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를 맛본다? 럭셔리의 다음 격전지는 미각
미쉐린 1스타를 받고도 핵심 메뉴를 없앤 아이스크림 가게. 이들이 럭셔리 향수 브랜드와 손잡은 이유에서, 우리 브랜드의 미래를 위한 감각적 경험 설계의 모든 힌트를 발견하세요.
만약 럭셔리 향수를 아이스크림으로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대만의 미쉐린 1스타 아이스크림 전문점 미니멀(Minimal)과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프레데릭 말(Frédéric Malle)의 만남은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흥미로운 협업을 넘어, 우리 F&B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미쉐린 별보다 소중했던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정체성

이야기의 중심에는 대만 타이중시에 위치한 미니멀이 있습니다. 2024년, 이곳은 세계 최초로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는 전례 없는 역사를 썼습니다. 창립자 아빈 완(Arvin Wan)은 7코스 아이스크림 테이스팅 메뉴를 통해 온도와 질감, 대만 현지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엮어내며 미식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진짜 놀라운 결정은 그 이후에 내려졌습니다. 완 대표는 미쉐린 스타 획득이라는 성공의 정점에서, 돌연 테이스팅 메뉴를 완전히 폐지하고 테이크아웃 아이스크림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별을 잃는 것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합니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최고의 '아이스크림 가게'였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정은 외부의 평가나 성공의 압박보다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모두에게 냉철한 교훈을 줍니다.
향수 한 병을 스푼 위에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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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미니멀은 곧바로 프레데릭 말과 손을 잡고 후각의 예술을 미각의 경험으로 번역하는 대담한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이들은 브랜드의 대표 향수 두 가지를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귀부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Dominique Ropion)의 이 걸작은 터키 장미와 파출리, 블랙 커런트가 빚어내는 우아하고 깊은 향이 특징입니다. 미니멀은 이를 장미와 베리 풍미의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하고, 얼그레이 차의 타닌감으로 마무리하여 향수가 가진 복합적인 깊이를 혀끝에서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농축 쓴오렌지(Bigarade Concentrée)
천재 조향사 장-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가 만든 이 향수는 쓴오렌지의 상큼함과 시더우드, 핑크 페퍼의 스파이시함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감귤 껍질과 그린 카다몬, 핑크 페퍼를 통해 그 생생한 향을 표현하고, 화이트 티의 부드러운 감초 향으로 여운을 남깁니다.
사장님, 우리 브랜드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요?
프라다가 카페를 열고 아르마니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시대입니다. 럭셔리 브랜드가 F&B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품을 넘어 다감각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과 더 깊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기 위함입니다. 미니멀과 프레데릭 말의 사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세 가지 구체적인 기회를 제안합니다.

팔리는 메뉴를 넘어 ‘경험의 설계’로
고객은 이제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소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브랜드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미니멀의 사례처럼 외부의 권위(미쉐린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우리 브랜드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의 가치를 정의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무엇을 파는가’에서 ‘무엇을 느끼게 하는가’로 관점을 전환할 때입니다.
예상 밖의 파트너와 손잡는 용기
향수와 아이스크림. 누구도 쉽게 떠올리기 힘든 조합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의외성이 폭발적인 화제와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협업은 아이스크림 구매 고객에게 향수 샘플을, 향수 구매 고객에게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제공하며 양쪽의 고객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전혀 다른 분야의 파트너는 누구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장을 공략하는 감각
한국의 니치 향수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9.1%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시장의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이제 F&B 시장 역시 대중적인 입맛을 넘어 섬세하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후각과 미각의 결합은 그들을 사로잡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프레데릭 말과 미니멀의 협업은 브랜드의 경계를 허물고, 감각의 경계를 무너뜨린 혁신입니다. 이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경험 소비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사장님, 이제 우리의 질문은 ‘어떤 신메뉴를 개발할까?’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감각적 경험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 속에,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살아남을 다음 성장 동력이 숨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