배가 침몰했다, 말에서 떨어졌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면 평범한 사실도 고객의 흥미를 끄는 그럴싸한 이야기로 재탄생합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왜 탄생했는지,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이 있었는지를 깊이 파고들어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브랜드의 페르소나, 캐릭터를 창조하라

스토리텔링이 브랜드의 서사를 만든다면, 캐릭터는 브랜드에 시각적인 페르소나와 개성을 부여합니다. 고객은 무표정한 로고나 제품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에 훨씬 더 강한 친근함과 유대감을 느낍니다.

출처 : 디저트 39

'디저트 39' 브랜드를 생각해보십시오. 평범한 플라스틱 컵이라도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면, 고객은 '신경 좀 썼네'라고 느끼며 브랜드를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캐릭터의 존재만으로 브랜드는 고객에게 더 다정하고 재미있는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습니다.

캐릭터 제작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닙니다. DALL-E나 미드저니 같은 AI 이미지 생성 툴을 활용하면, "디즈니 스타일로 디저트를 좋아하는 친구를 그려줘"와 같은 간단한 명령만으로도 수많은 시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당신의 브랜드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 제품 패키지와 마케팅에 적용해 보십시오. 캐릭터가 있는 브랜드와 없는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는 속도와 깊이는 극명하게 다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브랜드가 말할 시간이다

출처 : Freepik의 pikisuperstar작가

당신의 브랜드는 입도, 귀도 없어 스스로를 변호하거나 매력을 어필할 수 없습니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는 바로 이 침묵하는 브랜드의 입과 귀가 되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배가 아픈 만삭의 임산부도 우리 가게 국수를 먹고 힘을 내 아기를 낳으러 갔다

이런 에피소드는 최고의 품질 보증서가 됩니다.

이처럼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줄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성장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완성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를 더 이상 침묵 속에 방치하지 마십시오. 오늘, 당신 브랜드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