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90% 절감의 비밀, 광고의 룰이 바뀌었다

광고비 90% 절감의 비밀, 광고의 룰이 바뀌었다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11월 13일
수정일: 2025년 11월 13일

AI로 광고를 제작해 비용과 창의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리야키 매드니스. 성공의 비결은 AI가 아닌, 브랜드의 '진짜' 본질을 지킨 것이다.

외식업계 마케팅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배우 섭외, 촬영지 물색, 값비싼 장비와 스태프 동원. 이 모든 과정 없이 단 하나의 광고 캠페인이 탄생했다. 미국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 ‘데리야키 매드니스(Teriyaki Madness)’가 선보인 100% 인공지능(AI) 제작 광고 이야기다. 화면 속 인물부터 배경, 소품, 심지어 목소리까지 모두 AI가 생성했지만, 단 하나, 먹음직스러운 테리야키 볼만은 '진짜'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의 창의성과 시장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신호탄이다.

비용의 장벽을 허문 AI, 창의력을 해방하다

광고 제작의 가장 큰 장벽은 단연 비용이다. 하지만 데리야키 매드니스는 AI 파트너사 ‘Genre.ai’와의 협업을 통해 이 장벽을 허물었다. 전통적인 에이전시를 통해 제작할 때 발생하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 전국 단위의 광고 캠페인을 완성했다. 모델 초상권 사용료나 재촬영에 대한 부담도 사라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절감된 예산은 고스란히 미디어 집행 비용으로 전환되어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프리미엄 채널을 포함한 커넥티드 TV와 유튜브, 메타 등 핵심 디지털 플랫폼에 광고를 송출하며 막강한 도달률을 확보했다.

출처 : 'Teriyaki Madness'유튜브 캡쳐

창의성의 폭발: 상상이 현실이 되다

더 중요한 것은 비용의 족쇄에서 풀려난 창의성의 폭발이다. 조디 보이스(Jodi Boyce)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이전에는 꿈만 꿨던 창의적인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광고 속에서는 한 남성이 창문으로 떨어지고, 공원에 있던 다른 남성은 테리야키 볼을 먹고 힘을 내 곰과 맞서 싸운다.

출처 : 'Teriyaki Madness'유튜브 캡쳐

그는 “마블 영화를 찍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제작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장면”이라며 “우리의 진짜 음식만 빼고 모든 것을 AI로 만들었다. 중력이나 곰과의 싸움은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예산의 한계로 상상 속에만 머물렀던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AI 마케팅의 함정: '윌리 웡카'의 교훈

출처 : Willy’s Chocolate Experience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다. 기술에 대한 맹신이 어떤 재앙을 불러오는지는 올해 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윌리 웡카(Willy Wonka)’ 체험 이벤트가 여실히 보여줬다. 주최 측은 AI로 생성한 화려하고 환상적인 홍보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배포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텅 빈 창고에 소품 몇 개가 덩그러니 놓인, 처참한 수준이었다.

AI가 그려낸 달콤한 상상에 이끌려 찾아온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분노한 부모들의 항의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 사건은 AI가 만든 결과물의 품질과 고객의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

데리야키 매드니스의 성공은 AI 기술 자체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AI를 활용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도, 브랜드의 본질인 ‘진짜 음식(Totally real. Totally irresistible)’이라는 핵심 가치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AI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도구’일 뿐, 최종적인 만족감은 실제 매장에서 경험하는 음식의 맛과 품질에서 나온다는 기본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 지점이 ‘윌리 웡카’의 실패와 ‘데리야키 매드니스’의 성공을 가른 결정적 차이다.

준비된 혁신가, 데리야키 매드니스

데리야키 매드니스의 AI 광고 도입은 갑작스러운 변신이 아니다. 이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선도하려는 DNA가 깊숙이 각인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Facebook (@Teriyaki Madness)

이 브랜드는 이미 2017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식업계가 혼란에 빠지기 훨씬 전부터 GPS 기반의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 ‘매드 대시(Mad Dash)’를 도입했다. 또한, 업계 전반이 배달 플랫폼과 모바일 주문에 마지못해 끌려가던 시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디지털 전환을 마쳤다. 남들이 허둥대며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이들은 이미 안정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이번 AI 광고 캠페인 역시 이러한 혁신 DNA의 연장선에 있다. 남들이 AI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주저할 때, 과감하게 뛰어들어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PJ 아체투로(PJ Accetturo) Genre.ai CEO는 “보통 브랜드들은 AI 사용에 보수적이지만, 그들은 우리의 가장 과감한 가능성에 뛰어들었다”며 데리야키 매드니스의 선구안을 높이 평가했다.

AI 시대, 브랜드의 생존 전략

데리야키 매드니스의 사례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AI 광고는 더 이상 거대 자본을 가진 빅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중소, 중견 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당장 모든 캠페인을 AI로 전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용 15초짜리 숏폼 영상이든, 신메뉴 홍보를 위한 디지털 배너든, 작고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AI를 테스트하며 우리 브랜드에 맞는 활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세 가지 제언은 다음과 같다.

1. 본질을 명확히 하라

AI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 전에, AI를 통해 무엇을 ‘강조할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데리야키 매드니스가 ‘진짜 음식’이라는 본질을 지켰듯, 우리 브랜드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가?

2. 전문가와 협력하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시도하는 것은 제2의 ‘윌리 웡카’ 사태를 낳을 뿐이다. Genre.ai와 같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를 찾아 협력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3.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학습하라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다 기회를 놓치기보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며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작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여 우리 브랜드만의 AI 활용 전략이 완성될 것이다.

광고의 룰은 이미 바뀌었다. 이 변화의 흐름 위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다 도태될 것인지, 이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