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한 경제, 방향 잃은 외식업계
불확실한 경제 속, 아시아 주류 시장은 '가치'와 '스토리'로 성장 중입니다. 한국 외식 브랜드도 특화된 주류 페어링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할 때입니다.
태국 경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관망세가 짙습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 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신규 투자나 확장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아시아 주류 시장
아시아 주류 문화가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 수입 라거나 대중 브랜드가 지배하던 시장은 이제 ‘가치’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입니다. 일본의 히타치노 네스트 비어(Hitachino Nest Beer)나 베트남의 파스퇴르 스트리트 브루잉(Pasteur Street Brewing)처럼, 현지 재료와 독창적인 서사를 결합한 크래프트 브랜드들은 단순한 주류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방콕, 크래프트 칵테일의 새로운 성지
이러한 흐름은 태국 방콕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아시아 50 베스트 바(Asia’s 50 Best Bars) 2025년 리스트에 무려 7곳의 방콕 바가 이름을 올린 사실은 시장의 질적 성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월드 50 베스트 바(World’s 50 Best Bars) 15위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어스(Bar Us)와 혜성처럼 등장한 드라이 웨이브 칵테일 스튜디오(Dry Wave Cocktail Studio)의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세계를 놀라게 한 성공 비결: 드라이 웨이브

드라이 웨이브 칵테일 스튜디오는 그 해답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24년 1월 문을 연 이 신생 바는 개업 1년 만에 아시아 50 베스트 바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독특한 칵테일 레시피에 있지 않습니다.
첫째, 전통과 혁신의 조화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은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과감한 혁신입니다. 대표 메뉴 '씨 샌드 앤 선(Sea Sand & Sun)'은 토마토와 해초를 블렌딩해 감칠맛을 극대화하며, 블러디 마리아(Bloody Maria)의 짭짤함과 '섹스 온 더 비치(Sex on the Beach)'의 과일 맛을 하나의 창작물로 녹여냈습니다. 이는 익숙한 클래식 칵테일의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스토리텔링의 승리입니다.
둘째, 콘셉트를 구현하는 완벽한 팀
두 번째는 콘셉트를 구현하는 완벽한 팀입니다. 드라이 웨이브는 방콕 바 쇼(Bangkok Bar Show) 2025에서 '올해의 메뉴 디자인'과 '올해의 바 팀' 부문을 동시에 석권했습니다. “콘셉트가 뛰어난 메뉴를 만드는 것도 대단한 성과지만, 그 메뉴를 매일 밤 완벽하게 실행할 수 있는 숙련된 팀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바와 위대한 바를 가르는 차이점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이 평가는 브랜드 경험의 완성도가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치 소비’ 트렌드

이러한 현상은 태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베트남 달랏(Dalat) 지역의 신세대 와인 생산자들은 내추럴 와인에 토착적인 매력과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를 담아 도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현지 브랜드 엥칸토(Engkanto)가 감귤향 페일 에일로 젊은 직장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럭셔리’에 대한 재정의가 있습니다. 아시아의 부유층 소비자에게 크래프트 주류를 마시는 행위는 안목과 세계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문화적 자기표현이 되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비싼 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스토리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불황을 이기는 전략: K-크래프트의 기회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가치 소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합니다. 특히 경험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트렌드는 한국 외식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음식 메뉴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음료 페어링 및 주류 큐레이션(Beverage Pairing and Liquor Curation)’을 통해 객단가를 높이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K-크래프트 페어링 메뉴 개발
결론은 명확합니다. 첫째, 우리 브랜드의 콘셉트와 한국적인 특색에 맞는 '특화된 크래프트 주류 페어링 메뉴'를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퓨전 한식과 국내 지역 양조장의 수제 맥주나 전통주를 페어링하여 독창적인 ‘K-크래프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현지화와 유연한 전략
둘째,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현지 전문가와 협력하는 프랜차이즈 모델(Franchise Model)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동시에, 성장하는 논알코올(Non-Alcohol)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음료 옵션을 병행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브랜드의 메뉴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간입니다.