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당신도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나요?
중국 외식 대기업 시베이(Xibei)의 가격 논란은 ‘가성비’와 ‘프리미엄’ 사이 애매한 포지셔닝의 위험을 보여줍니다. 가격을 둘러싼 위기 속에서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하고 성장할지 전략을 제시합니다.
잘나가던 브랜드가 한순간에 소비자 신뢰를 잃는 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최근 중국의 외식 대기업 시베이(Xibei, 西贝莜面村)에서 터진 논란은 ‘살짝 비싼’ 가격을 유지해 온 국내 브랜드 오너들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가 마주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살짝 비싼' 가격, 성공의 방정식이 되다

시베이는 ‘가족 외식’이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으로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창업자 자궈룽(Jia Guolong)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확실한 경험, 더 나은 음식과 서비스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소비자는 전체의 20%”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이 2억 8천만 명의 고객을 타겟으로 삼았고, ‘살짝 비싼’ 가격 정책은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높은 가격은 스위스산 설비에 1500만 위안을 투자한 귀리 국수 공장, 내몽골 농업과학원과 협력해 개발한 유기농 종자 등 고품질 식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자금이 되었습니다. 식자재와 인건비가 각각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도,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와 전문적인 키즈 메뉴, 친자 체험 캠프 같은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을 만들었습니다. 수익성은 곧 재투자 능력이었고, 이것이 시베이의 핵심 경쟁력이었습니다.
흔들리는 신뢰, '가성비'의 역습

하지만 이 견고해 보였던 시스템은 “그렇게 비싼데, 왜 공장제 반조리 식품(Pre-prepared meal)을 쓰는가?”라는 한 인플루언서의 문제 제기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반조리 식품 사용에 대한 투명성 부족. 둘째, 표준화로 원가를 낮췄을 텐데 왜 가격은 그대로냐는 ‘가성비’의 문제였습니다.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위험한 '중간 지대', 진퇴양난에 빠지다
시베이가 딜레마에 빠진 사이, 시장의 기류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시장은 '가성비'로, 역행하는 브랜드
메이퇀 연구소(Meituan Research Institute)의 ‘중국 외식 연간 관찰 및 빅데이터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외식 인구는 약 15% 증가했지만, 1인당 평균 객단가는 10.2% 하락했습니다. 특히 정찬(Full meals)의 객단가는 13.9%나 급감하며, 20~80위안대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시베이의 객단가가 90위안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은 가장 단순한 해결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베이에게 가격 인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살짝 비싼’ 가격을 포기하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 올린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80위안 이하의 치열한 가성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지금까지의 브랜드 자산을 희석시키고 새로운 경쟁자들과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시베이는 핵심 메뉴 몇 가지를 매장 조리 방식으로 바꾸는 임시방편을 택했습니다. 이는 분노한 고객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음식 제공 속도를 늦추고 운영 난이도와 원가를 높이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 바로 이 ‘중간 지대’가 가장 위험한 자리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프리미엄'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해답은 프리미엄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런던대학교(UCL) 경영대학원의 연구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여줍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40%가 2019년 말까지 폐업했는데, 이는 스타가 없는 우수 레스토랑의 폐업률(20%)보다 두 배 높은 수치입니다. 스타 획득에 따른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고객의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킨 것입니다.
영국 버밍엄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퍼넬스(Purnell's)’가 17년 만에 폐업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약률이 20% 이상 급감하며 지속적인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가심비’, 즉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면 프리미엄 브랜드조차 생존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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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고객이 그 가격을 납득할 만한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증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시베이의 창업자는 논란에 대해 “시베이는 비싸지 않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는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변화된 시장의 언어로 우리의 가치를 다시 정의하고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위기 탈출의 조건: 가치를 증명하라
1. 명확한 포지셔닝: '가성비'와 '경험' 사이의 선택
지금 우리 브랜드는 ‘가성비’와 ‘경험’ 중 어느 축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중간 지대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가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도래를 선언한 지 오래입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잘 짜인 연출을 통해 고객이 몰입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합니다. 우리만의 스토리, 철학,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낮춰야 합니다.
2. 탁월한 운영: 경험은 효율에서 나온다
프리미엄 경험은 탁월한 운영 능력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합니다. 성공적인 레스토랑은 식자재비와 인건비를 합한 ‘프라임 코스트(Prime Cost)’를 총매출의 60% 이하로 유지합니다. 디지털 전환(DX)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를 넘어 수요 예측, 재고 관리, 고객관계관리(CRM)까지 기술을 활용해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 절감된 자원을 고객 경험 향상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3. 투명한 소통: 가격 인상의 기술
비용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해야 한다면, 방식이 중요합니다. 포브스(Forbes)의 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투명한 추가 요금보다 메뉴 가격의 직접적인 인상을 더 공정하게 받아들입니다. 단순히 “원가가 올라서”가 아니라, 가격에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보이는 신선함에 20%를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메이퇀 연구소의 소비자 조사 결과는 투명한 가치 전달의 중요성을 뒷받침합니다.
4. 현장으로의 복귀: 고객의 눈으로 다시 보라
시베이의 위기는 창업자가 몇 년간 현장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리더가 직접 매장으로 돌아가 우리 브랜드의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고객의 눈으로 우리의 메뉴, 서비스, 가격표를 냉정하게 다시 바라보는 것, 모든 변화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